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5:03 (수)
이종수 씨, 9년째 요양병원서 이발봉사
상태바
이종수 씨, 9년째 요양병원서 이발봉사
  • 이존구 기자
  • 승인 2018.01.08 11:29
  • 호수 1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보람 느껴”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 청양이용원 이발사 이종수(64·청양읍 읍내5리) 씨이며, 그는 한 달에 두 번은 꼭 송방리 훈요양병원에 들러 환자의 머리카락을 말끔히 다듬어준다. 9년째 이어온 일이다.

이종수 씨는 “환자 대다수가 중환자라 거동조차 자유롭지 않다. 이발하기 위해서는 봉사자의 손길이 절실한 상태”라며 “내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왜 늦게 왔냐고 말할 정도니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의 이발봉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 35~38명을 상대하려면, 하루 2시간 이상씩 손질해도 이틀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봉사 대상은 병마와 싸우거나 몸조차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간병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며, 침대에 누운 채로 깎아주는 것도 흔한 일이다.
고단한 만큼 보람을 더 크게 느끼는 법. 이종수 씨는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들의 머리카락을 정성껏 빗겨주고, 잘라준다. 가위질 몇 번만으로도 개운하게 여기는 모습에 흐뭇하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힘든 줄도 모르고 봉사한다.

그는 “늘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봉사자 두 사람만 더 있으면 봉사할 곳이 많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함께 일하실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시기 바란다”며 “여력이 닿아 봉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찾아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종수 씨는 초등학교 졸업 후 가정 형편상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대신 기술을 배우고 싶어 이발소에서 일했다. 1977년에는 이용사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이발사로 50년간 외길 인생을 걸었다.그는 이발 기술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늘 마음 한구석에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 주위도 돌아봤다. 다만 누구에게 어떻게 봉사해야 할지 몰라 새마음교회 이준희 목사에게 조언을 얻었으며, 이후 병원 환자 대상의 이발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