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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남을 청양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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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남을 청양의 풍경들
  • 김현락 프리랜서
  • 승인 2014.04.14 16:29
  • 호수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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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꽃, 우리 꽃, 미안해서 더 아름다운 벚꽃

약 60년의 평균수명을 지니고 있는 벚나무는 생전 60여 번의 꽃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나무의 표면이 거칠지 않고 매끄러워서, 조직이 치밀하며 전체적으로 고와서, 너무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고 잘 썩지 않아서 팔만대장경판으로 사용됐던 나무다.
산새가 먹다 버린 씨앗이 자라 전국방방곡곡에서, 사월 말부터 오월의 산을 희거나 여린 설렘으로 큰 꽃 한 송이씩 심어놓은 풍경을 올해는 시기적으로 많이 앞당겨놓았다.    

대치면 까치내로 벚꽃길에는 몽글몽글 모인, 분홍을 가득담은 꽃봉오리 가지가 축축 늘어져있거나, 아니면 활짝 핀 연분홍꽃잎이 환하게 웃으며 출렁거린다. 걷다가 앉다가 고개를 치켜들고 하늘 사이사이 꽃잎을 본다. 지구가 우주가 또 다른 별이 분홍 세상으로 빨려 들어간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면서 일본에서 크게 성장한, 무지로 인하여 마음 한구석에서 불편한 기운이 들던 꽃. 이토록 아름다운 꽃이 왜 하필 일본 꽃이냐며 은근히 서운하게 해서 미안하다.

어찌 벚꽃뿐이랴. 일본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독도 역시 먼 훗날, 지금의 어린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면 잘못 알고 있는 지식에 스스로 미안해 할 것이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랴.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이, 아직은 신선한 연분홍꽃잎이 하나하나 흩어져 내려오고 있다. 5초의 짧으나 긴 시간, 갑자기 우루루 몰려오는 바람에 눈부신 개화 뒤에 따르는 장렬한 낙화 모습이 가슴까지 찡해져오는, 저절로 탄성이 나오는,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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