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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카페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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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카페에서 생긴 일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8.03.12 15:02
  • 호수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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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은 나의 친구…임상구 / 변호사

예전에 어떤 카드사 CF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카피 문구로 많은 국민의 공감을 얻었던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그 말은 희망사항일 뿐 실제로는 “열심히 일한 당신, 주말에도 일하라” 또는 “열심히 일한 당신, 주말엔 아이들을 돌봐라.”가 현실감 있는 표현일 것입니다. 직장인 A씨(30대 중반)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녁 늦게 퇴근하면 같이 놀아달라는 5살 딸아이 B에게 매번 미안한 마음만 들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딸아이는 친구 또래들과 놀다가 다퉜는지 얼굴에 손톱자국의 흉터까지 생겨 아빠인 A로서는 마음이 착잡하고 딸아이가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오후 A씨는 와이프와 B를 데리고 인근 마트에 가게 되었는데, 딸아이가 마트 내에 입점해 있는 키즈카페에 가고 싶다고 하여 와이프는 마트에서 장보게 하고, 자신은 딸아이와 함께 키즈카페에 입장하게 되었습니다. A씨는 딸아이를 따라 모래놀이·공놀이도 하고, 회전그네도 타고, 점핑놀이도 같이 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피곤해지면서 이대로 딸아이에게 맞춰 줬다간 방전으로 쓰러질 것 같아 잠시 한 숨 돌릴 요량으로 블록쌓기 코너로 갔습니다.

A씨는 놀이터 한쪽 벽에 기대어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고, 딸아이가 너무나 기분 좋게 노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도 자주 놀아 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딸아이보다 1~2살 어린 남자아이 하나가 딸아이 근처로 오더니 ‘그 블록은 내가 가지고 놀거야’라면서 블록을 발로 차고 딸아이가 쌓아놓은 블록을 두 손으로 휘저어 무너뜨리는 것이었습니다. A씨는 남자아이에게 ‘하지 마, 그러면 안 되는 거야’하고 주의를 줬는데도 그와 같은 행동은 이어졌고, 이내 딸아이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런데 그 꼬마아이는 울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을 연신 째려보다가 갑자기 딸의 눈 쪽으로 손을 뻗었고, 이에 A씨는 그 행동을 제지하다가 남자아이를 바닥에 넘어뜨려 엉덩방아를 찧게 하였습니다. 물론 그 곳은 충격방지용 고무매트가 깔려 있었습니다. 남자아이가 카페가 떠나가도록 울자 근처에 있던 그 아이 아빠 C가 블록코너로 찾아와 A씨와 몇 마디 주고받다가 언성이 높아지면서 큰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상대 아빠 C는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기 아들 D가 건장한 성년남성인 A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었다며 ‘폭행치상죄’로 고소하였는데, 검찰은 D가 만 2세밖에 안됐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폭행치상죄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기소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1, 2심 법원은 유형력의 행사로 인한 폭행 자체는 인정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상해부분은 폭행과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폭행죄의 유죄를 인정하였고, A씨는 계속하여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따른 무죄를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대법원은 형법 제20조는 일응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것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바(위법성조각), 어떤 행위가 그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며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이 균형을 이루는 등으로 당시의 상황에서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상 취할 수 있는 본능적이고 소극적인 방어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 이에 해당되는데, A씨와 같은 행위는 D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서 자신의 어린 딸이 다시 얼굴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딸에 대한 D의 돌발적인 공격을 막기 위한 본능적이고 소극적인 방어행위라고 평가될 수 있어 무죄라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2도1120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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