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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지역의 문화와 이야기를 음식에 담다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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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지역의 문화와 이야기를 음식에 담다 ⑨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9.10.21 17:24
  • 호수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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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함을 선물하는 서천 농가맛집 ‘다정다반’
▲ 깔끔하고 부지런한 남편 최영수 씨와 음식 솜씨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부인 박영예 씨.

농촌진흥청은 농촌의 다양한 잠재자원을 활용한 향토음식계승 정책 일환으로 전통 식문화공간인 농가맛집을 조성, 운영했다. 국비사업으로 지원된 농가맛집은 2007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16년 종료됐지만, 현재 전국에는 약 120여개 소의 농가맛집이 운영 중이다.

이중 충남도내는 총 31개소가 조성, 운영됐다. 이중 고령 또는 대표자 건강악화 등으로 인해 폐업한 4개소를 제외하고 2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2017년 말 현재다.
이와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충남 농업기술원은 농산물 생산·가공·유통·체험·외식분야 기술개발과 지역자원을 연계한 6차 산업화로 생산자와 소비자, 농업과 타 산업간 연계를 통한 농업 및 농외소득 증대를 위해 농촌자원 수익모델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6차 산업화 수익모델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충남 농업기술원이 공모사업으로, 2014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선정 후 2년간 나눠 지원되는 충남도내 농촌자원 수익모델 운영 사업장은 총 21개소다.
청양군내에는 농촌진흥청 인증을 받은 농가맛집이 1곳, 충남도 공모에 응모 선정돼 운영되고 있는 농촌자원 수익모델 사업장 3곳이 운영 중이다. 이들이 어떠한 잠재자원을 활용해 향토음식을 발굴·상품화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지 또 이를 통해 얻는 농업 외 소득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본다. 타 지역 사례도 둘러본다. 이번 호에는 서천 농가맛집 ‘다정다반’(서천군 종천면)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주민들과 친해지려 먼저 노력  
‘다정다반’은 최영수(69)·박영예(66) 부부가 운영한다. 2013년 문을 연 후 올해로 6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이들은 서울에서 생활하다 서천으로 이사를 왔다. 최 대표가 은행을 다니다 IMF 외환위기 때 명예 퇴직했고, 이후 몇 년간 휴식시간을 거친 후 시골 행을 택한 것이다. 
“퇴직하면 시골에서 살자고 항상 얘기했었어요. 그러다 어머니께서 출가한 누이동생과 함께 먼저 서천에 자리를 잡으셔서 저희도 따라왔죠. 2002년에 땅을 사고 한동안 왔다갔다 하면서 집도 짓고 농사꺼리도 마련해 놓은 다음 2003년부터 살기 시작했죠. 사실 이곳이 맹지였어요. 가꾸는 데 시간은 물론 돈도 많이 들었죠. 힘들었어요.” 최 대표의 말이다. 
이들은 또 대부분의 귀농인들처럼 자신들도 시골생활의 어려움이 조금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귀농협의회에 참여해 정보를 얻고 소통하면서, 무엇보다 주민들과 친해지기 위해 마을일에 적극 참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려움이 해결됐다고 전했다.
“저희 집이 마을 끝인데 버스가 못 들어와요. 이곳이 집성촌인데 일부 어른들께서 허락을 하지 않아서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보니 저희 뿐 아니라 어른들도 걸어 다녀야했죠. 그래서 저희가 이사 온 후 봉고차로 장날이나 외출 할 때 모셔다 드렸죠. 또 저는 부녀회 일을 남편은 새마을지도자로 활동하면서 이것저것 도왔고요. 그러니 시나브로 주민으로 인정 해주시더군요. 희망택시가 시작된 후부터 버스봉사는 끝냈습니다.” 안주인인 박 대표의 말이다.

▲ 박영예 씨가 담가 놓은 된장, 고추장, 간장이 가득한 장독대.

