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눈을 맞이하는 의자
바람이 주춤거립니다.
의자 등받이에 앉아 떨어지지 않으려는 꽃눈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나이테 위에,
금방 비집고 나올 나뭇가지의 새순 위에 살짝 눈이 앉았습니다.
여름 내내 넓적하게 그늘과 바람을 만들어 준 나뭇잎무더기 위로도 눈이 앉았습니다.
첫눈 아닌 첫눈입니다.
목성균님의 첫눈은 ‘늙은 농부가 빈 들처럼 홀가분하게 비운 마음으로, 의젓하게 팔짱을 끼고 동구 밖을 향해 서 있을 때, 근친 오는 막내딸 동구에 들어서듯 눈썹 밑으로 홀연히 내려앉는’ 눈이라 하였습니다.
착 가라앉은 하늘이 무엇이라도 보내줄 것 같더니,
눈송이가 흰나비처럼 날리며 창문 앞에서 부를 것 같이 마음을 설레게 해 놓더니, 마지못한 듯 어느 결에 살포시 눈이 내립니다.
지난 연말 송년 축제에서 들은 몇 분의 축사가 생각납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 불평등을 넘어 함께 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차별 없이 내리고, 평등하게 날리는 작은 눈을 봅니다.
날아가다 부딪치는 곳이, 그래서 앉게 되는 곳이 그의 자리입니다.
붉은 꽃을 찾아가거나,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은 늘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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