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5:03 (수)
고유가시대 청양지역 농가의 경영책 모색 ①
상태바
고유가시대 청양지역 농가의 경영책 모색 ①
  • 이관용 기자
  • 승인 2011.08.28 12:44
  • 호수 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솟는 기름값에 시설하우스 농가 줄도산 위기

지난해 겨울은 시설하우스 농가에 악몽과도 같은 시기였다. 유래 없는 한파가 지속되면서 겨울철 농작물은 물론 농심마저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시설하우스에서 사용하는 난방유 가격도 덩달아 올라 농축산물 수입개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허리를 더욱 휘게 했다. 그나마 농가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난방유 가격을 보조해주는 면세유 정책이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겨울 강추위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농가는 배정된 면세유를 조기에 소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이 비싼 일반 난방유를 구입해야만 했다. 반면 올 농산물 가격은 소폭 오르거나 제자리에 머물러 농심을 멍들게 했다.
시설하우스 농가가 겨울철 난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유류 의존도가 높은 것이 원인이다. 유류는 겨울철 농작물 관리에서 절대적인 부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유류 값이 매년 오르고 있어 시설하우스 농사는 존폐를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청양신문은 이번 기획을 통해 겨울농사에 있어 유류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시설하우스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설물과 대체 에너지원을 소개한다.

[글싣는 순서]
1. 난방비 급등에 시설하우스농가 울상
2. 땅 속에서 얻는 난방에너지…지열
3. 물로 하우스 열효율 높여…수막시설
4. 하우스 안에 이중 시설…다겹보온커튼
5. 지역현실에 맞는 시설하우스 난방대책

난방비 걱정에 농심도 얼어붙다
“올 겨울은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한파가 계속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여기에 일조량 부족은 농작물 성장장애의 요인이 됐지요. 낮에도 영하의 날씨를 보이면서 난방보일러가 멈출 시간도 없이 하루종일 가동됐습니다. 이로 인해 난방유도 평년에 비해 더 많이 소모했습니다.”
청남면 중산리 김성권(58) 씨는 지난 겨울 농사를 이처럼 회고했다.
김씨는 현재 시설하우스 6동(3690제곱미터)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22년째 시설하우스농사를 짓고 있지만, 지난 겨울처럼 강추위가 지속된 적은 없었다고 했다.

 

▲ 청남면 중산리 김성권 씨가 지난 겨울철 난방비가 많이 들었다며 올해 겨울을 걱정하고 있다.
김씨는 “기후변화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올해처럼 추위가 계속된 적이 없었다”며 “겨울철 삼한사온 현상이 사라져 농가의 어려움이 컸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농가가 겨울농사에 필요한 난방을 유류에 의존하고 있다”며 “유류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사에 차질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간을 돌이켜 보면 농산물 가격은 소폭으로 상승한 반면 유류 값은 리터당 4배 가량 오른 것 같다”며 “그나마 면세유가 있어 농사를 짓고 있지만 면세 난방유도 리터당 800원 이상이 되면 손익분기점 이하가 된다”고 김씨는 말했다.

 

청남면 중산리 김순영(60) 씨도 추위가 지속된 지난 겨울을 악몽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면세유 2만500리터를 배정받았지만, 겨울동안 사용한 난방유는 4만여 리터에 이른다. 절반가량 일반 난방유와 추가 면세유를 배정받아 사용한 것이다. 면세유보다 배가 비싼 과세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설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농작물이 얼어죽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 김순영 씨(청남면 중산리)는 추위와 일조량 부족이 겨울농사를 망친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김순영 씨는 “토마토 농사만 30년을 지어왔는데 지난 겨울처럼 강추위가 계속되는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며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데 거의 매일 난방기를 돌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토마토는 최하 8~15도의 기온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난 겨울은 3중 하우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하우스 내부 온도가 낮았다”며 “한해 농사를 망쳐 올해 10월부터 지을 겨울농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이일재(61) 씨도 “시설하우스 8동(5280제곱미터)에서 토마토를 생산했는데 지난 1월에는 추위로 하루에 400리터 가량의 난방유를 사용했다”며 “농가들이 안심하고 겨울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면세유(경유) 1리터에 1000원 돌파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시설하우스의 주요 난방 원료인 면세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농업용 면세유 가격이 크게 오르자 겨울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농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면세유가 언제까지 공급될지 모른다는 현실이다. 지역 농가의 면세유 배정량도 그대로거나 줄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변화로 겨울추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면세유는 겨울농사에 있어 필수다.
2010년말 청양군 시설하우스 농가는 1303농가로 면적은 5824동(375헥타르)에 이른다. 이중 청남면에 236농가가 있으며, 1500동(140헥타르)의 시설하우스가 세워져 있다. 청남면에 시설하우스 농가가 많은 것은 금강변에 위치해 수원확보가 용이하고 들녘이 넓어서다. 또 부여 등 시설하우스 단지와 인접해 관련 인프라가 구축된 것도 원인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정산농협 청남지소에 따르면 면세유 배정량이 연도별 차이가 있다. 배정량이 연도별로 차이가 있는 것은 재배단지변동이 큰 원인이지만, 최근 현황은 감소를 보이고 있다. 연도별 면세유(경유) 배정현황을 살펴보면 2004년 467만리터, 2005년 419만리터, 2006년 415만리터, 2007년 484만리터, 2008년 382만리터, 2009년 353만리터, 2010년 392만리터, 2011년 372만리터 등이다.
특히 면세유 배정량이 줄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 시설하우스농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수년간 난방용 면세유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농산물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시설하우스 농가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최근 난방용(경유) 면세유 리터당 가격은 2005년 530원, 2006년 603원, 2007년 643원, 2008년 865원, 2009년 732원, 2010년 4월 803원, 2011년 1월 950원, 2011년 6월 1040원, 2011년 8월 108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농가가 난방용 면세유 최대 가격대로 꼽고 있는 경유 리터당 800원을 훌쩍 넘은 상황이다. 시설하우스농가는 농산물가격이 오르지 않고는 현재의 난방유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8월 9일 현재 면세유가 아닌 과세 경유는 리터당 1750원으로 지난 겨울처럼 추위가 계속돼 면세유를 미리 다 사용할 경우 비싼 과세 난방유를 구입해야 한다.
이상용 정산농협청남지소유류담당은 “면세유 배정량은 재배단지변동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농업용 면세유도 국제유가변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요즘처럼 유가상승이 지속되면 면세유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겨울농사 이대로는 가망이 없다
난방유 가격 급등으로 농가들 사이에서도 난방비 절감을 위한 안간힘을 쏟고 있다. 비닐하우스 덮개를 이중·삼중으로 하거나, 하우스 내부에 또 다른 터널을 만드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또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지원하는 에너지절감 정책에 적극 참여하며 유류를 대신할 난방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시설하우스농가들이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유류가격 상승으로 농가수익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어서다.

그동안 농가의 난방수단인 면세유도 매년 폭등하고 있어 더 이상 면세유로는 농가소득향상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타 지역에서는 이미 대규모 시설하우스단지가 유류를 대신하는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효율을 높이는 시설물로 교체하고 있다.
정부 또한 에너지효율시설에 대해서는 보조를 확대, 유류 값 폭등에 따른 농가보호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역에서도 일부 농가가 정부의 보조를 받아 시설물 등을 개선해 난방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언구 군원예특작담당은 “청양군도 정부의 에너지절감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시설하우스에 대한 관련 보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군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렵고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