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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성화·차별화로 전통시장 자생력 길러야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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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성화·차별화로 전통시장 자생력 길러야 ②
  • 박미애 기자
  • 승인 2015.11.23 10:00
  • 호수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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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예술의 멋진 하모니 ‘수원 영동시장’

             [글 싣는 순서]
1. 신기통보(엽전)로 활기 찾은 인천 ‘신기시장’
2. 시장과 예술이 만난 멋진 하모니 

전국 1500여 개의 전통시장이 시설 낙후와 대형마트 등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이는 곧 매출 하락으로 이어져 시장 상인들의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충남도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6개의 전통시장(상설 48곳, 정기 18곳)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년 사이 매출이 31.5% 급감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청양 또한 다르지 않다. 급감해가는 매출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나 난항을 겪고 있고, 시장 상인들은 갈수록 울상을 짓고 있다.
전통시장이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화된 전략으로 시장을 운영해야 간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통시장에 테마를 입히고 특성화 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또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으며,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중심으로 글로벌명품시장·문화관광형시장·골목형시장 육성사업 등 전통시장 특성화사업을 발굴·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청양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특유의 특성화와 차별화로 자생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전국의 우수한 전통시장 사례를 둘러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전통시장이 지역 경제의 근간으로 더욱 튼튼히 뿌리 내리고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시장으로 활성화 시켜나갈 수 있도록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이번호에서는 우수 전통시장 두 번째 사례로 문화와 즐거움이 공존해가고 있는 ‘수원 영동시장(대표 이정관)을’ 소개한다.   <편집자 말>

             [글 싣는 순서]
1. 신기통보(엽전)로 활기 찾은 인천 ‘신기시장’
2. 시장과 예술이 만난 멋진 하모니 
3. 조용했던 시장을 들썩이는 야시장으로 바꿔
4. 온 국민이 단골 되는 매력 넘치는 시장
5. 전통시장, 이야기를 입다 
6. 전통시장이 살아야 지역 경제가 산다

정조가 만든 200년 역사의 시장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영동에 있는 영동시장은 조선시대 정조가 화성을 축조하면서 성곽의 안팎에 내탕금을 들여 조성한 시장으로 2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본격적인 재래시장으로 등록한 것은 1919년이며, 수원의 대표적 시장이다.

하지만 영동시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과 화재로 전소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이에 시장 상인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1969년 3층으로 이루어진 현대식건물(66,115㎡)을 짓고 주식회사로 새롭게 탈바꿈하게 됐다.
이후 수원뿐 아니라 평택·화성·오산 등지에서 장을 보러 왔던 수도권이남 최대 규모 시장으로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1990년대 시청이 이전하고 대형 할인마트 입점 등으로 시장은 점차 활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에 영동시장은 낙후된 시설을 보수, 현대화하고 문화 공간을 유치하며 전통시장 축제와 문화체험마당 등의 개최로 활로를 모색해 가고 있다. 이정관(55세) 대표를 중심으로 틈새시장으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이정관 대표는 “대형마트나 홈쇼핑, 인터넷 모바일, 아울렛 매장까지 개방화되고 다각화되면서 시대의 흐름상 재래시장이 위축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이에 영동시장은 전통시장만이 할 수 있는 일, 전통과 접목하고 문화와 접목한 틈새시장으로 전환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장 입구에서 2층에 위치해 있는 아트포라를 설명해주고 있는 이정관 대표.
시장과 예술의 합작 ‘아트포라’
그 변화의 중심에 ‘아트포라’가 있다. 영동시장이 주목받게 된 것 또한 2009년 1월 아트포라를 형성하면서부터다.
3층 건물의 영동시장을 오가다 보면 2층에 영동 아트포라를 만나볼 수 있는데, 이 공간이 시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아트포라는 예술(Art)과 라틴어로 시장을 뜻하는 포럼(Forum)의 복수형 포라(Fora)가 결합된 합성어이다. 시장 상인회가 시장 한 공간을 지역 예술인들에게 무상으로 임대를 해줘 조성된 공간이다.
현재는 시장 내 상인과 연계해 아트 상품을 디자인하고 지역주민 및 방문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예술 창작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예술가들의 작업공간과 작품 진열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영동시장의 둘러볼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아트포라에서는 단순히 예술가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 교육실도 있다.
또 교육실 바로 옆 갤러리 ‘아라’에서는 시기별로 다른 예술 주제를 바탕으로 전시회가 열려 시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방문이 가능하다. 개인 작업실에서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 예술인들을 볼 수 있는 데, 전시된 작품을 밖에서 구경할 수도 있고 직접 들어가서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예술과 시장의 만남, 이런 아이디어 넘치는 생각 덕에 사람들은 예술과 결합한 전통시장을 궁금해 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던 예술을 시장이라는 우리네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면서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정관 대표는 “품목, 환경, 가격 등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시장도 변화해야 한다”며 “물건만 파는 기능만으로는 이제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팔 거리 외에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 등 오감이 만족할 수 있는 시장으로서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에 시장 2층 공간을 만들어 작가들에게 무상으로 제공, 예술과 문화를 접목하는 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트포라를 만들면서 영동시장에 젊은층이 유입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전통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오가다 보니 커피숍도 생기는 등 특별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 아트포라에는 예술 공방과 함께 미래 소비자인 학생들을 위한 요리교실도 진행되고 있다.

문화와 즐거움이 공존하는 시장
영동시장이 이 같은 변화를 꾀할 수 있었던 것은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법인조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법인시설이다 보니 통제가 쉽고 건물형 시장인 덕분에 공간 활용이 뛰어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었다.

“일반 시장이 다 각자가 사장이라면 저희는 법인시설이라 수직관계로 사업적 접근이 용이 하다”며 “또한 저 역시 경영학을 전공한 전문 경영인으로 사업적 시각에서 시장을 경영해 가다보니 전통시장의 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보이더라”고 이 대표는 전했다. 

아트포라를 만들고 난 후 주변에서 영동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것에서 문화를 케어할 수 있는 기능까지 합쳐져 상인들의 자부심 또한 올라갔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영동시장은 한복을 통해 전통시장의 역할을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
영동시장하면 한복을 떠올릴 정도로 시장은 한복·포목 품목이 특화 돼 있다. 300여 개 상점 중 100여 개가 한복이나 주단·포목집일 정도다.

이에 이 대표는 “문화와 더불어 전통을 대표하는 한복이 영동시장의 살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대형마트에서는 한복을 취급하지 않으니까 한복 맞춤 시장으로 특색을 찾아가면 된다는 생각이었죠”라고 말했다.

이에 영동시장은 한복 특화시장으로서 시장을 알리고, 전통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매년 ‘수원시 한복 맵시 선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과 우수함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대회에서 총 4명의 한복 맵시 퀸이 선출되는데 이들은 1년간 영동시장의 홍보대사로 활약을 하며 전통시장을 알리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 영동시장은 한복 맵시 선발대회 외에도 특별 이벤트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무료 전통 혼례식을 치러주고 있다.

이 대표는 “시장만의 특색이 있어야 한다. 이제 똑같은 품목으로는 경쟁이 안 된다. 특색이 있고 변화가 있는 시장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대체적으로 나이가 많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은 없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상 유지에 급급했다”며 “개구리가 뜨거운 물에서 뛰쳐나가듯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적극적인 변화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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