수제차와 전통장으로 소비자 만나
귀농 후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던 이들은 산야초를 활용한 덖음차와 액상차 등 수제차, 전통 장과 절임류 등을 개발하고 식품제조허가를 얻어 ‘희리산 다원’이라는 이름의 가공사업장을 먼저 열기도 했다. 꽃과 차를 좋아했던 아내의 꿈이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시골가면 앞마당에 정원을 꾸미고 수제차도 배우겠다고 했죠. 그러다 귀농하니 자연스럽게 꽃밭을 가꾸고 그 옆에 농작물을 심었고 누이동생인 법운스님을 따라 산야초로 차를 만들더군요. 집 뒤에 있는 희리산 자락에서 자라는 구절초 등 산야초와 직접 재배한 가시오가피 등 약초로 전통장도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줘 호응도 얻었고요. 그러다 기술센터로부터 ‘푸른 농촌 희망 찾기 운동’ 일환 소득 사업으로 개발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고, 이후 2년 간 사업장 조성 등 준비과정을 거쳐 ‘희리산 다원’을 열었습니다. 귀농 5년 만이었어요.”
다원을 열면서 처음에는 겁도 많이 났었다고 부부는 말한다. 텃밭을 가꾸면서 좋아하는 차 덖어 마시며 살겠다는 애초 계획보다 일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아서다. 모험인 것 같았다. 하지만 주변에서 용기를 줬고, 집 가까운 곳에 국립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 신성리 갈대밭, 모시문화관, 동백정 등 관광지가 많아 이들의 시작에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다원으로 소비자들을 먼저 만났다.

향토음식 상품화한 ‘농가맛집’ 지정
박 대표는 요리에 대한 관심은 물론 손맛이 남달랐고 다원을 운영하면서 한산모시 맛 자랑 전국 경연대회에 출전해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다 기술센터로부터 농가맛집 참여 제의를 받았고, 2013년 ‘농가맛집’으로 지정됐다. 서천군 제1호였다.
“다정다반은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그동안 손님들의 불평이 많았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수도 있어요. 다행스럽게 칭찬하면서 재차 방문해 주셔서 지금까지 이어온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주변 텃밭 채소와 희리산의 각종 산채를 주재료로 한 푸짐한 자연 밥상을 맛볼 수 있다.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는 것은 물론 된장·고추장·청국장은 물론 멸치액젓까지 직접 담아 사용한다. 맛을 더하는 들기름이나 참기름 등도 직접 농사지어 짠다. 그 덕분에 건강하고 맛 좋은 음식들을 상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부부의 설명이다.

“밭이 1만1000여 제곱미터 정도 돼요. 그곳에서 거의 모든 채소 농사를 지어 사용하죠. 생선과 육류 정도만 구입합니다. 가격대는 1만5000원, 2만원, 3만 원 등 3가지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된장찌개를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된장찌개를 주 메뉴로 했고, 나물과 장아찌, 생선,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소불고기, 표고버섯탕수육 등 가격대별로 음식을 다양하게 차려내고 있습니다. 특별히 원하시는 음식이 있으면 만들어 드리고요.”
특히 식당 주변에 조성 돼 있는 정원이 2000여 제곱미터 규모로 이곳에서 손님들은 식사 후 운동을 하거나 또 가족단위 소풍을 즐기기도 한다는 것이 부부의 말이다.
“정원에는 계절별로 볼거리가 풍부해요. 정원 주변에는 채소와 과일 등 먹을거리도 풍성하고요. 정원때문에 농가맛집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요긴하게 이용되겠죠.”

▲ 다정다반의 건강한 한 상차림.

