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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 둥지를 튼 사람들 - 김봉현·김현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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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 둥지를 튼 사람들 - 김봉현·김현진 부부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1.10.10 11:48
  • 호수 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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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었던 농촌 생활이 이젠 너무 좋아요”

오늘 소개할 사람들은 청양과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들은 아니다. 남편 고향이 이곳인 김봉현(57)·김현진(54·청양읍 학당리) 씨 부부다. 남편 김씨는 대학 교직원으로, 아내 김씨는 사업가로 오랫동안 도시에서 생활하다 과감히 접고 귀촌했다. 이들의 시골 생활기다.

명예퇴임 그리고 청양 귀촌
김봉현씨는 김재옥·이순응씨의 9남매 중 장남으로 학업을 마치고 충남대학교와 대전대학교 교직원으로 30여 년 근무하다 지난해 8월 명예 퇴직했다. 그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노부모를 봉양하며 농촌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31년 전 결혼한 ‘친구 같은 부인’ 김씨와 함께이다. 
“제 근무지는 대전이고 아내 직장은 서울이어서 제가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출퇴근을 하며 생활했어요. 그러다 시골로 왔죠. 정년을 5년 여 앞둔 시점에서 명퇴하고 내려온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부모님께서 연로하시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특히 아내는 서울 토박이로 시골생활을 해 보지 않았고 또 벌여놓은 일들도 많아서 정리가 쉽지 않았는데도 선뜻, 오히려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시골 행을 추진해 줬어요.” 남편 김씨의 말이다.

남편 김씨는 ‘선비’라고 불릴 정도로 조용한 성격이었으며, 반대로 부인 김씨는 학창시절부터 학생대표를 맡을 정도의 쾌활한 성격으로 특히 서울에서 애완견 잡지 발행인으로, 또 수입사료 쇼핑몰도 운영하는 등 활동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접고 시골로 이사를 왔다.
“남편이 장남이니 시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시기가 앞 당겨진 것일 뿐이었죠.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내려왔습니다. 특히 제가 시골에서 생활해 보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내려와 벌써 1년이 넘었네요.”부인의 말이다.

“도시에서 살다 와서 그래!”
“부모님께서 정말 부지런하셨고 열심히 생활하셨습니다. 지금도 눈뜨시면 일터로 나가실 정도고요. 전 직장만 다녔지 농사는 문외한이어서, 그저 시키는 일 조금씩 도와드렸어요. 아직도 적응이 안됐지만,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난감했던 것은 도시에 살면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해야 할 때였어요. 예를 들어 상여 매는 일 등 함께해야 할 일을 못해서 ‘도시에서 살다 와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혼나기도 했으니까요.
제가 이 정도니 도시에서만 산 아내는 저보다 더 힘들었겠죠.” 남편 김씨의 말이다.

그래도 남편 김씨는 30년 째 난 사랑에 빠져있었고, 시골 집 한 쪽에 난실을 꾸며 힘이 들 때 마다 그곳에서 마음을 다잡고 돌아오곤 했다. 또 초보 농사꾼이지만 부친을 도와 밤농사도 짓고, 고추 등 밭농사도 도우면서 농촌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서울 토박이였던 부인 김씨는 시골생활 1년여를 추억하며, 처음에는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말을 혼자 되풀이하곤 했단다. 기대감으로 시골에 왔지만 막상 현실은 다르더라는 것.
“시골에 오자마자 집도 고치고 주변에 꽃도 심고 바빴어요. 그러다 겨울이 되니 너무 적막하더군요. 그 때 잠깐 ‘괜히 왔나’ 생각을 했습니다. 또 나름 자유롭게 살다가 새벽 5시 30분부터 일과를 시작하는 생활에 적응하려니 어려웠죠. 그러다 어차피 계속 시골에 살려면 변화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부모님과 대화로 생활방식을 조금씩 바꿔나갔죠. 어렵다 생각하지 말고 농촌생활을 즐겨보자고 마음도 다잡았고요. 그랬더니 행복해지더군요. 농촌에 적응하는데 1년 걸렸고, 요즘은 서울보다 이곳이 좋답니다.”부인의 말이다.

부인 김씨는 또 시골 생활의 무료함을 느끼던 중 뒷산에서 칡넝쿨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 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림, 분재 등 다양한 취미활동도 이어갔다. 또 부부 일심동체라는 말처럼 처음에는 난사랑에 빠진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자신도 난애호가가 돼 함께 산채 가는 일을 즐기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농촌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다. 

‘평생 친구’처럼 재밌고 행복하게
결혼 30년이 넘었지만 이들의 모습은 참 다정다감해 보였다. 오래된 친구처럼 말이다.
“저희 부부 모두 화초를 좋아해요. 부모님들이 열심히 생활해 오신 덕분에 주변에 넉넉한 공간이 있어요. 그래서 누구든 와서 차 한 잔 나누며 인연을 쌓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저나 아내나 집 주변에 꽃도 심고 황토방도 만들고 꽃길도 조성하고 그렇게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박한 바람을 이루기 위해 남편 김씨는 30여 년 전부터 취미로 모아온 난을 별도의 난실에 모아 정성껏 가꾸고 있다. 또 부인은 마당 가득 다양한 꽃을 심고 화초 분재를 곳곳에 놓아 열심히 돌보고 있다. 귀촌한 지 이제 1년여지만 그 때문에 이들의 집은 멀리에서도 눈에 띈다. 부부의 노력덕분이다. 특히 이들 부부는 악기 연주에도 남다른 재주가 있다. 남편은 색소폰을, 부인은 기타를 오래전부터 배워 함께 연주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다.
“앞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가려 합니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저희들이 가진 재주를 가르쳐 드릴 수도 있을 것 같고, 또 봉사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요.”
선비 같은 남편과 활동적인 아내.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이들은 참 닮은 듯 했다. 꽃, 나무, 난 등을 사랑하는 마음과 또 서로 하는 일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모습 등. 

“쉼터 조성 바람에 더해 몇 년 후 회갑기념 난 전시회를 집에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난실을 조금 넓히는 것이 제 바람이기도 하고요. 오늘 처음 이야기 하는 건데, 아내가 지어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인터뷰 중 전한 남편 김씨의 바람이다.
김봉현·김현진씨는 슬하에 2남 2녀를 두었으며, 현재 김재옥·이순응씨를 봉양하며 마치 친구처럼 연인처럼 재미있고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
“봄에 놀러 오세요. 꽃잔치가 펼쳐진답니다.”
이들 부부의 기분 좋은 초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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