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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 프로젝트-오래된 풍경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다 ②-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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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 프로젝트-오래된 풍경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다 ②-1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6.06.27 11:08
  • 호수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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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관광산업의 중심 ‘주장’
1. 청양읍 도시재생사업 추진
2. 도시재생사업의 국외 사례
  1) 중국 강남지방의 수향 ‘주장’

현 정부 들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도시재생사업(지역재생사업)이다.
이 사업은 산업구조의 변화 및 신도시·신시가지 위주의 도시 확장 여파에 따라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있는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창출함으로써 경제적·사회적·물리적으로 과거의 부흥기를 되살리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이 사업은 쇠퇴하고 낙후된 구도시를 대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물리적 정비와 함께 사회적, 경제적 재활성화를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다.

청양군도 지난 2015년부터 사업비 39억 2700만 원이 투입되는 ‘청양읍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2기 균형발전사업 일환으로 구도심 활성화를 도모하는 이 사업은 1970년대 당시의 풍경을 바탕으로 생태하천 복원, 소공원 조성, 도로정비, 주차장 설치 등을 통해 새 관광자원으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청양군의 기대대로 새로운 관광자원 및 생활환경 개선의 첨병이 되고 지역의 활기찬 미래를 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특히 이렇다 할 소통이나 논의 과정 없이 추진되는 측면이 있어 주민영역의 협조와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낼지 분명하지 않다.
이 때문에 청양신문은 청양읍 도시재생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도출하는 방법으로 국내 및 국외 취재를 기획했다. 기획취재의 주 제목은 ‘지역재생 프로젝트 - 오래된 풍경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다’이다.

[글 싣는 순서]
1. 청양읍 도시재생사업 추진
2. 도시재생사업의 국외 사례
  1) 중국 강남지방의 수향 ‘주장’
  2) 중국 강남지방의 수향 ‘서당’
  3) 중국 강남지방의 수향 ‘주가각’
3. 도시재생사업의 국내 사례
4. 청양읍 도시재생사업의 방향

900년 역사의 관광자원 ‘주장’
오래 전부터 중국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말이 있다. 
‘중국 산천의 아름다움은 황산에 모여 있고, 강남 수향(水鄕)의 아름다움은 주장에 모여 있다’거나 ‘강남 풍경은 천하에서 제일이고, 주장 풍경은 강남에서 제일’이라는 말이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수향(물의 도시, 운하의 도시)은 주장이다. 주장이 지닌 가치와 아름다움은 지난 2001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렸을 때 상해 이외의 개최 도시 중 하나로 선택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상해에서 67km, 소주에서 40km 가량 떨어진 주장은 9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양자강에서 황포강으로 이어진 운하는 주장의 건물 사이사이까지 연결되면서 수향 특유의 고즈넉한 풍광을 만들어 낸다.
주장에는 심씨 가문의 대저택인 심청을 비롯해 장씨 가문의 저택인 장청, 물 위에 지어진 듯 보이는 절 전복사, 사람들이 건물 안에서 길을 잃기도 했다는 주점 미루 등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의 건축물이 가득하다.
주장은 특유의 역사성과 아름다움을 무기로 지난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같은 해에 중국 최초의 ‘역사문화유명마을’이 되기도 했다. 중국의 관광지는 알파벳 대문자 A의 개수로 등급을 정한다. 주장은 A가 다섯인 ‘5A’로 최고등급을 자랑한다.

주장의 본래 이름은 정풍리였다고 한다. 북송 때인 1086년 주적공이라는 사람이 절을 지어 기증했는데, 이후 사람들이 그의 성씨를 따서 마을 이름을 ‘주장’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주장은 1990년대 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 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마을이었다. 오지 중의 오지였지만, 역설적으로 이 고립된 자연환경이 오히려 운하와 전통가옥들의 본래 모습을 간직하는 바탕이 됐고, 지금은 그 점이 특색이 되어 전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주장의 볼거리와 즐길거리
주장에는 운하를 건너가게 하기 위한 다리가 20여 개나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쌍교이며, 쌍교는 주장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쌍교는 직각으로 연결된 세덕교와 영안교를 함께 부르는 말이다. 두 다리는 명나라 때인 1573년부터 1629년 사이에 건설됐다. 두 다리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세덕교는 길이 16m에 폭 3m, 높이 5.9m이고, 영안교는 길이 13m, 폭 2.4m, 높이는 3.5m에 지나지 않는다.

