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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 프로젝트-오래된 풍경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다 3-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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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 프로젝트-오래된 풍경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다 3-②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6.07.25 16:34
  • 호수 11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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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과 설화, 그리고 예술의 만남 ‘대룡마을’

현 정부 들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도시재생사업(지역재생사업)이다. 이 사업은 산업구조의 변화 및 신도시·신시가지 위주의 도시 확장 여파에 따라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있는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창출함으로써 경제적·사회적·물리적으로 과거의 부흥기를 되살리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이 사업은 쇠퇴하고 낙후된 구도시를 대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물리적 정비와 함께 사회적, 경제적 재활성화를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다.
청양군도 지난 2015년부터 사업비 39억 2700만 원이 투입되는 ‘청양읍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2기 균형발전사업 일환으로 구도심 활성화를 도모하는 이 사업은 1970년대 당시의 풍경을 바탕으로 생태하천 복원, 소공원 조성, 도로정비, 주차장 설치 등을 통해 새 관광자원으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청양군의 기대대로 새로운 관광자원 및 생활환경 개선의 첨병이 되고 지역의 활기찬 미래를 견인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글 싣는 순서]
1. 청양읍 도시재생사업 추진
2. 도시재생사업의 국외 사례
3. 도시재생사업의 국내 사례
   1)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
   2) 부산시 기장군 대룡마을
   3) 강원도 고성군 왕곡마을
   4) 충남 태안군 대야도마을
4. 청양읍 도시재생사업의 방향

구전설화도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오리 대룡마을. 이곳은 마을이름의 유래가 된 설화와 주민들, 그리고 예술가들이 어떻게 농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 마을엔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설화가 있다. 옛날 마을 앞 큰 연못에 어미용이 아들 둘과 딸 둘을 데리고 살았다. 시간이 지나 연못물이 줄고 자식들이 장성하면서 함께 살기 비좁게 됐다. 이후 사람들은 어미용이 살던 마을을 대룡마을, 자식들이 이사 간 곳을 기룡마을과 용소마을로 불렀다. 대룡마을에는 ‘용바위’가 있는데 어미용이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울다 쓰러져 굳어버린 것이라 한다.

 

▲ 부산시 기장군 대룡마을은 주민과 예술가의 만남이 어떻게 농촌을 아름답게 변신시키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본래 이 마을 주민들의 주업은 축산업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전국적인 우유파동 사태를 겪으면서 이곳의 축산 농가들도 대부분 폐업하고 말았으며, 빈 축사가 빚어내는 마을 분위기 또한 초라하기 그지없게 되었다.
그러다 1997년 반전이 일어났다. 이 마을 출신의 한 예술가가 고향을 살리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조각, 미술, 도자기, 목각 등 다양한 부류의 젊은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둥지를 틀게 되면서 공동창작촌의 면모를 서서히 갖추기 시작했다.

 

주민들과 젊은 예술가들의 노력은 2007년 결실을 보기에 이른다. 행정자치부 시행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시범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사업비 20억 원을 지원받게 된 것이다.
당시 행자부는 전국의 모든 마을을 대상으로 ‘우리 마을 보물찾기 대회’를 개최했다. 대룡마을은 마을 이름인 ‘대룡’과 관련된 설화를 각색해 지역의 자랑거리로 특화함으로써 수상의 기쁨을 안고 변신을 도모했다.

빗장 없는 예술촌으로 발전하다
대룡마을은 행자부 선정 3년 만에 마을 전체가 예술작품처럼 바뀌었다. 예술과 농촌, 그리고 여러 가지 체험이 어우러진 ‘오감만족 공동체’로 변신한 것이다.
집집마다 주민들이 직접 이름을 적고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각각의 문패가 걸려 있고, 미적 감각이 넘치는 안내판과 갖가지 벽화, 수많은 조형물이 마을을 장식했다. 

 

▲ 대룡마을은 고리원전 때문에 30년간 개발이 제한됐지만, 반대급부로 옛 풍경을 보존할 수 있었고, 주민들은 이 반대급부를 적극 활용했다.
대룡마을은 고리원전과 가깝다는 이유로 30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가 2002년에서야 해제됐다. 이 때문에 발전이 더딘 대신 흙담, 돌담 등 옛 농촌의 풍광을 보존할 수 있었다는 장점을 지니게 되었다.
주민들은 마을에 들어온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기존 풍경을 바탕으로 한 경관개선, 관광상품 개발 등 농촌문화를 관광자원화 하는 사업에 치중했다.
대룡마을에는 아예 이사해 살거나 작업장을 갖고 있는 예술가가 16명에 이른다. 전체주민의 8%나 된다. 각각 조각, 미술, 도자기, 목각, 철공예 작업 등을 하는 예술인들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독특한 예술품으로 마을에 활기를 주고 있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특히 무인카페 ‘아트 인 오리’는 주인 없이 운영되고 있어 인상적이다. 아늑한 공간을 자랑하는 아트인 오리는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커피를 마시며 예술가들의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이처럼 대룡마을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 작가가 남긴 설치미술품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대룡마을 주민들의 변화 노력은 사업 초기였던 2007년 가구 수보다 30가구가량 늘어나는 성과를 일구었고, 인근 부산이나 울산 등에서 오는 관광객 또한 증가하면서 땅값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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