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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⑤ …헝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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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⑤ …헝가리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08.07 16:11
  • 호수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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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춤, 동화 속을 걷는 느낌!
▲ 시타델라요새에서 본 부다페스트

아닌 게 아니라 국경에는 버스가 잔뜩 밀려있습니다. 환영식에 못지않게 이별식 역시 환대하게 치르는 동안, 길게 늘어선 버스의 뒷모습을 보면서 플리트비체 호수 속의 송어를 생각합니다.
아시아계의 유목민 마자르족이 세운 바다가 없는 내륙국, 음악이 아름다운 나라 헝가리로 가는 길은 잘 익은 밀밭과 푸른 옥수수밭이 수평선을 만듭니다. 
매운 음식과 식도락을 즐기며, 정이 많고 남들에게 보이는 겉모습을 중요시 하는 헝가리인들은 명성과 출세를 인생 최고의 가치로 여깁니다. 박학다식하여 노벨상 수상자가 10명 넘게 탄생하였으며, 면적의 2/3이상이 온천개발이 가능한 지역으로 전국에 천개가 넘는 온천이 있답니다.   

▲ 부다왕궁에서 본 세체니다리와 페스트지구

헝가리의 바다 – 발라톤호수
짙은 옥색호수에 백조가 떠 있는 발라톤호수는 중부유럽에서 가장 크다지만 정말 호호망망합니다. 
어젯밤, 자그레브에서 좋은 일이 있었는지, 우리의 베스트 드라이버가 버스 채 배에 오릅니다. 인솔자도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 하네요.
갑판에 올라 바람과 햇볕과 바다 호수를 보다 도착한 곳, 헝가리에서 가장 비싼 땅, 호숫가에 있는 아기자기한 티하니마을은 보라색과 흰색과 붉은색의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합니다. 헝가리 명품인 헝겊에 놓은 자수공예품과 말린 라벤더, 길게 엮어 걸어 놓은 붉은 파프리카, 자기로 만든 온갖 모양의 그릇과 꽃송이들이 발라톤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라벤더의 향이 은은한 마을을 떠나 부다페스트로 가는 평원은 해바라기, 온통 해바라기밭입니다.
    
글루미 선데이 – 부다페스트
잔잔하고 슬픈 선율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자살로 이끈 슬픈 곡, 오직 한 여인만을 위한 피아노 곡 ‘글루미 선데이’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촬영지, 물의 도시, 도나우의 진주, 부다페스트의 골목과 건물과 차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마치 한 장의 큰 수채화 같습니다. 
알프스북부의 슈바르츠발트 산지에서 발원하여 독일에서부터 오스트리아를 지나 헝가리로 흐르는 도나우강의 야간 유람선은 낭만 백배, 강가 건물에 반짝이며 불이 들어오니, 소낙비의 빗물에도 반짝반짝 불빛이 머물다 갑니다. 세체니다리와 에르제베트다리에 금빛과 푸른빛이 들어오자, 넓고 길게 도나우강을 물들이며 국회의사당에서 황금빛을 발산합니다.     

▲ 영웅광장

도나우강 동쪽 – 영웅광장·
성이슈트반대성당·국회의사당

지형이 평평한 현대적 상업지구로 서양미술관과 현대미술관, 시민들의 휴식처인 시민공원과 넓은 영웅광장이 있는 페스트지역입니다.
헝가리 건국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영웅광장에는 중앙에 36미터 높이의 기념비가 있고, 꼭대기에는 민족 수호신 가브리엘천사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기둥 옆으로는 헝가리를 세운 7명 마자르 부족장들의 기마상이 있으며, 뒤쪽으로 헝가리 역대 왕과 영웅들의 동상이 연대순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현대적 건물의 카페와 기념품점이 많은 바치거리를 걷다보면 암녹색의 웅장한 돔과 높은 탑이 보입니다. 헝가리에서 세례를 받은 초대국왕 이슈트반 1세를 기리고 건국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성이슈트반대성당’입니다.

▲ 국회의사당

오랜 식민지를 청산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선양하는 의미로, 오직 자국의 건축기술과 인력·자재만을 사용하여 3명의 건축가가 55년에 걸쳐 완공했답니다. 부다페스트 최고의 높이인 96미터 탑은 헝가리 건국 원년인 896년을 뜻합니다.
 푸르다 못해 짙은 녹색의 도나우강에 떠있는 아름다운 건물 역시 헝가리 건국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설계부터 완공까지 17년이 걸려 지은 국회의사당입니다. 청소하는 것만도 15년이 걸렸다는 이곳은 밤에 보거나, 낮에 보거나 마치 물 위의 궁전 같습니다.
헝가리 민주의회정치의 현장인 국회의사당의 지붕에는 365개의 첨탑이 있어 1년 365일을 상징하며, 외벽에는 역대 통치자 88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답니다. 김춘수시인은 의사당 앞 코슈트광장에서의 민주화운동을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란 시로 표현했습니다.

