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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답하기 위해, 건강해야 하는 … 긍정가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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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답하기 위해, 건강해야 하는 … 긍정가 이하나
  •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 승인 2018.03.19 14:25
  • 호수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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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이다송에서 이하나로
다송씨 눈이 참 작네요.
“네. 제 눈 정말 작죠? 이름 바꿨어요. 다송이란 이름이 너무 강하다 하여 하나로 개명했어요.” 많을다와 소나무송자인 ‘다송’이란 이름도 예쁘지만, 그에게 꿈과 건강을 가져다 줄 새로운 이름이 지어졌답니다. 그의 꿈이 무엇이든 간에 꼭 이루어지길, 그 꿈을 응원하기 위한 이름을 많이 불러줘야겠습니다. 하나씨는 볼수록 눈, 코, 입이 작습니다.

좋아하는 노래나 책, 소설가나 아이돌 가수 없어요?
“어떡해요. 기억이 안 나요. 소설, 노래, 책을 별로 안 좋아해요. 생각났어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요. 음 저거 좋아요. 행정법요.”
웬 행정법? 소설책도 안 본다며 그 어려운 행정법을?
“내가 알지 못하는 법을 알아내는 것, 그것이 좋아요. 어떻게 하면 생각이 나기도 하고, 또 어떻게 하면 생각이 안 나고, 머리속에서 뱅뱅 도는 것 같아요. 제가 기억력이 엄청 좋았는데, 마취를 하도 많이 해서 기억력이 없어졌어요. 예전에는 숫자를 정말 잘 외웠는데….”
그럼, 어렸을 때 공부 잘 했겠네요. 특히 수학을?
“네? 아니요. 기억력은 좋았는데, 공부하는 기억력은 대개 안 좋아요.”
하긴, 기억도 본인이 원하는 것만 끄집어낸다는 심리작용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나씨랑 함께 한참을 웃었습니다. 
 
떠났으면 좋을 친구 - 패혈증
고3학년 때 질병으로 인해 후천적 장애를 입기 전까지는 네일아트와 메이크업을 배워 헤어숍을 꿈꿨던 소녀. 한 손의 엄지손가락을 질병으로 잃었지만, 사용 가능한 두 개의 손가락으로 조그만 입을 가리고 연신 웃어대는 하나씨는 상대의 마음을 환하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근 8개월 병원에 다니는 동안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느냐 물었습니다.
“아뇨! 많이 아팠지만 병원생활을 즐겼어요. 오후 늦은 시간이면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와 울기도 많이 했지만, 그런 생각은 그 때나 지금이나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아, 언제 퇴원하지? 빨리 나아야겠다만 생각했어요. 아직도 치료가 끝나지 않아 퇴근 후에는 두 발을 소독하는 일이 제일 먼저예요. ”
병원생활을 즐겼다는 말을 들으니 울컥해 집니다.
 

“내가 건강해진 이유는, 누구한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서 다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병원에 있을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어요. 어떤 식으로라도 저도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봉사도 좋아하지만 몸이 안 따라주고,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다 상담하는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이성친구들과의 갈등을 얘기하면 제가 해결책을 알려주지요. 참, 저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어요. 4년 전에 한 과목 점수가 미달돼 떨어졌는데, 지난해서야 통과 했어요. 호호.”
하나씨는 병상에 있을 때 도움을 주신 분들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보답해야한다는 생각이 늘 마음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꿈을 키울 수 있어 보입니다. 목적 없는 삶은 공허하다 하지만, 그래도 목적만 위해 끔찍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하나씨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드라이브입니다. 주말이면 가끔 엄마와 보령댐으로, 어항으로 바람을 쐬러 갑니다. 
늘 엄마가 옆에 있어야만 출근과 퇴근과 약속장소에 갈 수 있어, 엄마에게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그래서 필히, 올 해에 할 일이 있습니다.  
“올 해 목표는 운전면허증을 꼭 따는 것이에요. 사실, 차를 한 번도 가진 적은 없지만 빨리 운전을 배워서 차를 사고 싶어요. 은근히 차 욕심이 있어 어떤 차를 살까 상상만 해도 즐거워요. 좋아하는 드라이브도 하고 엄마도 편하게요. 호호”
좋아하는 아이돌가수도 없고 TV도, 책도 안 본다는 하나씨의 유일한 취미이며,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바람이기도 합니다.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 물으니, 발설하면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입을 꼭 다뭅니다.

“아직 없어요. 남자친구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 죽겠어요. 이상형은 없고 나보다 조금이라도 키만 크면 돼요. 호호. 우리 사무국장님요? 정말 착해요. 저렇게 착한 사람 처음 봐요. 호호” 결국 같이 일하고 있는 사무국장은 하나씨 이상형은 아니라는 소리네요? 히히호호.
남자친구는 없지만, 아무 안주하고나 소주와 맥주를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하나씨는 영화감상을 엄청 좋아한답니다. 
“영화관에 가는 과정이 어려워 집에서 다운 받아 봐요. 며칠 전에 만원 내고 ‘좌와벌’을 진지하게 봤어요. 죄를 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 천륜이란 게 그냥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더라구요.”

지난해에는 휠체어를 타고언니랑 해외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언니랑 자유여행으로 홍콩엘 갔는데 너무너무 좋았어요. 보행도로와 버스를 이용하는데도 편하고, 그곳은 장애인을 위한 도시 같았어요. 더 놀고 싶었는데 직장 때문에 3박 4일 만에 돌아왔어요. ‘딤섬’이 참 맛있었어요.” 올 해는 싱가포르에 가고 싶다는 하나씨에게 여행운이 듬뿍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긍정, 긍정, 또 긍정
금낭화‧바다‧보라색‧강아지를 좋아하고 파인애플‧천혜양 등의 귤 종류와 육회를 잘 먹는 하나씨는, 아직은 혼자 걷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지만 앉아서라도 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정말 착한 언니가 있고, 친구들과 직장이 있어 참 좋다고 합니다. 나 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가진 것을 환원하고자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올 2월에는 호원대 경영학과도 졸업했습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꽃나무처럼, 오로지 꽃 피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처럼, 이웃으로부터 받은 도움이 많아 그것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된다는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바람에 낙엽만 굴러도 웃는다던 시절 내내, 병상에 누워 의식이 오락가락했던 탓인지 무슨 얘기만 꺼내면 그 작은 눈이 감기듯이 웃습니다. 덩달아 저도 몇 달 동안 웃을 것을 단 몇 시간에 깨가 쏟아지듯이 웃었습니다. 
    
청양군복지타운 2층 청양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장애인일자리사업의 일반형 참여자로 근무하는 안개꽃 닮은 하나씨를 출근길에서 자주 만납니다.
조그만 손으로 토닥토닥 책상위의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면서 오늘도 하나씨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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