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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과 좋음은 다른 것! …반짝반짝 구승주
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1250호] 2018년 06월 04일 (월) 12:47:02 청양신문 기자 webmaster@cynews.co.kr

“기분이 이상했어요. 엄마에게 부탁한다는 말만 옆에서 듣다가 막상 내 휴대폰에 선거관련 문자가 오고, 나와 악수를 청하며 선거유세를 하는 사람들을 대하니 성큼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아요” 신기하기까지 하다고 승주씨는 첫 선거를 하게 된 소감을 말합니다.
“우리들한테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어르신들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공약은 많아도, 20대를 위한 공약은 없는 것 같아요” 선거얘기가 나온 김에 어떤 정치인을 원하느냐 물었습니다.
그렇군요. 기회, 기회가 많아야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요.
조막만한 얼굴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경계하던 듯했던 몇 년 전의 승주 씨가 훌쩍 컸습니다.
승주 씨는 오전에는 인터넷강좌를 듣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후에는 도서관에 나가 공부를 합니다.
“공무원복지가 많이 부러웠어요. 가능하면 학교전담으로 학생들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직장을 목표를 잡고 있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거나 혹시 사회에서 사고를 친 학생들에게, 관리자 입장이 아닌 따뜻한 친구가 되어서 일 처리와 2차 상처를 입지 않게 해 주고 싶어요.”
 

   
 

엄마덕 – 영어도, 상처도           
“어릴 때는 다문화자녀라서 많이 힘들었죠. 초등학교 때에는 엄마 친구인 일본아줌마 딸과 저 둘뿐이었어요.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 엄마는 친구한테 저하고 놀지 말라는 소리까지 하셨어요. 중학교 때부터는 국제결혼이 많아지다 보니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변해서 잘 모르고 지냈지만요.”
“왕따란 단어만 생각하면, 초등학교시절의 기억이 떠올라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려요. 내가 왕따를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애들이 미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어서 영어라도 잘 하면 친구들이 깐보지 못 할 것 같아 악착같이 영어공부를 했다는 승주씨는 영어를 아주 잘 합니다.   “다 엄마덕이죠. 지난해엔 ‘영어로 말하기’ 대회 멘토로 활동을 했습니다.”

“엄마는 필리핀인으로 청양에 국제결혼으로 온 1호예요. 몸이 약하신 아빠를 돌보며 저희 4남매를 잘 키워주셨죠. 머리도 좋고 늘 긍정적인 엄마가 1순위, 저를 2순위로 존경하죠. 저는 제 목표에 맞춰 계획적으로 한 발짝 한 발짝 잘 가고 있으니까요.”
스스로 정말 잘 하고 있는 본인을 존경한다 말하는 승주 씨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학교 밖 아이였지만, 주변에는 자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돈이 많거나 없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든 없어서든 등으로 자퇴를 하죠.”
동생이나 후배들 역시 제 꿈을 이루기위해서라면 자퇴를 찬성한다는 승주 씨는 고2때 자퇴를 하고 한 달 만에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특성화고등학교엘 들어가서 적응을 못했어요. 발효와 관련된 학교였는데, 졸업하고 나면 공장밖에는 갈 곳이 없을 것 같았어요.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검정고시 출신학생한테는 장학제도가 적어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 했어요.”
아, 난 또 다문화자녀라서 친구들과의 적응이 어려웠나 생각했네요.

힐링-밑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공감대
쓸데없는 스토리에 관심 없어 영화관에도 안 간다는 승주 씨가 시간이 나면 뭘 할까 궁금했습니다.
“유명하진 않지만 소소하게 자기 능력을 발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홍대 가로수길이나, 명동, 한강 등 신인아티스트들의 버스킹 같은 거리 전시를 좋아해요.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라고 쓴 그림이 있었는데, 인상 깊었어요.”
“늙어도 예쁘잖아요.”
할미꽃을 좋아하고, 아리아나 그란데의 팝송 ‘Why Try?’를 좋아한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한국사 읽는 것이 가장 큰 힐링이죠. 어릴 때는 다문화가족이라는 이유로 자존감이 많이 낮아서 늘 웅크렸어요. 조용히 살기 위한 한 가지 선택으로 좁혀있었으니까요. 몸이 바르지 못한 것 같아 교정차원으로 필라테스를 하고 싶긴 한데….”

“만족은 안 하지만, 자살률은 높지만, 포장 잘 된 도로와 사는 데는 불편하지 않은 좋은 세상이긴 하죠.”
“차별 없는 세상이면 좋겠어요. 당연히 돈에 대한 차별도 들어가죠. 지난해엔  공장에 가서 돈을 벌어 필리핀에 가고 싶었는데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기초수급자인 아빠한테 정부에서 생활비가 안 나온다는 거예요. 내가 돈을 벌어서 가는데 왜 안 되는지, 알겠다고, 한국에 조용히 있겠다고 펑펑 울었어요. 청양은 내가 살 곳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돈 없어도 승주씨는 자신만만하잖아요?
“돈 없다는 표시를 하면 무시당해요. 당연히 돈 있는 친구들끼리 놀죠. 좋은 차를 빌려 타기위해 돈을 버는 친구들도 많아요. 돈만 있었으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잖아요. 친구들 부모님은 돈이 없어도 자녀들한테 많은 투자를 하죠. 그런데 우리들은 그러지 못하죠. 그래서 돈이 싫어요.”

“로또요? 아빠보고 제발 로또 사지 말라고 하는데, 돈벼락을 맞으면 책을 사야죠. 제가 좋아하는 경찰한국사와 비싼 문제집요. 청년사업자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18살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 만난 친구는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어요. 그 이익금으로 고아들에게 후원을 하고 있었죠. ‘그 아이들은 기회가 없잖아. 나라도 도와줘야지.’ 그 말을 하는데 정말 감동 받았어요.”

내가 나인 것처럼 너도 너!
“본인하기 나름이죠.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그걸 이용할 줄 모르면 쓸모없잖아요?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더라도, 목표가 없을지라도, 그런 애들한테 끌려다니지 마라. 꼭 엄마의 문화를 따라갈 생각 하지 마라. 너는 이곳에 사는 사람과 똑같은 한국인이다.”     
‘제 자리 지키기’, ‘건방진 것이 짱!’, 이라며 신세대답게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합니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상처 받을지 몰라 말을 잘 안 했는데, 내 얘기도 친구들이 같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말을 잘하죠.”
친구들 사이에서는 조력자역할을 한다며 어떤 말을 하더라도 거침없이 할 말 다 하는 구승주. 얼룩덜룩했던 유년시절을 잘 견뎌줘서 많이 고마웠습니다. 지금보다 더 어른이 되면 그때 그 시절을 무슨 색으로 그려낼까 궁금해집니다.
       
공부도 시대에 따라 당연히 변하는 것이 맞지만, 변화하되 변화가 목적이 되지 않기를, 더 크고 더 나은 목표로 갈 수 있는 수단으로 변화하기를 승주씨나 그의 친구들에게 바랍니다. 
나에게도 스물이 분명히 있었을 테지만, 승주씨를 만나고 오면서 내 스물을 생각하다 말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스물은 있었고 있을 일이니까요.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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