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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노인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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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노인 자살’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6.05.30 15:39
  • 호수 11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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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우울증 원인…사회적 관심·대화 절실

2011년 통계청 조사결과 충남 자살사망률(인구 10만 명당 기준)은 36.5명(전국 31.7명), 2012년 30.0명(전국 28.1명), 2013년 30.3명(전국 28.5명)으로 나타났다. 3년 연속 전국 수치보다 높았지만, 1등이라는 불명예는 면했다. 하지만, 2014년 충남의 자살사망률은 30.9명으로 전국(27.3명)보다 높았으며, 전국 1등이라는 달갑지 않은 순위에 올랐다. 특히 그해에 충남에서는 청양군이 75명(인구 10만 명당 기준, 실제 자살사망률 24명)으로 가장 자살자가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청양군은 비상이 걸렸으며,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끊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2015년 12월 31일 기준 청양군의 실제 자살사망자는 총 18명으로 줄었다. 2016년 5월 20일 현재 자살 사망자는 2명, 자살시도자는 총 5명이다. 
최근 노인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2016년 2월 현재 인구3만2826명 중 65세 이상이 1만219명으로 고령화 비율이 31%가 넘는 청양군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질병, 경제문제, 고령화, 홀로 생활하는 데서 오는 외로움이 우울증·노인 자살의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울증을 마음의 병이라고 말한다. 정밀검사를 해도 이상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른 정신과 질환과 마찬가지로 신경생화학적, 사회심리적인 요인 등이 우울증을 일으킨단다. 병이라는 것. 때문에 약물, 정신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령화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노인 자살’을 짚어 본다.

아내 떠난 빈자리 너무 컸다
윤수일(76·대치면 수석리) 씨는 슬하에 2남 3녀를 뒀다. 그는 고향을 지키며 젊은 시절 아내와 함께 열심히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했다. 덕분에 자녀들도 무탈하게 성장했고, 지금은 좋은 배필을 만나 모두 가정을 꾸리고 잘 살고 있다.
자녀들을 출가 시킨 후 그는 아내와 함께 오순도순 생활했다. 그런데 아내가 2년여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4년 전이다. 홀로 남겨진 그는 한참동안 식음을 전폐했다. 배우자를 보낸 상실감 때문이다. 막내아들이 저녁마다 식사를 챙기러 왔지만 넘길 수가 없었다.
“아내 간호를 하면서부터 또 아내가 떠난 후 밥을 잘 못 먹었어요. 그러니 당연히 쓰러졌고, 일어나보면 병원이었습니다. 술로 달랬고 심신이 허약해 그런가했죠. 알고 보니 아내가 암 판정을 받을 때부터 이미 제게 우울증이 왔던 것 같아요. 가족들과 함께였다면 덜 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가 원해서 혼자 살았고, 외로움으로 우울증이 더 온 것 같습니다.”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꺼려했던 그는 모든 것이 귀찮았단다. 나쁜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 2년 전 의료원에서 상담하고, 보령에 있는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 후 항우울제를 복용했다. 덕분에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식사도 잘 챙겨 먹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려 노력한다. 
“의료원 담당자들이 고생해요. 면에서도 홀몸노인 등록을 해 놓고 관심을 가져줍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관심 가져주시고 치료받도록 도와주세요. 제 상태를 주변에 알렸어요. 그래서 도움을 받고 있어요.”

갑자기 온 무력감이 우울증으로
A씨(69·비봉면)는 15년 전 남편을 보냈고, 4남매 모두 출가시킨 뒤 혼자 생활하고 있다.
그는 평생을, 특히 남편을 보내고 자녀와 떨어져 살아도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활동적인 성격으로 봉사단체에 가입해 바쁘게 생활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울증이 찾아왔다.
“5년 전 활동을 접었더니 갑자기 무력해지면서 나른해지더군요. 그래서 의료원에 가 상담했더니 보령에 있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애들도 멀리 있어 못보고 남편도 떠나 외로워서 우울증이 온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나타난 것이죠.”
3년여 그는 우울증 약을 복용했고, 증세가 호전 돼 1년 넘게 약을 끊었다. 하지만 올 3월 다시 복용을 시작했다.

▲ 정신건강증진센터 서지현 담당자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응급차에 두 번 실려 갔어요. 그때부터 더 무섭더라고요. 우울증 외에도 심장·갑상선·고지혈증 등 약도 먹다보니, 이렇게 살아야 하나는 생각도 들었죠.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처지일거예요.”
그나마 그는 일찍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해 다행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저 보면 멀쩡하죠. 그래서 주변에 말을 못했어요. 이제부터 마음을 바꾸려고요.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아프다는 것을 알리려고요. 그래야 도움도 청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는 의료원 담당자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상담부터 병원 동행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또 청양에도 우울증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전문병원이 있으면 좋겠단다. 
 
