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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 한국 화단 이끌 유망주 변상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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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 한국 화단 이끌 유망주 변상미씨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1.06.13 09:58
  • 호수 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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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씩씩하게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 장평면 미당리와 청남면 지곡리 주민들이 변상미씨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오늘 문화가산책에서는 한국 화단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 한 사람을 소개한다. 아직 학생이고 작가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남은 길이 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변상미(24·장평면 미당리·사진) 씨다.
상미 씨는 국민대학교 미술대학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현재 휴학 중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이 아니어서 공부를 잠시 쉬면서 일을 하고 있다. 공부와 일을 병행하다보니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미 씨를 소개한다.

우리만 보기 너무 아까워요
한 주민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우리 꽃밭에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구경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는 또 “주민들만 보기 아까워 전화를 했다”며 “특히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그것도 세 점이나 작은 꽃밭에 놓여지게 된 이야기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상미 씨의 고향인 장평면 미당리와 접해 있는 청남면 지곡리 윤영권 씨 집이었다.
윤씨 말대로 그의 집 꽃밭에는 조각 작품이 멋스럽게 세워져 있었고, 그곳을 지나는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상미는 제 아내의 제자였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었다고 해요. 대회에 나가면 상을 탔고, 그래서 아내가 상미에게 미술을 전공하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답니다. 결국 충남예고를 거쳐 미술대학에 입학했죠. 옆집에 살고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봐 왔는데,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직접 학비를 벌어가며 공부를 하고 있어요. 유망주인데 어렵게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고,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해서 전화를 했답니다.” 윤씨의 말이다.
윤씨의 꽃밭에 놓인 작품 중 두 점은 상미 씨가 대학교 1·2학년 때 만들었다는 습작이었으며, 나머지 한 점은 보는 사람들마다 궁금증을 자아냈던 작품으로 ‘귀가 없고 눈이 감겨있는 7명의 얼굴 조각’이었다. 이후 상미 씨가 전한 그 작품명은 ‘왜 사람은 귀꺼풀이 없을까’로, 보고 싶지 않거나 듣고 싶지 않은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얼굴에 표현한 것이란다.

뒷바라지 못해 줘 항상 미안
“아이들이 어릴 때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3남매인데 당시 5살, 6살, 8살이었고, 너무 어릴 때라 막막했지만 다행이 어머니가 계셔서 아이들을 키워주셨죠. 농사도 조금 짓고 정미소도 운영하고 있지만 넉넉하지 못했어요. 그렇다보니 아이들 뒷바라지도 잘 못해줬고요. 그래도 모두 잘 커줬고, 그래서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상미가 둘째인데, 미술대학이어서 그런지 학비 외에도 재료비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보니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하고, 힘들면 휴학 후 학비를 모아 다시 복학하고요.” 아버지 변찬수(55·미당정미소) 씨의 말이다.
사립대학이어서 한 해 학비만 해도 1000여 만 원, 여기에 작품 제작에 필요한 재료비는 천차만별이라서 이를 준비해야만 하는 상미씨와 가족들은 부담이 크다. 때문에 상미씨는 2학년을 마치고 1년 동안 휴학 후 학비를 벌었으며, 또 졸업을 한 학기 남긴 지금도 휴학해 학비를 벌고 있다.
아버지 변씨는 “아버지로서 마음껏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딸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오히려 ‘걱정하지 말고 건강 챙기세요’라고 말한다”며 그래서 더 미안하다고 전한다.
“좋아하는 일이니까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상미가 대견하고, 그럼에도 뒷바라지 못해줘 미안하고 안쓰럽습니다.” 변씨의 말이다.

▲ 변상미 씨.
칭찬과 격려에 힘을 얻는다
상미씨는 미당초, 청남중, 충남예고를 졸업했으며, 국민대학교 미술대학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 중이다. 전공은 입체미술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선생님께 칭찬도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미술전공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고민도 많이 했지만 주위 분들의 격려 덕분에 지금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술전공을 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고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물론 상미 씨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때문에 휴학을 하고 돈을 벌면서 다시 작업을 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란다.

“가끔 시간 낭비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도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훗날 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최선을 다합니다. 지금은 전공과 상관없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조형물 제작, 교육 관련 일을 하면서 공부도 병행하고 싶습니다.”
상미씨는 1학년 때부터 과제전, 단체기획전 등 자신의 작품을 간접적으로 전시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학교마다 시스템은 달라요. 저희는 4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전시를 위한 작업을 하는데 1학기 때에 야외전시를 하고 2학기 때에 졸업전시를 합니다. 고향에 있는 ‘왜 사람은 눈꺼풀이 없을까’는 1학기 때 야외전시를 한 작품이에요. 사람의 감정과 심리에 대해 생각해 본 작업 이었어요. 보고 싶지 않은 감정 표현을 위해 눈을 감았고 듣고 싶지 않은 마음 표현을 위해 귀를 만들지 않았죠. 심리적인 혼돈, 갈등을 담은 작품이에요.”

상미씨는 마지막으로 평소 가족들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했다. 자신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것. 특히 사랑으로 잘 키워준 할머니 정분순(81)씨와 “무조건 너를 믿는다”고 말해 주는 아버지를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배우며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윤씨는 “훌륭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학생”이라며 “한국화단을 이끌 유망주로 자리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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