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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집 줄게, 새집 다오-공간, 거듭나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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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집 줄게, 새집 다오-공간, 거듭나다 ②
  • 김홍영 기자
  • 승인 2019.07.19 20:45
  • 호수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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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모동작은도서관, 보건지소를 교육·문화 공간으로

인구 감소에 따라 폐교와 창고 등 빈 건물이 늘고 있다. 빈 건물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민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청양신문은 빈 공간의 발전적인 활용을 모색하기 위해‘헌집 줄게, 새집 다오- 공간, 거듭나다’를 주제로 기획 기사를 마련했다. 취재 대상은 이전에 학교, 공공기관, 산업시설이었던 건물을 재단장해 지역 문화 시설로 탈바꿈한 곳이다. 두 번 째로 보건지소를 리모델링해 주민들의 교육·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주 모동작은도서관을 소개한다.  <편집자 말>

보건지소가 도서관이 되기까지
경북 상주시는 문화시설이 부족한 농촌 지역에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소모임 활동 기획으로 지역의 새로운 문화 거점 공간으로 떠오른 곳이 상주시 모동면의 ‘모동작은도서관’이다.
지난 2016년 개관한 모동도서관이 지역의 공동체 문화를 생산하는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원봉사자 10여 명과 시니어 봉사자 10여 명 등 모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꾸려가는 운영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었다는 점과 연관돼 있다.
상주시는 보건지소를 인근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1970년대 지은 낡은 건물의 쓰임새로 작은 도서관을 계획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억 원을 지원받아 일 년 여 가까이 구조변경을 실시했다. 도서관은 애초에 책을 빌려주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전형적인 도서관으로 설계했다. 당초 내부를 리모델링하는 정도의 예산밖에 책정되지 않아 도서관 운영에 따른 예산이 없었다. 상근 인력을 두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주민들은 회의를 열어 ‘우리가 운영해보자’고 마음을 모은다.

▲ 보건지소를 리모델링해 개관한 모동작은도서관 건물.

이 과정에서 도서관을 운영하고, 도서관의 주 이용자들이 주민이다 보니 어떤 시설이 필요한가에 대해 논의하기에 이른다. 주민들 스스로가 도서관 방향성을 찾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사람들이 만나고, 작은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소통의 공간 조성을 기본 방향으로 삼았다.
여러 칸으로 나뉘어져 있던 진료실과 약제실은 벽을 허물어 20여 석의 열람실과 다목적실로, 환자 대기 공간은 서가로, 보건지소장의 주거 공간는 작은 모임방으로 개조했다. 개관 이전 시범 운영을 통해 자원봉사자의 기부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도 검증했다.
모동보건지소에서 모동도서관이라는 새 이름을 가진 연면적 136제곱미터의 건물은 그 이름처럼 작지만 문화 소통 공간으로서의 역할만큼은 크다.
개관 첫 해 지역 주민들로 이루어진 자원봉사자는 무려 30명. 이들은 서로 일정을 조정해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재능기부자가 됐다. 주민 65세 이상의 시니어 자원봉사자들은 도서 대출 업무로 힘을 보탰다.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이곳에는 현재 5천여 권의 도서가 서고를 채우고 있다. 도서관 안팎에는 주민들이 도서관에 갖는 남다른 애정이 배여 있다. 학생과 주민들이 도자기 교실에서 배운 솜씨로 만든 작품으로 입구를 장식했고, 내부에는 다양한 행사의 사진과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도서관에서 그동안 운영한 프로그램들을 엿볼 수 있다.

지역 공동체 문화 형성의 매개체
도서관의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다목적실은 컴퓨터, 피아노가 있고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빔 프로젝트 시설을 갖췄다. 영어회화·역사논술·수학 등 교육 강좌는 물론 태권도에서 요가·댄스·하모니카 등 예체능 강좌, 캘리그라피·사진·영화 상영까지 가지각색 문화교육 프로그램이 1년 내내 이어지는데 모두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일부 시에서 지원받는 강의도 있고 대부분은 마을 사람들이 선생님이다. 논술 강사, 태권도 관장, 수학 선생님 등 귀농인들이 도시에서 가졌던 직업이 재능기부로 이어졌고. 청소년들도 한몫 한다. 중학생이 초등학생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스스로 댄스팀을 꾸릴 만큼 참여에 적극적이다. 이 마을에 먼저 정착한 선배 농사꾼들의 농사 이야기를 후배 귀농인들과 공유하는 아빠들의 모임인 유기농 공부방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판매하고 먹을거리를 선보이는 플리마켓, 송년잔치 등 지역민 모두가 함께하는 행사를 열어 공동체 문화를 일궈 나가고 있기도 하다.
도서관 개관은 귀농 결정에도 영향을 줬다. 장동식(45·모동면 이동리)·신수지(41)부부는 모동작은도서관이 개관하던 해에 경기도에서 이주했다.
신 씨는 “포도 산지로 유명한 이곳은 젊은이들이 많이 귀농하는 곳이다. 귀농지역으로 여러 곳을 알아보던 중 작은도서관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의 이주를 택했다. 낯선 땅에서 아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도서관 소모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빨리 정착할 수 있었다. 재미있게 잘 살고 있다”고 말한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도시에서 논술 강사였다. 그 경력으로 도서관에서 역사 논술 강좌를 맡았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보람도 있고, 이웃과 어울리며 만족도 높은 귀농생활을 하고 있다.

함께 만들어가는 소통의 공간
모동면에는 초등학교가 두 곳으로 학생 수가 100여 명에 이른다. 비슷한 세를 갖춘 다른 면에 비해 학생 수가 많은 것은 대부분의 귀농인들이 어린이나 청소년 자녀를 둔 40~50대. 교육과 문화에 대한 욕구가 컸다는 요인이 도서관 활성화의 원동력이 됐다.
박종관(48·모동면 정양리장)·김현(48) 부부는 모동작은도서관 개관부터 지금까지 자원봉사자 중 가장 적극적인 참여자다. 대학 졸업 후 귀농한 박 이장은 귀농인에게 자녀의 교육이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로 인식됐다고 한다.
“농촌에는 농업 관련한 모임이나 단체는 많지만 문화나 교육 관련한 모임이 전무하며 문화 공간이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작은도서관을 통해 소모임을 갖고, 공개강좌를 열어 주민들이 만나면서 소통하고 있다. 도서관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인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개관 3년을 돌아봤다.

▲ 모동작은도서관 자원봉사자

시니어 봉사자들은 휴관일인 일요일과 월요일을 빼고는 매일 오후 1시~6시까지 운영하는 도서 대출 반납 업무를 맡고 있다. 또 학교를 끝내고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박이동(72·정양리 노인회장) 시니어 자원봉사자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지역주민이 서로 교류하는 사랑방이다. 내가 살고 자란 동네에 어른 아이들이 함께 꾸려가는 도서관이 있고, 봉사자로서 도서관 운영에 함께 하고 있어 좋다. 앞으로도 모동작은도서관이 지금처럼 이 마을 주민들이 꾸준히 이용할 수 있는 알찬 도서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동작은도서관은 이런 바람을 실현하기에 충분하다. 이를 원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소통의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에 부족한 교육과 문화 시설도 지역 주민이 힘을 모으면 충족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곳이 모동작은도서관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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