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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하는 선순환 하천 살리기 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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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하는 선순환 하천 살리기 ⑥-2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1.12.12 10:41
  • 호수 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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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주 찾는 곳 만들어야 성공

친환경 혹은 생태적 하천 살리기가 전국적으로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업들이 토목 위주로 추진되고 있으며, 토목사업은 크건 작건 기존의 자연요소를 파괴하고, ‘하천 살리기’라는 본래의 의도를 잃은 채 ‘하천 죽이기’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천 살리기 사업은 자연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청양군이 계획하고 있는 지천생태하천사업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생각해본다. 모두 157억2500만원을 투입해 제1지구(대치천 합류부~지천교)를 거쳐 제2지구(지천교~신금정교)와 제3지구(금정지구), 4지구(개곡리 물레방앗간 유원지), 5지구(까치내 유원지)까지 총연장 9.7킬로미터 구간을 정비할 예정이다.

하천의 의미와 담양의 경쟁력
요즘은 한자어인 ‘하천’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우리 민족이 오랜 옛날부터 써 온 말은 시냇물, 혹은 냇물이었다. 시냇물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우리는 어떤 생각과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까? 나이와 출신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1980년대 이전 보나 호안블럭 등 시멘트 구조물이 재난방지용으로 쓰이기 전의 시냇물은 모래톱과 천렵, 나무 그늘과 미역 감기 등의 아련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전남 담양군은 나무로 경쟁력을 삼는 지자체다. 담양읍에는 관방제림이 있고, 금성면 봉곡마을에는 왕버드나무 숲이 있다. 그밖에도 군내 곳곳에서 몇 백 년씩 된 나무 군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두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봉곡마을 왕버드나무 숲은 산림청이 주관하는 제1회 마을숲 이야기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담양읍의 관방제림은 가작을 받았다. 숲에 깃든 설화를 스토리텔링의 재료로 활용한 결과였다.
다시 말해 담양군은 어느 땐가 선조들이 이뤄 놓은 자연자원을 없애지 않고 현대에 와서 적절하게 되살려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봉곡마을 왕버들나무 숲은 마을에서 마주보이는 금성산성 입구 일곱거리(옛 지명)에 여자의 음부를 닮은 공알바위가 있는데 그 공알바위의 음기 때문에 마을에서 남녀간의 부정한 일들이 많이 생겼다. 이를 방지하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심고 가꿔  바위의 음기를 차단했다고 한다.
그때 만들어진 숲에는 300~400년 수령의 왕버드나무, 팽나무, 상수리나무, 소나무 등 60여 그루가 현재까지 마을을 보호하고 있다.

담양읍의 관방제림은 홍수 때 하천의 범람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어 가꾼 마을숲이다. 지난 2004년 산림청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대나무축제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담양군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천생태하천사업의 대상지에는 현재 나무가 없다. 제방을 만들 당시에도 나무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있던 나무들마저 그때 모두 베어냈다. 인공적으로 제방에 조림한 것이 아니고, 자연발생적으로 버드나무 등이 자라 유속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만 생각해보자. 제방을 따라 아름드리나무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풍경과 나무 한 그루 없는 하천의 모습을. 기왕에 생태하천사업을 할 것이라면 인근 농경지에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안에서 나무를 새로 심는 작업이 절실하다. 지금 심어 놓으면 언젠가는 지천도 담양의 관방제림이 되고 봉곡마을의 왕버드나무 숲이 될 것이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육성 지원금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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