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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남을 청양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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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남을 청양의 풍경들
  • 김현락 프리랜서
  • 승인 2014.11.17 12:58
  • 호수 10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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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먹여 살리며 행운을 불러오는 ‘고구마꽃 감자꽃’

겨울의 시작 입동에서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로 가는 계절이다. 낙엽 쌓인 길을 걷다가 괜스레 툭툭 발길질을 해대는 으스름한 저녁, 어디선가 고소한 군고구마 냄새가 폴폴 날린다. 코끝을 떠나지 않는 냄새에 취해 고구마나 구워볼까 초가을에 받아 놓은 상자를 열어보니 이런, 고구마 사이로 상자 밑에 깔린 몇 알의 쭈글쭈글 말라가는 감자의 몸에 푸릇푸릇 싹이 나왔다.   
 
고구마와 감자는 중요 식량 및 간식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구황식물로서, 재배역사가 아주 오래 되었다는 점과 울퉁불퉁 못 생긴 모양과 땅속에서 캐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비슷한 식물이라 생각하지만, 두 식물은 식물분류학적으로 서로 다른 과에 속해 있으며, 근본적으로도 다른 식물이다.    
고구마는 원산지가 중앙‧남아메리카 대륙으로 조선 영조 때 대마도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며, 감자 역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곡물로 남미 페루와 볼리비아 북부, 주로 온대지방에서 재배되고 우리나라에는 조선 순조 때 들어왔다. 

고구마라 불리는 덩어리진 모양은 영양분을 저장하는 저장기관으로 구조상 뿌리에 해당되며, 잘 살펴보면 표면에 너덜너덜한 잔뿌리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줄기 아래쪽에 있는 잎자루 밑 부분에 뿌리가 나고 그중 일부는 땅속에서 커져 우리가 좋아하는 고구마로 자라는 것이다. 심장모양의 잎은 어긋나고 잎과 줄기를 자르면 하얀 즙이 나오며, 나팔꽃이나 메꽃과 비슷한 연보랏빛 꽃은 잘 피지 않는다. 본래 고구마는 따뜻한 지역을 좋아하는 식물이라서 기온이 높아야 꽃을 피우지만, 뿌리에서 나온 싹을 나누어 모종을 하는 방법이 보편화되어 고구마는 정작 꽃을 만들 필요가 없어진 것으로, 자연환경이나 인간에 의해 스스로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기온 탓, 환경 탓으로 잘 피지 않는 고구마꽃이 올해처럼 넓은 밭 여기저기에서 꽃을 피우면 ‘100년 만에 피는 꽃’이라 하여 행운의 꽃이라 칭하기도 한다.

감자 역시 덩어리진 모양은 영양분을 저장하는 저장기관이지만, 뿌리인 고구마와는 달리 감자는 줄기에 해당된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식물 중 가장 재배능력이 뛰어난 식물로 알려져 있어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부터 그린란드에까지 재배되고 있다. 반들거리는 덩이줄기 감자는 몸통 곳곳 오목하게 패인 부분에 눈을 달고 있어, 그 눈마다 작고 어린 싹을 틔우고 뿌리는 가장 밑 부분에서 따로 나온다. 땅속에 있는 줄기 마디로부터 가는 줄기가 나와 그 끝이 비대해져 원형 또는 알 모양의 덩이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6월경 땅위 줄기의 각 마디에서 나오는 겹잎사이로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대가 나오면, 꽃 밑에 또 각각의 작은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한 송이 한 송이씩 여러 장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진 복엽의 감자꽃이 핀다. 엷은 자색이나 백색의 별 모양으로 피는 이 감자꽃을 프랑스의 작은 요정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머리장식으로 사용하였다 한다. 꽃이 진 뒤에는 작은 토마토 같은 열매가 조롱조롱 맺힌다.
     
옷 사이로 스치는 찬바람의 여운이 오래 남는 날들이다. 문득 첫눈이라도, 갑자기 겨울비라도 우수수 휘몰아치는 날이면 황금빛 속살을 지닌 통통한 호박고구마 한 소쿠리 끼고 앉아 총각김치나 동치미국물과 곁들여 먹고 싶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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