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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터질 것 같은 고통 뒤 정상의 희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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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터질 것 같은 고통 뒤 정상의 희열이…’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2.03.05 14:16
  • 호수 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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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에베레스트 칼라파타르(5545m) 오른 김동원씨
▲ 칼라파타르에 올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배경으로 한 김동원 청양산악회 운영이사.

등산 마니아들은 “등산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으면서 복잡하고 힘든 일상 속에서 나약해진 정신을 치유하는 것은 물론 자연의 웅장함과 함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말한다. 반면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그렇게 힘들게 오르는지 모르겠다”고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오늘은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왜 거기까지 가?”라는 질문을 받을 법한 고산 ‘에베레스트 칼라파타르(해발 5545미터)’ 등정에 도전한 사람을 소개한다. 김동원(58·청양산악회 운영이사) 씨다.
이번 에베레스트 트레킹에는 김씨 외에도 청양산악회 김근환 전 회장·복흥찬 운영이사·김재웅 등반대장이 함께 했으며, 이들은 고산증과 동상 등 힘든 상황을 이겨내면서 각각 5200미터, 5300미터, 4620미터 고지까지 올랐다. 

▲ 청양산악회 참가대원(사진 왼쪽부터 김재웅 등반대장, 복흥찬 운영이사, 김근환 전회장, 김동원 운영이사).

칼라파타르 등정 ‘청양 1호’
청양에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칼라파타르 등정에 성공한 김동원 씨는 청양산악회원으로 9년째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들과 함께 한라산 등 매달 정기산행을 다니고 있다. 또한 백두산(2750미터)종주·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미터)·키나발루(4195미터) 등 매년 한 차례 정도씩 청양산악회에서 실시하는 해외 트레킹에도 거의 빠지지 않고 참여할 정도로 산사랑에 푹 빠진 사람이다. 이렇듯 꾸준히 등산을 해 온 것이 이번 등정에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생활 속에서도 농번기면 농사를 짓는 것으로 또 농한기면 굴삭기 기사로 곳곳의 현장에서 바쁘게 일하며 기본 체력을 다져왔다.

“산을 워낙 좋아해서 산악회 뿐 아니라 지인들과도 자주 등산을 합니다. 태백산부터 한라산까지 전국의 명산은 두루 다녔고 정상까지 오르지 않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2010년도 청양산악회원들과 함께 키나발루(해발 4195미터) 등정을 할 때 까지도 크게 어렵다는 생각은 안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은 정말 어렸더군요. 숨 한 번 주춤하면 그대로 숨이 멎을 것 같았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도 느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칼라파타르 정상에 섰을 때 그 웅장함과 함께 사방으로 펼쳐진 장관에 가슴이 벅차올랐고, 그 순간 정말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어려운 과정들이 잊혀지더군요.”
2월 10일부터 25일까지 긴 트레킹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숨고를 시간도 없이 공사현장에서 바쁘게 굴삭기 작업을 하던 김씨가 기자에게 전한 첫 말이다. 

