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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8명의 식구가 한솥밥 먹으며 오순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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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8명의 식구가 한솥밥 먹으며 오순도순
  • 김명숙
  • 승인 2001.10.01 00:00
  • 호수 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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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면 천장리 4대가족 황인관씨 가족
▲ 한집에 사는 황철환씨 4대.가족
맘 편하게 해드리는게 최고

“진주(증조)할아버지, 진주할머니 저거(케익) 먹으게 이리 오세요” 네살박이 교범이가 자신의 생일이라고 아빠가 케익을 사오자 방에 계신 증조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달려가 아뢴다.
거실에서 케익을 먹다가 일 끝내고 돌아오는 할아버지 차소리가 마당에서 나자 얼른 문을 열고 나가 “다녀오셨어요?” 인사하고 팔에 안기는 두 아이들.
정산면 천장리에 사는 교범이네는 요즘 보기 드물게 여든여섯살 증조부터 이제 18개월 된 교혁이까지 4대가 한집에 살고 있다.

1대 황준익(86) 할아버지와 박희순(85) 할머니, 2대 인관(62. 한옥 목수)씨와 최복규(55)씨 내외, 3대 철환(31. 애경유지 운송업체인 우영화물 직원)씨와 김성순(30)씨 부부, 그리고 4대 교범이와 교혁이 이렇게 8명이 매일 한 밥상에서 아침을 먹고 저녁에 각자 일터서 돌아와 얘기꽃을 피운다.
“아버님과 어머님이 노환으로 다리가 불편하신 것 말고는 크게 편찮으신데가 없어 다행입니다. 자식들이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데 두분이 오래오래 사시니 든든하고 좋죠. 또 착한 며느리가 들어와 어른들을 잘 모시니 그게 고마울 뿐입니다”
2대 며느리 최복규씨는 자신의 세대야 당연히 부모를 모시는 것이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분가해서 나가서 사는걸 당연하게 여기는데 며느리는 나가서 살으라고 해도 결혼하면서부터 시어른을 모시고 사는게 기특하다고 말한다.

3대 며느리 김성순씨도 당연히 어른들 모시고 사는 것으로 알고 혼인했다는데 층층으로 웃어른 모시는데 가장 어려운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시조부모께서 무엇이든 잘 잡수시는데도 하루 세끼 국이나 찌게 거리가 가장 걱정이라며 그래도 시어머니가 계셔 무엇이든 보고 배울수 있어 좋다고 한다.
황준익 할아버지는 부여사는 박희순 할머니와 69년전 혼인하여 일가를 이뤄 창원황씨 8대째 대를 이어 이마을에 살며 이제 증손 교범에게 황씨집안의 300년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또 2대 황인관씨는 정산면 마티가 친정인 최복규씨와 혼인하고 3대 며느리는 강릉서 시집왔다.

“내가 소원이 뭐 있것어 오늘이 제일 좋은날여. 우리 증손 태어나서 생일 맞았으니께 밥 안먹어도 배불러”
박희순 할머니는 손자 장가 가는 것만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떡두꺼비 같은 증손자를 둘씩이나 봐서 이제 소원 다 이뤘다고 말한다.
황인관씨 내외는 30년 넘게 살았어도 어른들이 계셔서 큰소리 한번 내서 다퉈본 적이 없는 화목한 가정을 이뤘다.

철환씨도 조부모에게 성심껏 하는 부모를 보고 자라 혼인해도 당연히 한집에 사는 것으로 시집올 색시에게 일러뒀을 정도다.
얼마전에 할아버지께서 감기에 걸려 오랫동안 입맛을 못잡는 것을 보고는 소족을 사와 꼭 할아버지 혼자만 고아 드리라고 어머니게 당부했을 정도로 웃어른을 섬길줄 안다.
여늬 집은 8명의 식구 밥상 차리는 것도 부담가겠지만 이집 3대 며느리 김성순씨는 주말마다 시조부모 뵈러 오는 가족들때문에 열식구 이상의 살림을 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황준익 할아버지의 직계가족만도 70명이 넘어 명절때도 북적북적 하지만 두어른 생일때가 되면 최소 50명 이상이 모이고 있다.

며느리와 며느리는 어른들께 잘하지 못해 서로 죄송하다지만 집안이 화목한 것은 다 그들이 잘해서 일 것이다.
“잘해 드리는 것 없어요. 그냥 하루 세끼 끼니 때 맞춰 진지드리고 식구들이 나갔다 들어오면 얘기 드리는 것 뿐인데…”

<우리의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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