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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만든 지상 최고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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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만든 지상 최고의 걸작
  • 청양신문
  • 승인 1999.10.18 00:00
  • 호수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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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기행문- 강신호 청신여중 교무과장
▲ △사진은 금강산의 절경인 만물상.
“참으로 금강산은 아름답습니다”

교육부에서 추진한 '99교원금강산연수과정 중 3차연수팀으로 지난 8월 26~29일동안 3박4일의 일정으로 설레임과 기대감 그리고 약간의 긴장된 두려움을 갖고 간단한 수속절차를 마친 뒤 8월26일 오후 5시 동해항에서 봉래호에 몸을 실었다.
승객 8백60명과 승무원 4백명을 실은 초현대식 대형 유람선은 어두운 밤바다의 파도를 가르며 밤새도록 항해하여 이튿날 새벽 북한땅 장전항에 도착했다.
그토록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북한 땅에 첫발을 내딛는 설렘과 기쁨보다는 북측의 통제된 위압적 분위기에 압도되어 국토분단의 비극적인 현실감과 이념적, 체제적 이질감이 온 몸에 엄습해 옴을 느끼면서 첫발걸음이 무겁고 딱딱해짐을 느꼈다.
먼저 금강산의 전체적인 모습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금강산은 비로봉을 최고봉으로 하여 아기자기한 수많은 골짜기와 산봉오리, 폭포와 못, 그리고 불교유적이 많은 여성적인 산수미(山水美)를 이룬 내금강과, 웅장한 산악과 경쾌한 폭포, 압도하는 암벽으로 남성적 산수미의 극치를 이루는 외금강, 산과 계곡을 신(神)이 욕심으로 바다에 조화를 부려 옮겨놓아 동해의 푸른 물과 수많은 바위섬으로 어우러져 장쾌한 멋을 느끼게 하는 해금강으로 나누어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첫날 일정은 온정각에서 출발, 옥류동 계곡을 이어올라 구룡폭포에 이르는 코스다.
목란관을 지나 큰바위로 만들어진 금강문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옥류동 계곡이 펼쳐진다.
골짜기마다 옥구슬이 구르는 듯 잔잔한 물소리가 파장하는가 하면 산천을 뒤흔드는 듯 천둥소리와 같은 폭포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정갈하게 단장된 등산로를 지나는 동안 송림의 향기와 맑은 물 내음이 풍겨 나와 절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어느 듯 층암절벽에서 장엄하게 쏟아지는 구룡폭포에 이르게 된다.
폭포의 물이 어느 곳에서 시작되었는지 원천을 알 수 없다.
마치 하늘 문이 열리고 파란 하늘에서 쏟아 붓는 듯 했다.
구룡폭포를 지나 건너편 우측으로 돌아서 꽤 경사가 급한 몇개의 철계단을 20분정도 오르다 보면 구룡대에 다다른다.
구룡대에서 내려다보면 금강산 최고의 절경인 상팔담이 산 아래 안개와 구름속에 숨어서 잡힐 듯 보인다.
구룡폭포에서 떨어진 물을 그냥 흘려보내기가 아쉬워 8개의 못에 연이어 담아 놓았다가 내보낸다.
마치 옥구슬을 꿰어 놓은 것 같다.
금강산을 내려 와 온정각에 현대측에서 건립한 원형 아취 공연장에서 교예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이들의 공연은 인간이 해 낼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급의 예술작이었다.
마치 이들은 한민족 분단의 아픔을 한풀이라도 하듯이 관객들을 환호와 흥분의 분위기로 몰아 넣었다.
감탄과 함성속에 그들은 줄을 타고 공을 굴리며 신기(神技)에 가까운 묘기를 보여 주었다.
이 공연장만큼은 남북의 이념도 분단의 비애도 없었다.
공연자나 관람자 모두가 같은 문화와 멋을 즐기는 한 민족이고 한 형제였다.
모두들 금강산이 뒤흔들리도록 박수를 치고 격려의 함성을 질렀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장을 빠져 나오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환호와 박수 뒤에는 감춰진 그 무엇이 있었다.
너무도 훌륭한 공연을 관람했다는 만족감보다는 웬지 안쓰럽다는 서글픈 감정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저들은 누구를 위하여 목숨을 내건 연기를 해야 하는가?
2일차는 삼일포를 거쳐 해금강에 이르는 코스다.
이곳은 북한측의 군사시설 보안관계로 관광할 수 없는 지역과 통행불가지역, 사진촬영금지지역이 많아 분단의 비통함을 실감케 했다.
해금강 코스 중 먼저 거치는 곳이 삼일포인데, 이는 관동팔경중의 하나로 아름다운 호수의 장관에 신선들이 하루만을 놀다 가려다가 그만 절경에 매혹되어 삼일이나 머물었다고 하여 삼일포라는 명칭을 얻을 만큼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삼일포를 벗삼아 호숫가에서 돗자리를 깔고 일행들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을 때에는 마치 나도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삼일포를 지나 해금강에 이르니 동해의 푸른 물과 수많은 바위섬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노는 듯 바닷물 속에 숨었다가 살포시 고개를 내민 것 같다.
문자 그대로 이름 값을 하는 것처럼 신이 조화를 부려 놓은 것 같다.
끝으로 관광을 하는 과정에서 금강산의 찬란한 경관속에 분단의 아픔마저 감추어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곳곳에서 분단의 아픔과 서글픔이 생생하게 드러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철조망 너머로 바라 본 왜소하고 까만 얼굴빛을 가진 북한 주민들.
삶의 의지조차 찾아 볼 수 없는 생기 잃은 그들의 눈빛.
아름다운 산천에 듬성듬성 놓여진 초라한 작은 가옥들.
만추의 기쁨은 누가 빼앗아 갔는지 황폐화된 들판들.
우리가 아무리 손을 흔들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려 해도 차라리 외면하는 것이 마음 편한지 우리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그들.
너무나도 참혹한 북한 현실에 무거운 과제만이 남아 마음의 상처가 되어 가슴속에 파고든다.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봉래호에 몸을 실었다.
통일이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금강산을 다시 찾을 그 날을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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