산악인들의 꿈 에베레스트를 걷다
“이번 트레킹은 등반대장이 인터넷에서 일정을 검색해 이뤄졌고, 청양산악회에서 4명이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4명으로는 진행이 어려워 모집을 했고 안양산악회에서 남녀 각각 2명씩 4명이 합류해 총 8명이 떠났습니다. 지난달 10일 서울을 출발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 하루 숙박 후 에베레스트로 오르는 첫 관문 루크라로 이동해 곧바로 트레킹을 시작했죠.” 이들이 에베레스트로 오르기 위해 선택한 네팔은 산악 국가이면서 히말라야 산맥 중앙에 위치한 곳으로, 특히 세계 10대 최고봉 가운데 8개가 위치해 1년 내내 최고봉 등정을 위해 많은 산악인들이 찾는 곳이다. 더욱이 에베레스트는 지구상에서는 가장 높은 산으로 산악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전 해 보고 싶다는 곳으로, 산악인들의 꿈이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이렇듯 산악인들의 꿈인 에베레스트로 오르기 위해 이들은 백두산(2750미터) 보다 높은 루크라(2840미터)를 출발해 팍딩(2610미터), 몬조(2835미터), 남체 바자르(3440미터), 탱보체(3867미터), 팡보체(3958미터), 딩보체(4410미터), 페리체(4270미터), 두클라(4620미터), 로부체(4910미터), 고락셉(5140미터) 칼라파타르(5545미터)까지 하루 평균 7~8시간씩 오르고 또 올랐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해발 3440미터 인 남체라는 곳에서 고산 적응을 위해 하루 머물렀던 것 말고는 출발 후 침낭에서 자고 일어나 식사하고 걷고 또 걷고 그랬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과의 싸움을 한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 다른 것 보다 고산증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여성 회원…비아그라 먹으며 도전’
트레킹을 함께 한 8명은 루크라를 출발해 하루 7, 8시간씩 꾸준히 산을 올랐다. 그리고 고산 적응을 위해 중간에 하루 트레킹을 멈춰 쉬고, 또 예방을 위해 약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4000미터가 넘어가자 하나둘씩 포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안양산악회에서 합류한 여성회원  2명은 비아그라를 먹으면서까지 도전했지만 결국 중도에 포기했다. 고지대에서는 산소공급이 부족해 피가 끈적끈적 해지고, 끈적끈적해진 피를 묽게 해주려고 이뇨작용을 하는 다이아막스나 비아그라, 또 머리가 아프고 잠을 못자 두통약이나 수면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포르체부터 어려워졌던 것 같아요. 특히 4000미터 넘는 곳에서 1주일 넘게 계속 산을 오르는 것은 물론 잠도 자야 하니까 힘들죠. 고산증 예방약을 수시로 먹으면서 올라갔지만 각자 견디는 시간이 틀렸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저는 포르체에서 한 알 먹은 후 머리는 약간 어지럽기도 했지만 견딜 수 있었어요.”

고산증 증세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식욕 감퇴와 얼굴이 붓고 두통이 시작된다. 또 배 멀미를 하는 것처럼 울렁거리고, 심하면 설사와 코피가 나고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하루 이틀 동안의 기억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결국 일행들에게 이러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딩보체라는 곳에서 안양팀 한 명이 포기한 것을 시작으로 산이 높아지면서 줄줄이, 또 결국에는 청양산악회의 김재웅 등반대장이 고소적응에 실패하고 김근환 전 회장, 복흥찬 운영이사까지 목표지점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점에서 도전을 멈추게 된다.

“드디어 정상” 살아있음에 감사
“오르는 내내 주변에 펼쳐진 장관에 압도당했고 그래서 가능한 조금 더 하며 계속 걸었습니다. 하지만 건강상태 때문에 모두가 욕심을 부릴 수는 없었어요. 특히 고산증은 물론 동상이 올 정도로 추웠기 때문에 포기자가 늘어났죠. 결국 고락셉에서 복흥찬 씨가 포기하고부터는 저 혼자 약 400미터 더 높은 칼라파타르까지 올라갔습니다. 5200미터부터는 산소가 평지의 반 정도뿐이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 숨쉬기가 힘들었고, 가이드와 함께 있었지만 일행이 포기한 상태여서 마음 적으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일행들을 뒤로하고 한계에 이른 몸을 이끌고 정신력에 의지한 채 꿋꿋이 오르고 또 오른 김동원 씨는 드디어 칼라파타르 정상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정상에서 그가 내 뱉은 첫 말은 “살아있어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우선 방송매체나 사진에서만 봤던 곳에 내가 서 있구나 하는 생각에 벅찼습니다. 이런 감동 때문에 많은 산악인들이 도전하는구나 생각했죠. 위로는 7161미터의 푸모리가 또 뒤로는 에베레스트(8848미터)와 눕체(7855미터)가 병풍처럼 서 있는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고, 그 모습을 보면서 고생스러웠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어 정말 감사했죠. 제 상태를 알게 된 것은 그렇게 한참동안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난 후였어요. 서 있던 곳에서 한발자국을 떼려는데 너무 무거워 움직일 수가 없더군요. 마치 제가 우주인이 돼서 둥둥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게 한동안 머물렀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했습니다.”
그는 칼라파타르 정상에 선 순간 숨만 내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무엇인지 모를 무게감이 몸을 눌렀고, 날씨는 좋았지만 산 아래 빙하로 날려 버릴 듯한 바람이 자신을 밀치고 있음을 느꼈단다. 더불어 온몸으로 스며드는 거친 숨소리에서 살아있음도 발견했단다.

