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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탐방 … 한국 최면학계의 최고 권위자 류한평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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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탐방 … 한국 최면학계의 최고 권위자 류한평 박사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2.01.09 11:21
  • 호수 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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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팔이 무겁다’는 키워드로 마음을 다스린다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면서도 뜻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마음이다. 뜻대로 다스려지지 않는 마음과 엇나가는 주위 환경 때문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다.
그런데 만약,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편안한 자세 속에서 간단한 암시 훈련과 체험으로 심리조절이 가능하고, 덤으로 건강증진 효과까지 챙길 수 있다면?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겐 길이 열린다. 바로 화성면 수정리 출신 류한평(77·사진) 박사 같은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른팔이 무겁다’는 자기 암시 하나가 마음을 다스리는 매개체가 되고, 삶을 전반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해 온 한국 최면학계의 선구자이자 최고 권위자이다.

류 박사는 지난 1966년 대한심리연구소를 개설한 뒤 미개척지나 다름없던 한국에 최면과 자율훈련법을 도입해 교육, 비즈니스, 심리치료, 의료, 경찰 수사, 스포츠 분야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보급 초창기 한국 사회는 최면을 마술의 한 분야쯤으로 인식,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배척하기 일쑤여서 류 박사의 어려움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끊임없는 홀대 속에서도 한국 최면학계를 40여 년 동안 선두에서 이끌어 온 류 박사는 마침내 지난달 30일 (가칭)사단법인 한국최면심리학회 창립총회를 갖고 이사장으로 취임, 법인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또 최면학의 본격적인 보급을 위해 ‘최면심리대학원대학교 설립준비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 최면과학원 및 일본경영대 심리학부를 졸업했다. 일본에서 최면지도사 및 최면교도사 면허증, 최면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세계적 권위의 미국 국제최면사고시위원회(ACHE)로부터 국제의료최면사, 국제의학최면심리상담사 등 5가지 자격증을 받았고, 미국 유니온대학교에서 심리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화암초등학교 1회 졸업생으로서 지난 2007년 ‘자랑스런 화암인상’을 받기도 한 류 박사를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5가에 있는 대한심리연구소에서 만나 최면세계에 대한 안내와 근황을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처음 최면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우연인지 필연인지 20대 때이던 1950년대 후반 외국 문헌을 통해 처음 최면을 접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의 최면은 용어조차 생소했어요. 최면을 가르칠만한 교육기관은 물론 전문 연구가도 찾을 수 없었지요. 하는 수 없이 독학으로 최면을 습득했습니다. 상당 수준에 이를 때까지 혼자만의 연구를 계속했어요.
최면과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일본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최면 세계에 대해 더 깊은 경지를 개척하고 싶어 당시 일본 최면학계의 최고 교육기관인 일본최면과학원에 들어가 본과, 고등과를 차례로 이수했어요. 당시 나를 가르치던 분 못지않은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지요.

국내에 최면을 보급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요.
- 1960년대 후반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최면은 마술의 한 분야로 ‘눈속임’에 가깝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지요. 광고를 내더라도 ‘과학최면’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명함 내미는 것이 겸연쩍을 때도 많았습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지에서는 심리학의 한 분야로 당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힘이 들더군요. 그러다 1970년대 중반 서울대가 동숭동에 있을 때 문리대 심리학과 출강을 하게 됐어요.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어요. 뛰어난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인간의 마음이 일으키는 현상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더군요. 잠재의식을 엿볼 수 있는 방법은 최면밖에 없거든요.

최면이라는 말은 알지만, 최면의 세계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최면이란 무엇입니까?
- 사실 최면의 정의를 명쾌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간의 잠재의식을 완전하게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최면현상은 인간의 의식과 잠재의식을 넘나드는 경우가 흔하고,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능력과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데 활용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접근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직접 체험해보면 그때서야 ‘아,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느끼면서 깨닫게 되지요.

그럼 일반인이 최면을 체험하고 도움을 받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여러 가지 방편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빠른 방법은 전문가를 직접 만나 상담을 하면서 최면요법을 받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은 최면의 세계에 대해 경험이 없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유도와 도움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자기 혼자서도 최면 현상을 체험하고 최면의 유용성을 활용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소개된 방법은 독일의 슐츠 박사가 개발한 ‘자율훈련법’인데, 그것 말고도 많은 방법이 존재합니다. 자율훈련법은 말 그대로 자기 스스로 자신에게 특정한 암시를 하면서 최면상태에 진입하는 방법인데, 모두 6단계의 훈련을 거치게 됩니다. 1단계는 ‘오른팔이 무겁다’고 암시하면서 실제로 무거워진 팔을 느끼는 것입니다. 왼손잡이일 경우 ‘왼팔이 무겁다’고 하면 되지요. 이것 한 가지만 제대로 해도 자기최면의 절반은 성공하는 셈입니다. 최면은 과학적이고 간단하고 명확한 학문입니다.
자율훈련법을 통해 자기최면을 마스터한 다음에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특수최면’, ‘명상최면’의 단계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그간 최면을 보급하면서 각계각층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몇 가지 소개해 주십시오.
- 1978년 부산에서 발생한 정효주 양 유괴사건이 미궁에 빠진 적이 있어요. 범행차량을 본 목격자가 있었는데 차량번호를 기억하지 못했지요. 그때 경찰의 요청을 받고 목격자를 최면상태에 들게 해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던 차량번호를 끄집어냈습니다.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거지요. 그 후 많은 강력사건 수사에 도움을 주었고, 경찰대학 부설 수사간부연구소에서 최면수사 강의도 했지요.
또 스포츠 분야에도 최면요법을 적용하면서 한국 스포츠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어요.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탁구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유승민 선수를 ‘최면에 의한 멘탈 코칭’으로 도운 일은 당시 큰 화제가 됐지요. 아무튼 그동안 최면심리로 쾌유시킨 사례는 기억상실 치료, 무력증 회복을 비롯해 공포증, 불면증, 불안증, 우울증 치료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최면요법의 활용 범위가 다양하군요. 또 어떤 도움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최면성 트랜스라고 불리는 상태에서는 질환의 치유뿐만 아니라 비활성화 된 잠재능력을 일깨워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최면요법은 또 현대인의 편두통, 심근경색, 위궤양, 고혈압 등이 스트레스성일 때 뚜렷한 효과를 보입니다. 수면장애나 잘못된 습관 개선, 과체중, 집중력 결여 등에 최면요법을 적용하면 증상의 퇴치나 개선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밖에 성격 개선이나 경영인의 능력 개발, 창조성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 지난해 8월에는 독일의 유명 신경외과 의사들이 류한평 박사를 방문, 의학최면을 배워가기도 했다.
류한평 박사의 명성은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도 높다. 최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시술 및 치료 능력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미국 국제최면사고시위원회로부터 파이어니어상을 받을 만큼 인정받고 있다.       
류 박사는 또 미국 로드랜드대 초청으로 로스엔젤레스(LA)교육회관 등지에서 여러 차례 생활최면 공개강좌 및 시술을 해보임으로써 갈채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독일의 신경외과 의사 10여 명이 류 박사를 방문, 의학최면 강습을 받고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사진 참조)

류 박사는 ‘1985 세계평화문화상’, 1987년 내무부장관 공로장, ‘2007 교육혁신대상’, ‘2010 ACHE 최면개척자상’, 2011 미국상담치료학회 표창, ‘2011 미국 대통령상’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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