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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면 대봉리 김영래·오순남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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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면 대봉리 김영래·오순남씨 부부
  • 김명숙
  • 승인 2001.08.13 00:00
  • 호수 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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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갑날 또한번 웨딩마치 올려
▲ 자녀들이 마련한 결혼 40주년 결혼식을 치룬 김씨부부의 기념사진
결혼 40주년 맞은 부모위해 자녀들이 결혼식 마련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현대예식장 예식홀에 환갑을 넘기고도 턱시도가 잘 어울리는 신랑과 이날 환갑을 맞았음에도 웨딩드레스를 입고 수줍어하는 신부가 손을 맞잡고 함께 화동들의 인도로 식장을 향해 걸어들어가던 이색적인 결혼식이 있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40년전 원삼족두리와 사모관대를 입고 혼례식을 올리고, 사진관에서 신부는 흰 치마저고리에 면사포를, 신랑은 군복을 입고 결혼사진을 찍었던 남양면 대봉리 신촌마을에 사는 김영래(64)·오순남씨(61) 부부로 이날 결혼 40주년을 맞아 또한번의 결혼식을 올려 참석했던 하객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그것도 장성한 자녀들이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결혼식을 마련해 더욱 뜻깊게 했다.
김영래씨는 40여년전 남양 대봉리에서 강원도 인제로 군대를 갔다가 그곳에서 주문진 처녀 오순남씨를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고 선오(40. 창원), 기현(39. 서울 돈암동 성신화원), 선희(35. 안양), 선애(32. 익산), 선경(29. 대전), 대훈(26. 서울) 등 4녀2남을 낳아 기르며 일가를 이루었다.

“아이들이 엄마 환갑잔치 해야한다고 걱정하길래 아버지때 했으니까 나는 우리가족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결혼식 하기 얼마전 세째딸하고 큰아들, 며느리가 느닷없이 와서 엄마 드레스 입혀드릴테니 나가자고 해 시장가서 옷 사주는줄 알고 따라 나섰는데 현대예식장으로 가더라고요. 드레스를 입어보는데 얼마나 쑥스럽던지”

신부화장을 곱게 해 환갑의 나이가 믿기지 않던 신부 오씨는 40년전 결혼사진도 근근하게 찍었는데 고생해서 자식 키웠더니 좋은 일도 있다고 말한다.

원래는 결혼 50주년이 되는 칠순때 결혼식을 계획했으나 그때가면 부모가 늙어 사진이 덜 멋있을 것 같아 이번해 결혼식을 준비하게 됐다는 김씨부부의 6남매 자식들.

그들은 그동안 자신들을 키우느라고 고생한 부모님들에게 이제부터라도 자식 걱정 말고 두분이 다정하고 재미있게 사시라고 뜻을 모아 어머니 환갑을 맞아 젊은사람들처럼 신식으로 결혼식을 올려드리고 동네분들에게 식사대접도 해드렸다.

6남매의 막내딸로 밥도 지을줄 몰랐던 오씨가 신랑 김씨를 만나 청양이라는 곳에 처음오니 강원도에도 산이 많지만 청양을 들어서면서 산밖에 보이는 것이 없고 시댁에 와서 보니 부엌에 큰 시커먼 솥만 죽 있더라고.

보리집 때서 할줄 모르는 밥을 하고 시집살이를 하다 구봉관산에 다니던 남편을 따라 면소재지로 분가해 살면서 비록 방2칸에 부엌 하나인 초가집(2년전에 새로 지음)이지만 내집도 마련하고 둘째며느리이면서도 병든 시부모님을 돌아가실때까지 대소변 받아내며 병간호를 하기도 했다.

“그때가 제일 살기 어려웠어요. 넉넉치 못한 살림에 아이들 가르치랴, 시부모님 섬기랴, 사실은 시부모님 병석에 계실때 잘 해드리지 못했어요. 나도 병원에 입원하는 등 몸이 않좋아 고운 마음으로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간장에서 피가 흘러 수술하고 한달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돌아와서 시부모 병수발하며 짜증냈더니 하루는 그당시 중1이던 막내아들이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그렇게 하면 나도 커서 엄마한테 그렇게 할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고쳐 먹기도 했다고.
2년전 늙으면 사람이 추해지니 집이라도 깨끗이 짓고 편히 살다 죽고 싶다는 부인 오씨의 평생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남편 김영래씨는 번듯한 집을 지었다.

부인 오순남씨는 이제 소원도 이루고 아이들한테 생각지도 않은 효도도 받아 봤으니 바람이 뭐 있겠느냐며 그저 6남매 잘 자란것이 고맙고 모두 건강하게 잘 살아주면 그것으로 그만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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