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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 데이, 14일의 연결고리! … 화이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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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 데이, 14일의 연결고리! … 화이트데이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8.03.12 14:58
  • 호수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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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매년 3월 중순이면 러시아의 하바롭스크 지역에서는 봄이 오는 것을 축하하는 파티, ‘쿠라다’가 열렸답니다. 혹심한 대륙성기후로 1월 평균기온이 영하22도가 넘는 맹추위로 인해, 겨울 내내 이성 친구를 만나지 못했던 그곳의 젊은이들은 파티에서 사랑을 확인하곤 했답니다.
어느 해인가, 한 젊은이가 파티가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답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청년의 몸을 녹여 줄 보드카 한 병만 있었어도 얼어 죽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깝고 애달픈 마음으로 봄 축하 파티 기간에는 보드카를 주고받는 풍습을 만들었습니다. 보드카의 무색투명한 특징을 따서, 청년이 죽은 날을 ‘화이트데이’로 부르게 된 것이랍니다.
지금도 하바롭스크지역에서는 그 풍습이 전해 내려오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달마다 찾아오는 14일의 데이는, 지치지도 잊히지도 않고 꾸준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2월 14일, 고대 로마의 성 발렌티누스 사제가 순교한 것을 기리는 밸런타인데이는 여성이 남성에게 달달한 초콜릿을 주는 날이며, 러시아 젊은 청년의 죽음이 만들어 낸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는 보드카를 주고받는 풍습대신 남성이 여성에게 더 달달한 사탕을 주는 날로 바뀌었습니다. 
 

1960년대 밸런타인데이가 정착하면서 일본인 젊은이들 사이에 답례 풍조가 생겨났고, 과자업계에서는 마시멜로와 쿠키, 사탕 등을 선물로 내놓았습니다. 일본 전국사탕과자공업협동조합은 1978년 ‘화이트데이 위원회’를 조직해 2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1980년 3월 14일 첫 화이트데이를 시작했다고 기록돼 있답니다.
화이트데이에 대한 러시아의 애틋한 전설 같은 이야기와 일본의 상술 중 어느 쪽이 진짜 이 날의 유래인지는 모르겠으나, 세계적인 밸런타인데이와는 다르게 화이트데이는 한국과 중국과 일본에서만 유독 성황이라 합니다.

밸런타인데이와 더불어 화이트데이는 사랑하는 남녀가 사탕과 초콜릿이라는 매개체로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들의 기념일 중 하나입니다.
어찌 14일의 데이가 연인들만의 날인가요? 솔로를 위한 기념일, 블랙데이도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때 선물을 받지 못한 남녀의 새카맣게 타버린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말쟁이(?)의 말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4월 14일은, 2월과 3월의 데이에 허탕 친 사람들이 자장면을 먹는 날이라지만, 요즘은 커피나 블랙푸드를 많이 찾으며 즐긴답니다.

열정적인 사랑과 기쁨이라는 꽃말을 지닌 장미꽃으로 마음을 전하며 특별한 하루를 만드는 5월 로즈데이가 있는가 하면,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도 수록된 단어로 6월 14일은 연인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키스데이입니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끼리, 선후배끼리, 좋아하는 사이끼리 은반지를 주고받는 7월 14일은 실버데이입니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시원한 산과 바다로 피서를 떠납니다. 끼리끼리 삼림욕을 즐기는 날, 8월 그린데이입니다. 덤으로 반짝이는 별들이 산 속으로, 바다 속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겠지요.
포토데이 9월이 있고, 햇살 가득 담은 달고 싱싱한 포도의 맛을 그대로, 와인데이 10월이 있습니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영화관을 찾아 잠시 숨을 돌리며 영화를 보는 11월 무비데이를 맞이하면, 한 해 동안 수고한 서로를 안아주는 12월의 허그데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새롭게 시작되는 한 해의 꿈과 약속과 이야기를 적을 수첩을 주고받는 1월 다이어리데이가 있습니다.
데이의 의미를 추적하다보니 고스란히 사람과 사람이 만나 깊어지는 과정을 아름답게 고리로 연결해 놓은 듯합니다.

데이에 연연, 데이만 찾던 때가 있었습니다.
뭇 이웃들로부터 할 일도 어지간히 없다며 빈축을 산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받을 사람을 곰곰 생각하며 사탕 한 알, 초콜릿 한 조각 보내던 때가 있었음에 그냥 흐뭇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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