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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밤’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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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밤’ 어디로 갈 것인가?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01.02 11:30
  • 호수 11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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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무/ 청양군산림조합 유통전문담당, 청양신문 명예기자

2016년 밤 수확시기의 수매시장은 몇 년 만에 최대 호황기를 누렸다.
올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기후 변화에 따른 긴 가뭄으로 8월말, ‘올 밤농사는 망쳤다’는 말이 나올 만큼 심각한 흉작이 예고된 해였다. 더구나 예년에 비해 추석이 일찍 다가와 햇과일을 선호하는 국민정서상 수매시장 외의 거래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절대적인 공급 부족을 겪었고, 특 등급의 밤은 아예 구입조차 어려웠다.
조생종을 수확하는 9월초까지 대흉작이 예고되고, 낙심한 생산자들의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다행히도 간간이 비가 내리면서 상황 또한 급반전되었다. 자연 낙과로 인해 밤송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적기에 내린 비라 중·만생종의 경우 과실이 잘 발육했고, 특과 대 등급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던 것이다.
수매가도 예년대비 특을 기준으로 40% 인상되었다. (평년 특대 비율 60% 내외에서 올해 80% 이상 특이 과잉 생산된 기현상)
반면 중·소 등급은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적었다. 작은 것을 원료로 하는 가공업체와 수출업체에서는 품귀 현상으로 남부지방 밤 가격이 하위등급에서 중부지방보다 높아지는 흔치 않은 일도 발생했다.
한편으로는 고온 건조한 날씨에서는 충해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어 안심했으나 9월말, 병충해 전문가도 설명하기 어려우리만치 예기치 못한 복숭아명나방과 밤바구미의 피해가 심각했고, 현재에도 유통업체에서는 충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일부지역에서는 2차 수매가 중단됨으로써 높은 수매가격으로 인한 유통부진으로 이어졌다며, 생산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등 밤 유통업계는 이래저래 힘들었던 한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림조합 수매 결과 전년대비 밤 대금이 60% 이상 더 지급되었음을 감안할 때 이는 타 작목에 비해 고무적인 일이며, 우리 지역 밤 산업의 문제점을 보완해 경쟁력 있는 품목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품종 전환이 시급하다
제주 감귤이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라고 한다. 당시는 부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채산성을 맞추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반면 20여 년 전부터 잡귤이라는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등 품종 전환을 과감히 시도한 농가는 매년 소비 증가와 가격 유지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농업의 표본이 되고 있다. 5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소비 수준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입맛이 바뀌었으며, 물밀듯이 밀려오는 수입농산물과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변화하지 않으면 반드시 퇴보한다는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를 실증해 주는 사례가 바로 충주 지역이다. 충주는 다른 지역에 없는 ‘이평’과 ‘석추’ 품종으로 차별화를 이루어 충청권의 다른 지역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밤은 옥광, 대보, 병고, 석추, 이평 품종을 특수 밤이라 하고 나머지 밤 품종을 일반 밤이라 부른다.
이 중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는 옥광과 대보는 어디서나 큰 가격 차이 없이 수매되고 있다. 내충성 품종이라 벌레의 피해 또한 적으며, 눈으로 보아 충과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박피 시에도 이 두 품종을 기계로 작업하면 75% 이상의 수율이 나와 일반 밤 60%보다 15% 이상 높다. 시장은 급격히 고품질 밤을 요구하는 추세이고, 수요 없는 공급은 생산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게 수반되므로 일정 비율씩 고품질 품종으로 갱신해야 한다.
청양지역의 축파 밤은 분명 지금까지 많은 소득을 안겨준 효자 품종이다. 관리가 쉽고 다수확을 올릴 수 있는 대과이지만 판로는 점차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여타 일반 밤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옥광’, ‘대보’ 청양의 희망인가?
우리 지역에서 특수 밤을 기피한 요인은 생산량이 많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몇 년 전부터 부여군 충화면의 대보 선도 농가를 방문해 살펴본 결과, 15년생 기준 1ha에서 사방 10미터 간격으로 100본을 심어 1주당 약 40kg, 1ha당 4톤 내외를 수확하고 있었다. 충청 지역이 평균 2톤 내외를 수확하는 것을 보면 재배 기술로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이 두 품종은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고, 유통 관계자들 간의 물량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그에 반해 집중적으로 단지화 하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밤 유통 전문가들의 추론도 특수 밤이 대세이다. 충주가 석추, 이평으로 특화되었다면 청양은 옥광, 대보로 과감히 승부를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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