더 높은 곳으로 도전 ‘계속’
이번 트레킹은 칼라파타르에서 내려와 또 다른 코스로 올라 고쿄리(5483m)까지 등정 후 남체로 돌아 내려올 예정이었지만 먼저 하산한 일행의 건강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여서 올라간 길 반대능선으로 하산했다. 
“4410미터인 딩보체라는 곳에서부터 눈이 내려서 힘들었어요. 원래 영하 30, 40℃ 된다고 하는 데 더 낮았던 것 같아요. 포르체라는 곳에서부터는 화장실이 모두 얼 정도였고, 때문에 일행 대부분 동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하산 후 모두 건강해서 다행이었어요. 이번 트레킹에 앞서 저는 시간 나는 대로 태백산 등 국내산을 수시로 다니면서 준비했고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그 때는 좀 더 높은 곳으로 도전하고 싶어요.”

자칫 숨 한번 주춤하면 잘못 될 수도 있고, 영하 30, 40℃되는 추운 날씨에 입술은 부르트고 손·발끝에는 동상이 와 고통스러웠다. 산이 높아질수록 고산증은 몸을 지치게 했고 때문에 어지럼증에 식욕 감퇴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설상가상 감기와 설사까지 최악의 건강상태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최선을 다해 도전을 계속했다. 김씨는 이야기 중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도전해 보라고도 권한다.

원주민들과 만남 또 다른 즐거움
“4000미터 넘어가면서는 거의 잠을 설쳤고, 5000미터 넘어가서는 잠을 못 잤습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아요. 하지만 하산하고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지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도전하는 것 같고요. 이런 트레킹은 자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오랜 계획과 또 금전적, 시간적 여건도 가능해야하고요. 하지만 트레킹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도전해 보세요. 조금이라도 젊을 때요. 그리고 혹시 트레킹 계획을 잡았다면 꾸준히 체력관리를 해야 합니다. 높은 산을 오를 때, 특히 4000미터 이상의 산에서 오래 머물다보면 고산 적응이 가장 큰 관건이에요. 혈압이 있으면 더욱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높아질수록 산을 오르는 시간을 줄이면서, 또 오전에 오르고 오후에는 쉬는 산행을 해야 합니다.”

김동원씨는 마지막으로 트레킹은 평소 꾸준히 등산을 해봤다면 누구나 도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고산적응을 하면서 천천히 오른다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단다.
“트레킹을 시작해 걷는 내내 수천 길 계곡, 히말라야 산맥의 설산과 함께 걷는 길은 환상이었습니다. 또 순박한 눈빛의 원주민들과의 만남도 또 다른 즐거움이었고요. 꼭 한 번 도전해 보세요.”

김동원 씨는 마지막으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네팔의 등줄기 히말라야 산맥의 장엄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산 꾼이라면 누구나 그 품에 안겨 도전하고픈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청양에서는 물론, 이번 트레킹을 함께한 총 8명 중 유일하게 에베레스트를 바로 앞에서 조망할 수 있는 5545미터 칼라파타르 등정에 성공한 김동원 씨의 트레킹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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