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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약모밀
없는 영혼에도 흔적은 있으니, … 약모밀
[1255호] 2018년 07월 09일 (월) 11:43:01 청양신문 기자 webmaster@cynews.co.kr
   
 

어르신들께 드린다고 학생들이 천연비누를 만들었습니다. 꽃과 동물의 모형으로 만든 장미비누와 곰비누입니다. 하얀색 비누가 향긋한 냄새를 풍깁니다. 아토피에 좋다는 어성초비누입니다.

식물원길, 길옆에 잔잔하게 핀 하얀꽃을 봅니다.
울릉도 및 중부지역 낮은 곳, 그늘진 습지에서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약모밀입니다.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어 자라며 번식력이 좋아 토양의 침식이나 유실 방지를 위해 경사지 등에 많이 심는답니다. 생명력 또한 강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탄으로 초토화된 땅에서도 싹을 틔워 푸른 밭을 만들 정도랍니다.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잎이 메밀의 잎과 비슷하고 약용효과가 많다하여 이름 붙여진 약모밀은, 초록잎과 줄기를 비비면 비린내가 난다하여 ‘어성초’라 불리기도 합니다. 사실, 약모밀이라는 이름보다는 어성초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여름이면 원줄기 끝에서 짧은 꽃대가 나와, 그 끝 한 개의 꽃대에 꽃자루가 없는 꽃이 이삭처럼 촘촘하게 많은 수가 달려 핍니다. 꽃잎과 꽃받침이 없는 노란색 꽃입니다.
꽃잎이 아닌 4장의 길쭉한 타원형 포가 꽃차례 밑에 십자모양꽃부리로 달려, 꽃으로 보여 집니다. 꽃을 자세히 보면, 꽃잎 위로 솟은 긴 암술대에 수술이 달린 것 같은 모양입니다.
꽃이든 포든 하얗고 긴 잎이 꽃을 받쳐 들고 있는 잔잔한 모양은 마냥 소박하여, 꽃을 즐기려하는 이들에게는 그냥 하얀색 꽃으로 다가옵니다.
 
꽃이 피는 여름철에 뿌리와 줄기를 통째 뽑아 그늘에서 바짝 말려 약용으로 사용합니다. 항균과 염증을 없애는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폐렴이나 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 염증질환의 치료에 사용되며, 해독이나 중금속 배출을 촉진하는데 효능을 보인다고 합니다.
민간요법으로는 푸른잎을 짓찧어 종기와 독충에 물렸을 때 바르기도 합니다. 무좀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하여, 식초에 약모밀을 담가 열흘가량 두었다가 뜨거운 물에 약하게 타서 발을 담그기도 했답니다.
 

   
 

돼지나 닭에게는 항생제 역할을 하는 사료로 먹이기도 하였으며, 그들이 뜯어먹기 쉽게 가축우리 주변에 심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약기운으로 약모밀 한 뿌리만 있어도 모기가 달라 들지 않는다하여 집안에 심기도 하였지요.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일본군의 주둔지 주변에 약모밀을 재배하여 항생제 대용으로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도 합니다.

머리털이 많이 빠져 오래도록 고민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어성초가 머리털을 나게 한다며 샴푸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구입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남의 일이라 잊고 있었지만 문득 머리의 모양이 얼마만큼 변하였을까, 머리의 숱은 많아졌을까 궁금해집니다.
 
옛날 탐라국에 화산의 아들과 바다의 공주가 살고 있었습니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한라산 산신은 화산의 아들인 불과 바다의 공주인 물의 궁합이 상극이라 결혼을 반대했지요. 그럼에도 둘의 사랑은 깊어만 갔고 공주는 임신을 하게 됐지만, 불행히도 출산을 앞둔 공주는 산고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화산의 아들은 공주를 양지바른 곳에 묻었고, 이후 공주를 그리워하며 슬픔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공주의 무덤가에 이름 모를 풀이 자랐습니다. 그 풀의 냄새를 맡아보니 생선의 비린내가 났습니다.
물고기 비린내가 나는 풀이라 하여 어성초라 불렀다는 전설을 떠올리면서 몸을 낮게 구부립니다. 물고기 몸에 배인 사랑의 냄새, 물에 가득 밴 공주의 비린 냄새가 혹시나 맡아질까 해서요.
 
염증이나 부스럼, 화농, 대머리, 치질, 피부질환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약모밀. 어성초로 만든 비누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실 어르신들의 손과 얼굴과 머리에, 머지않아 맑고 환한 윤기가 흘러넘칠 것을 기대합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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