‘생명존중·자살예방 조례’ 제정
두 어른은 고독함이 우울증으로 온 사례다. 다행히 비교적 일찍 치료를 시작했고, 꾸준한 상담 및 항우울제 복용, 극복의지를 갖고 치료를 해왔다. 덕분에 최악의 선택은 하지 않았다.
자살문제는 비단 청양군의 문제는 아니다. 또 노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이어 청양군은 2012년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설치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청양군 생명존중문화 조성 및 자살예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체계적인 위기관리 시스템구축을 통한 자살예방으로, 군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였다.
조례에는,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해결 가능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 생명존중 분위기 확산과 자살률 감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토대로 그동안 의료원에서는 자살 예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 정신건강 홍보.
유관기관 연계한 종합대책 필요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는 2011년부터 생명지킴이 531명을 위촉해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 발굴·관리 해 오고 있다. 2012년부터 군내 자살사망 유형 1위인 농약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도록 농약보관함 보급을 시작, 363가구에 설치했다. 2013년부터 ‘생명사랑·행복마을’운영을 시작했고, 현재 23곳의 경로당이 지정돼 신체·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제공 받고 있다.
2014년 경찰서와 자살예방 공동대책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홀몸노인과 자원봉사자 간 자매결연식도 가졌다. 1:1, 1:2 결연으로 우울증 고위험군 홀몸노인의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불안을 해소해 주기 위해서였다. 거동불편 우울증 환자 병원 동행 서비스도 시작했다. 2015년 청양군생명존중 및 자살예방위원회 설치·운영을 시작했으며, 자살예방을 위한 웰다잉 교육도 10개 읍면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올해에도 유관기관 및 부서간 협력을 강화하고 행복마을을 확대한다. 마을 및 학교 자살예방교육 및 우울증 검사로 고위험군을 조기 발굴해 나간다. 우울증 치료비 지원(월 3만원), 거동불편 우울증 환자 병원동행 서비스도 계속 진행한다.
고위험군 관리를 위한 멘토링사업 확대(멘토 106명, 멘티 160명), 고위험 아동 청소년에 대한 심리치료프로그램 진행, 정신건강자조모임과 우울증 주간재활프로그램도 운영한다. 
“2015년도 자살사망자 18명 중 10명이 65세 이상이에요. 50~60대가 5명이고요. 2014년에도 65세 이상이 12명으로 대부분 노년층입니다. 자살이유는 신체질병, 우울증, 경제적 문제 순, 자살 연령층도 다양하고 이유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우울증으로 인한 노인 자살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의료원에서는 유관기관 연계를 통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수립으로 자살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군민들께서도 주변을 둘러 봐 주세요.” 자살예방·아동청소년정신건강증진·중증정신질환자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 서지현 주무관, 박병림·이현지 간호사, 김현진·이상미·백승일 사회복지사의 한 목소리다.

▲ 비봉면 장재리 세정경로당 할머니들이 즐겁게 노래하고 있다.
우리는 우울증 걸릴 시간 없어
비봉면 장재리 세정경로당(회장 김인순·총무 황춘례). 생명사랑 행복마을인 이곳 어른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들은 우울증 걸릴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매일 경로당에 모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하하 호호” 즐겁게 생활하는데 우울증이 왜 걸리느냐는 것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이들은 음악에 맞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3월부터 노래교실을 진행했어요. 또 요가, 체조, 마을 주치의제 운영으로 침도 맞으시죠. 프로그램이 탄력적으로 운영됩니다. 최고령이 96세이신데 정말 열심히 참여하세요. 경로당 이용자 30여명이 모두 건강하시죠.” 비봉보건지소 한남순 통합보건담당자의 말이다. 
김 회장과 황 총무도 “함께 식사하고 운동하니 치매는 물론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낮을 것 같다”고 전했다.
생명사랑 행복마을로 지정된 경로당은 대부분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을 이용하는 어른들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또 나이가 먹을수록 혼자 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우울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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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설 2016-06-22 15:42:25
청양군 노인 자살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사람과의 소통의 부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선 젊은이가 없고요. (전체적으로) 사람들이 없습니다. 인적 물적 인프라가 부족하여 사람들이 자꾸 외지로 떠납니다. 도로망과 교통편도 불편하구요. 전용 상담센터도 없어서 인근지역(홍성, 예산 등)에 의존한다는 사실입니다. 혼자서 남은 여생을 삭여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 이 문제들을 이제는 개인이 아닌 공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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