4인 이상 하루 전 예약 필수
다정다반은 점심때만 운영한다. 부부가 농사도 짓고 농가맛집도 운영하다보니 저녁까지는 버겁기 때문이다. 다만 특별한 날을 맞은 단체일 경우는 저녁 시간에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준단다. 또 음식을 맛보려면 4명이 시간을 맞춰 하루 전 예약하고 가야한다.
이들은 처음 농가맛집 제의를 받았을 때 거절했다고 전했다. 맞벌이를 하다 서천으로 왔고 텃밭에 꽃 심고 농사 조금 지으며 살아갈 계획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농가맛집 제의는 가당치도 않았다. 하지만 재차 권유를 받으면서 망설임 끝에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게 됐단다.
“많이들 찾아주십니다. 처음에는 직원을 두고 저녁에도 열었었어요. 하지만 힘들기만 하고 즐겁지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손님을 덜 받더라도 우리 끼리 점심만 하자 한 것입니다. 그 선택이 옳았던 것 같아요. 힘들어 하면서 점심, 저녁으로 운영했다면 지쳐서 문을 닫았을 수도 있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려고요. 둘이 오순도순요. 물론 건강이 허락하는 한요.”
 

▲ 손님들이 소풍을 오기도 하고 뛰어놀기도 한다는 넓은 정원.

대접 받고 간다는 생각 들도록 최선
부부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가면서 ‘대접받고 가는 것 같다’는 말을 할 때 가장 기분이 좋단다. 또 손님들이 떠나고 식탁 위 그릇마다 수북하게 담겼던 음식들이 싹싹 비워졌을 때는 너무도 감사함을 느낀다고도 말한다. 
“상을 내드리면 함께 나와 음식 하나하나 설명을 해드리니까 좋아하시더군요. 또 모두 드시고 가면서 사갈 수 없냐고도 하고요. 추후에라도 원하시면 택배로도 보내드리고 저희에게 없는 것은 주변에서 구입해 보내드립니다. 앞으로도 먼 곳까지 찾아온 손님들이 대접 잘 받고 간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부부보다 1년 먼저 서천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았던 최 대표의 어머니는 60대 중반에 자궁경부암 말기 판정을 받고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현대의학으로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소리까지 들었었다. 하지만 박 대표가 서천으로 내려와 아래윗집에 살면서 자연밥상을 챙겼고 85세까지 건강하게 생활하다 세상을 떠났단다. 자연밥상의 힘이었다.
“오가피와 엄나무 등을 우려낸 물로 밥과 반찬을 해드렸어요. 어머니를 보면서 먹을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습니다. 어머니께 해드렸던 것처럼 손님들에게도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부부의 말이다. 

▲ 내실을 기하기 위해 끊임없이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는 이들 부부. 각종 수료증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충남도 로컬푸드 ‘미더유’지정
다정다반은 2014년에 충남도 로컬푸드 ‘미더유’ 인증을 받았다. 또 매년 엄격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2016년에는 위생이나 재료 공급원들을 포함해 별 다섯 깨 만점을 받을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서울에 살 때 나중에 시골가면 살 집을 짓기 위해 건축박람회 견학을 다녔어요. 그때 보고 배운 것들을 토대로 아내와 함께 도화지에 직접 그림을 그려 손수 집을 지었죠. 그 집이 현재 저희가 생활하고 손님들이 식사를 하시는 이곳 입니다. 서천에서 그동안 살면서 모든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농사관련 교육을 받고 지식을 쌓는 것도 좋았고 수제차에 사용할 산야초를 키우고 수확하는 기쁨, 액젓을 만들기 위해 홍원항까지 멸치를 구입하러 가는 일, 특히 마을 어른들께 음식부터 다양한 삶의 방법을 배우는 일도 좋았습니다. 사실은 어깨가 많이 아파 2018년 12월 11일 수술 후 6개월 정도 쉬었어요. 더 쉬고 싶었는데 손님들이 계속 연락해 오셔서 문을 열었죠. 또 다시 문 닫지 않도록 건강 챙기며 잘 해 나가는 것이 바람입니다.”
다정다반 부부의 이야기는 농촌진흥청 2016 그린매거진, KBS 으라차차 녹색지대 등 전국에 방송됐다. 덕분에 예전 직장 동료들 방문도 이어지고 있단다.
“아들이 둘인데 둘째가 조금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억지로는 안되겠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적극 밀어 주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청정 자연에서 생산되는 깨끗한 재료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하겠습니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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