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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동티벳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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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동티벳 ④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12.04 14:19
  • 호수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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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평화를 불러 오는 곳 … 동티벳
▲ 신루하이

호수에 밴 은근한 사랑 빛깔 - 신루하이 
설산에 푹 둘러싸인 루워현 마을을 뒤로하고 깐즈 대평원의 입구에 있는 나비모양의 까사후를 지나, 신루하이로 가는 길에서 삼보일배 오체투지 하는 스님들을 만납니다. 신을 향한 기도와 고행은 숨이 멎을 것 같은 고지대에서도 하염없이 행하며 이어집니다. 

마니간거 마을의 만년설산 췌얼산이 병풍처럼 쳐진 산기슭에 자리 잡은 녹색호수, 티베트 거사얼왕의 왕비가 이곳에 놀러 왔다가 빠졌다는 신루하이의 짙은 물빛을 봅니다.  
사랑을 두고 떠날 수 없어, 아주아주 천천히 물속으로 사라져간 왕비의 애잔함이 더 짙은 색깔을 품고 있다는 신루하이는 정말 달력 속 풍경, 그림 같은 곳이었습니다. 

▲ 야칭스

세상과 격리된 빨간 성지 – 야칭스
언덕 위에 커다란 아미타불의 화신인 파드마삼바바의 황금상이 반짝이는 곳, 야릉강에 둘러싸인 은둔의 땅, 깨달음의 성, 관음의 정토, 티벳불교 닝마파(붉은 가사와 모자를 쓰고 결혼이 허용된 종파) 승려들의 최대 수행처, 3천 여 명의 비구와 7천 여 명의 비구니들이 생활하고 공부하는 곳, 야칭스입니다.

해발 4천 미터의 위치에 있는 야칭스에는 야릉강을 사이에 두고 비구와 비구니의 거주지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강 안쪽으로 마치 동그란 섬처럼 보이는 비구니들의 거주지는, 판자와 비닐천막으로 지어져 대규모 쪽방 또는 난민촌을 연상하지만, 비구들의 거주지에는 백탑과 마니차사원과 반듯한 집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언덕 아래에는 1미터 높이에 채 1평도 되지 않은 크기의 비닐과 판자로 만든 개개인의 수행처, 오로지 티벳불교를 몸으로 익히기 위한 명상과 기도를 하는 기도실이 있습니다.
마침 몇몇의 학승들은 기도실을 짓느라 여념이 없고, 또 몇몇의 학승들은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습니다.
매일 오전이면 언덕에서는 수많은 학승들이 불법을 듣고, 강바람에 돌아가는 마니차를 보며, 강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아침 수행을 합니다. 종교 외에도 사상과 철학, 문학 등 다양한 학습과 수행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대법회가 열리는 때에는 이 넓은 들판이 빨갛게 물든답니다.

비구니 거주지로 가는 다리에는 타르쵸와 룽다가 펄럭이고, 범어를 새긴 고운 돌들이 올려 있습니다. 오체투지를 할 때 바닥에 깔기 위한 장판과 비닐을 파는 가게에는 붉은 가사를 입은 비구니들이 잔뜩 모여 있습니다.  
3~4평 크기의 수많은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을 따라, 골목의 끝이 어디쯤인가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린 비구니들이 나오며 수줍은 듯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까르륵 웃으며 달아납니다.
 비구니의 절반이상이 10~20대이며, 1~3년 수행을 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 일상생활을 합니다.

집집마다 번지수가 색연필로 진하게 써져 있는 판잣집 지붕 위에는, 아슬아슬하게 꽃 화분이 놓여 있고, 틈새로 보이는 마당에는 채소도 심겨 있습니다.
손수 본인의 거주지를 짓기 위해, 모래를 고르거나 판자를 나르는 비구니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녁노을을 받으며 지붕위에 기도실을 짓는 비구니들을 봅니다. 금방이라도 지붕이 가라앉을 듯 보는 사람이 오히려 더 불안합니다.     
  
 

▲ 개인기도실

등신불이 있는 대웅전  
비구니 숙소 위쪽으로 아름다운 금빛지붕인 대웅전이 있습니다.
마당에서는 무슨 검문이 있는 듯 경찰 몇 명을 비구니들이 둘러싸고 있으며, 안에서는 많은 학승들이 만다라를 그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불경을 외우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오체투지를 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무심코 불상 앞에서 합장을 하고 있으니, 등신불이라고 알려줍니다.
소설 속의 ⌜등신불⌟이 실제로 존재한다니, 소름이 쪽 끼칩니다.
이곳에 처음 사원을 세우고 불법을 한 라마야추라는 린포체(환생한 고승)의 등신불이라 합니다. 

▲ 티벳 스님들

야채를 파는 리어카도 있고 모피를 파는 가게도 많지만, 머리 위로 높이 올라오는 큰 등짐을 진 어린 비구니들의 빨간 모자와 빨개진 두 볼을 보는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강둑에 천막을 네모나게 치고 흐르는 강물과 구름을 보며 대소변을 보면서도, 하루에 2시간만 공급되는 전기시설임에도, 다시 태어나 살게 될 내세에 참다운 행복이 있다고 믿는 불교의 가르침에 순응하며, 이보다 더 열악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의 혹독한 수행을 자부심과 긍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고행의 삶을 살아가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삶과 죽음, 종교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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