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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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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08.14 13:58
  • 호수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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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애/ 대치면 대치리

칠갑산 산자락 작은 마을에 둥지를 튼 지 어언 5년이 되었다. 산 좋고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가운데 저수지의 오리배가 운치를 더해준다. 마을 입구에는 칠백 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버티고 서서 오고가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준다. 조경을 깔끔하고 멋있게 한 정자나무는 청양의 자랑이요 하나의 작품이고 명소이기도 하다.

철따라 갈아 입는 옷을 보면 죽은 듯이 벌거벗은 모양으로 가지만 앙상하다가 나름대로 속살을 내보이듯 적나라한 자태를 뽐내기도 한다. 그 위에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부끄러운 새아씨의 홍조 띤 얼굴처럼 소박하기만 한데 가지마다 소복소복 쌓인 눈이 장관을 이룬다.

쌀쌀했던 한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볕 아래 눈꽃으로 단장했던 새하얀 드레스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단장을 위해 뿌리가 요동하고 묵직한 몸통은 기지개를 펴며 앙상한 가지들을 깨우며 어수선하다. 빨리 싹을 틔우기 위한 준비를 하라는 신호인가보다. 깊은 계곡 옹달샘 구멍에서 퐁퐁 솟아나는 물방울소리처럼 가지마다 연녹색의 나뭇잎이 하나하나 솟아나더니 제법 잎 모양새를 만들어간다.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에 젖은 잎이 며칠이 지나자 파란색 옷으로 완벽하게 단장하고 무더운 여름을 맞이할 태세를 갖추었다 작열하는 태양에 몸을 맡긴 채 무더위에 지쳐 있는 나그네의 쉼터가 되어주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다.
육이오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 가난했던 시절, 열 명 넘는 자식들을 굶기지 않으려 고생을 낙으로 여기며 밤을 새워 길쌈하시고 군데군데 구멍 난 치맛자락으로 자식들을 감싸시던 어머니의 품속처럼, 찾아드는 길손을 뿌리치지 않고 맞아준다.

이뿐이겠는가? 우리 마을엔 청국장이 유명하다. 구수한 청국장 끓이는 냄새가 입맛을 자극 한다. 하루에도 수십 대의 관광버스와 자가용이 줄을 잇는다. 삼분의 일이 식당이고 삼분의 일이 절간 법당 굿당 산당 제당 무당집이다. 나머지 농가 몇 집이고 귀촌한 가정집이다. 거의 고령의 어른들과 독거노인이 많다. 노부부가 함께 살지만 경제와 건강이 여의치 않은 집도 있다.
얼마 전에 할아버지 세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안타까웠다. 유족들을 위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인생의 무상함을 실감하며 나의 황혼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참 부지런하다. 돈벌이가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신다. 잔디도 심고 길에 풀도 뽑고 산과 들의 나물을 뜯어 식당에 팔기도 한다. 연세가 많지만 식당일이나 남의 집 논 밭일도 가리지 않고 다들 잘하신다. 왜일까? 더 늙기 전에 돈 벌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고 또 당장 생활이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핵가족시대 일곱 식구가 한집에 사는 가정도 있다. 일본 여성을 아내로 맞아 삼남매를 낳고 부모님 공양하며 성실하게 살고 있다. 부모님은 살뜰하게 자부를 챙기고 사랑하신다. 보기에 다복하고 본이 되는 가정이다. 기회가 되면 섬기고 싶은 가정이다.

우리 마을은 이장님을 비롯해 모두가 정이 깊고 훌륭하신 분들이다. 서로가 나누기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배려하고 허물이 있으면 누가 알까 덮어준다. 욕심을 부린다면 조금만 더 마을 발전을 위해 더욱 모이기에 힘쓰고 한 마음으로 하나 되어 행복한 소통이 되면 바랄 것이 없겠다. 우리 마을엔 귀촌한 가정이 많다. 꿈을 안고 모여든 사람들이 잘 적응하여 정착하기를 바랄뿐이다. 청양군 인구 증가를 위해 불철주야 수고하는 사람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각 마을의 주민들이 수용하고 포용해주면 좋지 않겠는가? 나의 희망사항이다.

청양은 말 그대로 청정지역이다. 칠갑산이라는 관광자원이 확보되어 있고 농민들의 피땀 어린 농산물이 특산물화 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좀 더 힘쓰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을 유치하여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지 않도록 막는 일 또한 시급한 과제라 생각한다.
천문대와 휴양림 저수지를 연결한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가동이 이루어진다든지 칠갑산 아흔아홉 골을 연결하는 전차 레일을 깔아 왕래한다면 관광객 유치하기에 굉장한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는 다행스럽게 한티마을에 연꽃 농사가 잘되어 볼만한 구경거리가 생겼다. 보기만 해도 운치가 있고 향기가 있어 분위기 또한 색달라 기대가 된다. 주민이 하나가 되어 연꽃축제 행사를 하면 식당도 살고 부업을 통해 주민소득도 올릴 수 있지 않겠는가?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차량이 줄어 식당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질 위기에 있던 차에 연꽃 농장이 큰 몫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녀회장이란 책임이 있어서일까, 기도하는 마음일까,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의 마음도 헤아려지고 신경이 쓰인다. 각 식당 앞에 차량이 없으면 어딘가 모르게 내 마음도 쓸쓸해진다.

요양원에 가 계신 할머니, 대상포진으로 고생하시는 할머니, 팔을 다쳐 깁스한 할머니, 당뇨로 가끔 정신을 잃고 쓰러지시는 할아버지, 고령의 몸으로 밭일을 하시는 할아버지, 잔디 심는 일을 하다 몸이 약해 병원 왕래가 잦은 할머니, 무릎 고장으로 고통 받는 할머니, 모두가 마음 아프게 신경이 쓰인다.

마을회관 건축하랴 농사일 보험일 장사하는 일로 일인 몇 역을 감당하시는 이장님을 볼 때면 입이 벌어진다. 남자도 힘든 일을 거뜬하게 해내신다. 총무님 회장님 주민 모두가 회관 건립하는 일에 커피 한 잔 수박 한 통이라도 내놓으며 수고하시는 분들의 힘이 되기 위해 애를 쓰신다. 앞으로 우리 마을에도 한글교실, 난타, 요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 화합과 단합 속에서 이루어지면 좋겠다. 자기 소견 다 내려놓고 화합과 발전을 위해 용기 있는 결단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티 주민과 어르신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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