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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진 머리 없어지고 모두가 파마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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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진 머리 없어지고 모두가 파마머리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8.10.15 11:58
  • 호수 12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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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어머니들의 뒷모습 ‘아쉽다’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쪽진 어머니들의 모습이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다. 너무 아쉽다.
인자하고 다소곳한 모습에 쪽진 머리를 한 어머니들은 모두가 내 어머니 같았다. 하지만 요즈음은 당연한 듯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짧은 머리에 파마를 했다.
옛날에는 물이 흐르는 곳엔 빨래터가 있었고 우물가엔 아낙네들의 수다가 있었다. 군데군데 기운 무명 치마저고리와 때 낀 앞치마에 눈물콧물 닦으며, 마을 뒤안길로 사라져가던 쪽진 어머니들의 애잔한 뒷모습이 아련해진다.

비봉면 방한리에 사는 93세 김씨 할머니의 쪽진 머리를 보는 순간 잊혀져가던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올라 울컥 목이 메었다. 마음을 다잡고 앉아 할머니의 지나온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는 화성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운곡으로 시집을 갔고, 남매를 두었단다. 하지만 스물아홉 살에 남편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묻을 곳이 없어 냇가에 묻었다.
할머니는 비 오는 날에는 무덤이 떠내려가면 어쩌나 청개구리처럼 울었단다. 자녀들이 자라서 아버지 무덤이라도 찾을 때 말해줘야지 고민했고, 그러다 무덤을 이장해준다는 사람과 재혼했단다. 살면서 고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그 시대를 산 많은 할머니들의 이야기 인 듯 가슴이 아팠다. 우리 모든 어머니들의 삶이었고 우리민족의 역사였다.

할머니는 또 육 고기도 팔고 예순 넘어 여든 일곱까지 공장에 다니며 일을 했다고 말했다.
비녀가 아닌 칫솔을 머리에 꽂은 할머니는 결혼 후 지금까지 옥비녀 한번 꼽아보지 못했단다. 얼마 전 금방에 옥비녀가 있어 가격을 물어보니 오만원이나 해 돌아섰다고도 말했다.
내친 김에 소원을 묻자 할머니는 “돈 벌고 싶은데 몸이 예전 같지 않아 걱정”이란다.
이처럼 억척스럽고 알뜰한 어머니들이 있어 우리들이 이만큼 잘사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김순애 시민기자>

<이 지면의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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