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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슬, 신들의 식량 … 벌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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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슬, 신들의 식량 … 벌꿀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8.11.23 22:23
  • 호수 12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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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괜히 11월일까
마음 가난한 사람끼리 따뜻한 눈빛 나누라고
언덕 오를 때 끌고 밀어주라고
서로 안아 심장 데우라고
같은 곳 바라보며 웃으라고
끝내 사랑하라고
당신과 똑 같은 키로
11
나란히 세워놓은 게지  -이호준<11월>전문

입의 모양이 꿀을 모으기에 아주 적합한 꿀벌은 1밀리미터 좀벌에서 7센티미터가 넘는 대모벌이 있으며, 양봉은 삼국시대에 독일인 선교사가 이탈리안종 벌을 들여오면서 우리나라에 보급되었답니다.
꿀벌은 재래꿀벌인 토종벌과 양봉꿀벌인 서양벌로 구분되며, 토종벌은 서양벌보다 크기는 작지만 날개는 조금 큰 편이며 추위에 잘 견딥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노란 몸통에 검은줄이 있는 벌은 서양벌인 양봉꿀벌입니다.

토종벌은 죽은 나무속이나 바위틈에 집을 지어 목청이나 석청 등 가을에 채밀하는 토종꿀을 만들고, 서양벌은 이동하는 벌집에서 양봉꿀을 만듭니다. 금강산 일대 마을은 꿀이 특산물인데, 달빛이 붉으면 그 해는 꿀벌농사가 잘 된다는 유래가 전해진답니다. 금강산 들꽃향이 가득한 꿀을 먹어볼 날도 머지않은 듯합니다.
 

벌이 꽃의 꿀샘에서 채집하여 먹이로 저장해둔 설탕성분이 벌의 침 속의 소화효소로 인해 성분이 바뀌어 된 벌꿀은, 옛날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꿀은 먹는다기보다는 귀한 보석처럼 여겨 신이나 동물,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해 제물로 바쳤습니다. 열이 날 때면 꿀을 약으로 사용하였으며 상처에 바르기도 하고, 갚아야할 빚을 꿀로 대신하기도 하였습니다. 인류가 마시게 된 최초의 술도 마시고 남은 꿀물이 발효가 된 것으로, 음료수와 밀주로 발전된 것이랍니다.
 
일생동안 열심히 쉬지 않고 꽃꿀을 찾아다니는 꿀벌은, 한 번에 50~100송이 하루에는 250여 송이의 꽃을 옮겨 다니며 12킬로미터까지 날아다닙니다. 그렇게 열심히 꽃이 열매를 맺도록 해주며 식물로부터 수고의 대가로 받는 꿀은, 평생 모아도 티스푼으로 1/12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답니다.   
1킬로그램의 꿀을 만들기 위해 약 11만 번의 비행과 560만개의 꽃송이에 앉으며, 화분 1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290킬로미터를 비행해야 하는 꿀벌들입니다. 하느님의 피조물 중에서 가장 바쁜 곤충이지요.

양봉꿀은 생꿀과 농축꿀과 사양꿀로 구분합니다.
생꿀은 벌들이 알아서 먹고 뱉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날갯짓으로 수분을 날리며 숙성되도록 내버려 둔 그냥 그대로의 꿀로, 깊은 맛과 향이 살아있답니다. 이동양봉을 하면서 짧은 시기에 많은 양의 꿀을 따기 위한 농축꿀은 벌통 안에서 채 숙성돼지 않은 상태의 꿀을 따 열처리 농축을 하는 것이며, 사양꿀은 벌통에 호스를 깔아 설탕물을 머금고 들어가 만든 꿀이랍니다.
언젠가 도시양봉학교의 시식 경험에서 가장 맛있는 꿀로 사양꿀이 뽑혔다는 신문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양봉을 배우는 이들조차도 깜짝 놀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벌이 열심히 만들어준 달콤한 꿀과, 어린 유충들의 밥인 꿀벌의 타액과 미세한 꽃가루가 뭉쳐진 고운 화분덩어리를 봅니다. 이 한 줌의 꿀과 화분을 만들기 위해 일만 하다 죽은 꿀벌과, 출입구를 지키며 다른 벌집의 벌이나 말벌 등 공격을 방어한 보초병꿀벌들을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이로운 곤충인 꿀벌의 ‘군집붕괴현상’이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대기오염 등 환경의 변화로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아 있던 애벌레와 여왕벌이 굶어 떼죽음을 당하기 때문이랍니다. 
벌들이 준 귀한 선물, 꿀물을 만들며 산속 깊은 곳에서 본 푸른 삼각형 벌집이 궁금해집니다.

가는 11월입니다.
노랑‧빨강 낙엽을 많이 밟았습니다.
시인의 글처럼 누구에게라도 따뜻한 눈빛 많이 나누시고, 같은 곳 바라보고 웃으면서 남은 11월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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