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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호랑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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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호랑가시나무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8.12.24 17:37
  • 호수 12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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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호랑가시나무

나무에게 나이테가 생기는 계절입니다.
이 겨울을 잘 견뎌야 아름다운 나이테를 하나 더 만들고, 더 큰 그늘을 만들겠지요.
겨울나무, 사방이 온통 겨울나무입니다.
회색빛 나무줄기만 즐비한 산중턱에서 의연하고 곧은 나무를 봅니다. 독야청청 상록수들의 푸른빛은 추운 날을 더 시리게 합니다. 나무도 숲도 겨울잠에 들어간 것처럼 허전하고 고요한 중에, 우르르 짹짹 작은 새들이 들썩입니다. 나무들 사이로 반짝반짝 붉은 열매들이 보입니다. 호랑가시나무열매입니다. 

푸르고 윤기 나는 잎과 빨간 열매가 달린 가지를 둥글게 엮어, 방문 앞에나 벽에 걸어놓는 크리스마스 화환으로 많이 사용하는 호랑가시나무는 성탄절을 상징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호랑가시나무의 빨간 열매를 좋아하는 작은 새 로빈이 있었습니다. 로빈은  예수님이 가시면류관을 쓰고 골고다언덕을 오르고 있을 때, 면류관의 가시를 빼려다 가시에 찔려 피로 물든 채 죽었답니다. 그런 유래로 로빈이 좋아한 호랑가시나무열매는 예수님의 핏방울을 상징하게 되었으며,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에 호랑가시나무로 장식하게 되었답니다. 은종과 함께 가시가 있는 초록색 호랑가시나무의 잎이 그려져 있는 크리스마스카드를 많이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뿐인가요, 겨울이면 어김없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열매’도 이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를 닮았습니다.

한 겨울에도 늘 푸르고 두꺼운 잎을 지닌 호랑가시나무는, 꺾어놓아도 오래도록 썩지 않는 나무입니다.
로마인들은 호랑가시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재앙이 없어진다고 믿었고, 연말에 농경 신을 위한 축제나 선물을 보낼 때 장식으로 사용해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 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니면 행운이 온다고 하며, 크리스마스트리로 많이 사용합니다. 현실과 마법의 세계를 그린 판타지소설의 주인공 해리포터의 마법지팡이도 호랑가시나무로 만든 것이랍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음력 2월 4일에 호랑가시나무의 가지를 꺾어다 정어리의 머리를 꿰어 처마 밑에 매달아 놓으면, 악귀가 접근을 못 한다는 민속신앙이 전해지고 있답니다. 

완도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무와 호랑가시나무의 자연 교잡종입니다. 천리포수목원의 설립자 민병갈님이 처음 발견했다하여, ‘칼 페리스 밀러 완도호랑가시나무’로 학명이 붙었습니다.
잎이 둥근 감탕나무와 가시가 돋친 호랑가시나무의 중간모양으로, 타원형에 가까우며 가시도 적고 날카롭지도 않습니다. 다만 견고한 과육의 열매는 겨울철에도 장기간 나무에 달려있어, 좋은 먹잇감으로 새들을 유혹합니다.  

잎의 날카로운 가시로 인하여 호랑이와 연루된 이름이 많습니다.
호랑이가 가시를 이용해 등을 긁었다하여 ‘호랑이등긁이나무’, 잎의 가시가 호랑이 발톱처럼 무서워 ‘호랑이발톱나무’, 가시가 너무 억세고 단단하여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가시를 가진 나무라 ‘호랑가시나무’라 불렀으며, 나무줄기가 개의 뼈를 닮아 ‘구골’이라고도 불렸답니다.
 중국에서는 가시가 늙은 호랑이의 발톱과 같다하여 ‘노호자’, 어린 고양이의 발톱모양이라 ‘묘아자’라고도 부른답니다.
   

사실 호랑가시나무의 잎은 제멋대로입니다.
새 가지에서 나오는 어린잎은 긴 오각형에서 육각형으로 모서리마다 가시가 튀어나옵니다. 가죽같이 두툼한 잎에,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는 자라면서 퇴화되어 나중에는 잎 끝부분의 가시만 달랑 남게 됩니다.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어린잎의 자구책이기도 하지요.
5월이면 우윳빛 꽃을 피우고, 늦가을부터 다음해 봄까지 꽃만큼이나 사람과 새들을 유혹하는 붉고 단단한 열매를 매달고 있습니다. 그 위로 눈이라도 앉으면 참 근사하지요.

크고 작은 붉은색 열매들이 눈길을 끄는 한 해의 끝입니다.
자연과 일상에서 소박한 대상을 찾았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각자의 생각이 다르듯이, 자연도 사물도 모두가 달랐습니다. 그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마음을 내 주신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으로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는 더 많이 행복하세요!”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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