주장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은 심청이라고 불리는 대저택이다. 심청은 원나라 말과 명나라 초기 심만삼이라고 하는 무역상인이 짓기 시작한 전통가옥이다. 지금의 심청은 심만삼의 후손인 심본인이 완성했다고 한다. 심청의 면적은 2000㎡이고 7개의 문을 지나야 안채에 들어갈 수 있으며, 100여 칸의 방이 있다.
장청은 명나라 시대 건축물로 심청과 더불어 주장을 대표하는 고택이다. 본래 서씨의 소유였는데 청나라 초기 장씨 성을 가진 부자에게 팔리고 난 뒤 장청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70여 개나 되는 방 안에는 아름답고 진귀한 고가구들이 가득해 찾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전복사는 송나라 때 세워진 불교 사원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이 보이는데, 실제로도 수중불국을 염원하며 지어졌다고 한다. 이 절은 주적공이 주장 최초로 세운 건물이다. 전복사 내부는 상당히 넓고 송나라 시기 사찰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준다.
고희대는 주장 유일의 곤곡(연극의 일종으로 경극의 시초) 공연장이다. 소주와 곤산지역 공연장의 특색을 두루 갖춘 곳으로 2층 무대 앞에 걸상들이 놓여 있고, 좀 떨어진 관람석에서는 차와 다과를 즐길 수 있다. 공연 중에는 아무 때나 들어가 관람할 수 있다.

주장박물관은 주장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1층에는 주장 인근에서 출토된 골동품과 골각기, 석기 등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주장과 관련된 예술품과 세계 화폐 전시장 등이 있다.
이밖에 전복사에서 걸어서 7분 정도 걸리는 곳에 송나라 때의 도교 사원인 징허도원이 있고, 거기서 5분 정도 걸으면 청나라 때 지어진 주점 미루를 볼 수 있다.

스토리텔링과 주장의 관광산업
주장의 역사는 900년을 넘지만, 관광지로서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주장의 관광개발사업은 199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장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한 배경에는 상해 출신 화가 진일비가 그린 ‘고향의 추억’이라는 그림이 있다. ‘고향의 추억’은 주장의 쌍교를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1984년 주장을 방문했던 진일비는 그 아름다움에 빠져 많은 사진을 찍었다. 이후 미국 유학길을 떠난 진일비는 사진을 바탕으로 37점의 풍경화를 그렸다. 진일비의 그림은 당시 옥시덴틀석유회사의 회장 아먼드 해머 소유의 화랑에 전시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전시회를 통해 ‘고향의 추억’을 구입한 아먼드 해머는 투자와 경제교류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등소평에게 이 그림을 선물하게 된다.
중국 지도자에 대한 미국 경제인의 그림 선물은 큰 뉴스거리가 되었고, 주장과 그림 속의 쌍교는 단숨에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등소평은 쌍교의 소재를 파악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주장의 관광개발사업이 시작되었다.

주장 관광사업의 특징은 스토리텔링이다.
매표소 입구에서부터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게 들어선 ‘상업화’에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기도 하지만,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주택과 찻집이 발길을 붙잡고, 곳곳에 눈을 푸르게 적시는 정원이 많아 관광객의 만족도가 높다.
심청이나 장청, 전복사, 고희대, 미루 등은 말할 것도 없고 20여 개가 넘는 다리마다 각각의 전설이 서려 있다. 외국 관광객들은 겉모습만을 즐기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인들은 곳곳에 박혀 있는 이야기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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