▲ 어부의요새와 마차시성당

도나우강 서쪽 – 시타델라요새·
겔레르트언덕·어부의요새·
마차시성당·부다왕궁

산과 언덕으로 되어 있어 전망이 좋은 부다지역은 예로부터 왕과 귀족들이 살던 지역입니다. 시타델라요새로 올라가는 겔레르트언덕에서 내려 보는 전경은 우와! 정말 근사합니다. 
언덕 초입의 성벽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헝가리수영선수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비롯해 역대 올림픽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 사진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언덕의 왼쪽으로는 부다와 페스트와 그 사이에 부드럽게 흐르는 강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헝가리 근현대사의 상처를 담고 있는 수백 수천 발 총탄의 흔적을 지닌 성벽이 있습니다. 
죽 늘어서 있는 기념품 가게도 들쑥날쑥하며 부다페스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타델라요새에 왔습니다. 합스부르크제국이 독립을 열망하는 헝가리인들을 감시하기 위해 세운 감시용 망루였다 하네요. 강 위로 드문드문 다리가 보이고 도나우만큼이나 여유로운 구름이 흐릅니다. 

▲ 마차시성당

강을 향해 종려나무를 높이 치켜들고 있는 겔레르트언덕의 소녀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물리친 소련군이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공산정권이 무너진 후 치욕의 역사를 상징하는 소녀상과 요새를 철거하려 했으나 후손들에게 교훈으로 삼고자 그대로 남겨놓았답니다.   
 동화궁전, 어부의 요새는 헝가리 왕가의 뿌리이자 가장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성채의 언덕인 바르 언덕에 있습니다. 이곳은 중세에 있던 오래된 성으로, 19세기 시민군이 왕궁을 지키고 있을 때 도나우강의 어부들이 강을 건너 기습하는 적을 막기 위해 이 요새를 방어한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으며, 애국정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새하얀 석회암으로 조각 된 원뿔모양의 돌로 된 아름다운 7개의 뾰족탑 역시 광활한 평원에 정착했던 일곱 헝가리부족을 의미합니다.
산책하고 앉아 쉬며 아름다운 도나우강과 국회의사당과 성이슈트반대성당과 페스트지역을 감상하기에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이곳은, 마차시성당을 19세기말 재건축한 프리제시 슐렉의 걸작품이랍니다. 

축복받은 성모마리아 교회인 마차시 성당은 13세기 벨러4세가 건축한 고딕 양식 건물로 부다지역의 상징입니다. 헝가리왕의 대관식과 결혼식을 거행하던 곳으로, 15세기 마차시왕이 탑을 증축하면서 본인의 이름을 붙였답니다. 화려한 모자이크 방식의 기와지붕과 섬세한 조각으로 둘러싸인 건물외관을 보니 숨이 탁 막히도록 아름답습니다.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오르간연주와 함께 장엄한 미사가 진행되겠지요.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엄숙하고 성스러울 것 같습니다. 
 헝가리인들의 역사와 함께 한 부다왕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마차시대왕상은 맨 위에, 대왕이 전쟁 중에 부상을 당하고 적에 쫒기는 것을 구해주었다는 소녀상은 오른쪽에 있는 분수를 봅니다. 헝가리 민족영웅 마차시대왕이 왼손에 붙잡고 있는 동물이 뭐지? 뭘까 궁금합니다. 

층마다 작품을 관리하는 연세가 지긋한 엄숙한 분들로 인해 더 엄숙해야 했던 국립미술관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마침 헝가리대통령이 근무한다는 집무실 앞에서 근위병교대식을 합니다.  
왕궁의 정원 입구에 독수리를 닮은 조각상이 눈에 띕니다. 헝가리를 건국한 아르파드를 낳았다는 전설의 새, 민족의 상징 투룰이랍니다. 한쪽 발에는 왕의 칼을 쥐고 있습니다. 
잘츠부르크에서의 ‘등산열차’와 비슷한 시클로 케이블카를 타고 왕궁과는 작별을 합니다. 인솔자는 시클로 앞 유리창을 통해 도나우강과 세체니다리를 감상하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전혀 없이 단숨에 내려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혀가 없는 사자가 지키고 있는 비극적 영화의 주 무대 세체니다리를 봅니다.

▲ 부다왕궁과 체체니다리

부다와 페스트를 한 몸으로 - 세체니다리
도나우강에 있는 다리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다리입니다. 세체니 이슈트반 백작의 아이디어로 10년에 걸쳐 건설된 세체니다리. 세체니는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도 기상악화로 배를 타지 못한 자신의 안타까운 경험을 계기로 다리를 건설했답니다. 부다와 페스트를 한 도시로 통합한 견인차 구실로 경제와 사회발전 등 중요한 업적을 남겼으며,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늘 깊고 푸른 도나우와 함께 있습니다.  

▲ 티하니마을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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