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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내 노인프로그램 ‘거기서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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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내 노인프로그램 ‘거기서 거기’
  • 이존구 기자
  • 승인 2011.05.30 11:29
  • 호수 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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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기관 10여 곳 천편일률…통합관리 시스템 필요

청양군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 특히 여러 기관·단체가 필요한 사업비를 확보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인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 사업을 좀더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사업대상지의 중복이나 계절적인 편중현상 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 프로그램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처럼 1년에 3개월 동안 주 1회씩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는 수혜대상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

청양교육지원청 소속 장은주 요가 강사는 “요가교실에 참여한 할머니들의 반응은 뜨겁다. 노인들은 프로그램이 종료될 때 못내 아쉬운 마음에 내년에도 프로그램을 꼭 개설해달라고 간청할 정도다. 처음엔 요가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이것도 잠시뿐이다. 노인들이 운동할만하다 싶으면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맛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일생생활에서 즐기는 생활스포츠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배려가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청양군내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은 운동보다 농사일로 잔뼈가 굵은 세대다. 그러다보니 늦은 나이에 운동이란 것을 알게 됐고, 건강을 챙기는 일에 눈을 떴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허리 아픈 것도 나아지고 병원에 가는 횟수도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것이 노인대상 프로그램을 확대하거나 효과적인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 이유다.

초고령화사회 대비책 절실
청양군에서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해마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고령인구는 늘어나는 추세다. 비록 현재 인구감소세는 주춤하지만, 각 마을에서 아기 웃음소리를 들은 지 오래됐다. 초등학생이 한 명도 없는 마을이 부지기수다.
이런 마을은 50대, 60대가 사실상 어린나이에 속하며, 이 세대들이 청년으로 불린다. 나이 많은 주민들이 한 마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보니, 마을의 활력은 전 같지 않다.

청양군이 노인을 대상으로 많은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노인들의 만족도 측면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지 오래지만, 그에 걸맞은 복지정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3월 기준 청양군의 주민등록상 인구수는 3만2433명이고, 이중 65세 이상의 노인은 28.5퍼센트인 9259명으로 집계됐다. 초고령화사회(20퍼센트) 기준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읍면별 편중 현상을 분석하면 더욱 심각하다. 청양읍(17.3퍼센트)과 정산면(25.9퍼센트)을 제외한 나머지 8개 면지역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30퍼센트가 넘는다.

수치상으로 청양읍 말고는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남양면은 인구 2863명 중 1093명(38.2퍼센트)이 65세 이상으로 군내에서 가장 고령화된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65세 이상(2005년 기준) 인구비율은 9.3퍼센트이고, 충남은 14.2퍼센트이다. 비록 청양이 전국 263개 지자체 중 20번째로 작은 지역임을 고려해도, 고령화 비율이 우려할 만큼 높은 수치임에는 분명하다.

노인프로그램 시행기관 10여 곳
청양군내에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들로 넘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시행기관은 청양군과 대한노인회 청양군지회, 청양군생활체육회, 주민자치센터 등이다. 또 청양군보건의료원과 국민건강보험 청양출장소, 농업기술센터, 농협 등도 노인대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청양군은 올해 복지예산 115억3700만원을 투입하는 등 노인복지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과 장수수당, 노인돌봄서비스, 무료경로식당운영, 노인교통안전장구보급 등 경제적 안정과 건강생활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또 경로당 활성화사업을 추진해 프로그램관리사 배치운영, 노후경로당 보수, 소요물품 맞춤식지원, 여가 건강프로그램 보급, 가스점검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난방비 및 운영비를 확대 지원하는 등 노인들이 행복하게 생활하는 데 보탬을 주고 있다.
또 치매와 거동불편 등으로 고통을 받는 노인들을 위한 노인전문요양원을 운영하고, 가사와 외출 및 생활 상담을 도와주는 재가노인복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청양군지회(지회장 고기영)는 경로당 활성화 프로그램과 노인대학 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읍면 경로당에서 노래교실(강사 김기평·유병욱)과 요가교실(강사 윤금선·장미소·장은주), 맷돌체조(강사 김나인), 건강체조(강사 김성자) 등을 운영한다. 또 복지회관 노인대학에서는 서예교실(강사 김기상)과 컴퓨터 교습·기타 연주(강사 최세진), 스포츠 댄스(강사 김성자), 우리춤 체조(강사 윤금선), 음악교실(강사 박기홍)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청양군생활체육회(회장 신만재)는 게이트볼교실(지도자 박종석·김유정·김기덕), 실버체조교실·건강요가교실·건강걷기교실(지도자 김유정), 실버댄스스포츠교실·건강요가교실(지도자 임효진) 등을 운영한다.
청양읍주민자치센터(위원장 명제운)는 에어로빅과 노래교실, 농악반, 문인한국화, 댄스스포츠 등을, 정산면주민자치센터(위원장 송인문)는 건강교실, 노래교실, 풍물교실, 서예교실 등을 열고 있다. 또한 남양면(위원장 문명근)은 풍물교실과 댄스교실, 노래교실 등을, 목면(위원장 전갑수)은 풍물교실과 전산교육, 수지침 등의 강좌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함께 청양군보건의료원(원장 김흥진)은 주민을 대상으로 유산소 및 근력운동을 하는 건강증진실을 운영하고, 스텝박스 건강체조교실도 연중 문을 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청양출장소(소장 이연우)는 노인건강교실을 통해 신체기능 저하를 예방하면서 건강한 노후생활을 유지하도록 해주고 있다.

이밖에 농업기술센터(소장 최종우)는 화성면 수정리 주민을 대상으로 농촌건강장수마을육성사업인 태껸교실(오금치기, 무릎치기, 헤치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청양농협(조합장 이계만)은 중풍과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며, 정산농협(조합장 김태영)은 체력을 단련하는 건강증진실을 연중 개방하고 있다.

수혜대상자 군민 일부에 그쳐
그렇지만, 프로그램은 넘치는데도 참여자나 수혜 대상이 한정된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청양읍과 정산면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밖의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다시 말해 노인을 쉽게 모집할 수 있는 지역으로 프로그램이 편중되고 있다.
청양읍 지역은 사계절 연중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혜택을 많이 받는다.

반면 면단위 지역은 겨울철 등 농한기에만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그나마도 호응도가 높은 마을위주로 일부만 혜택을 받고 있다.
노인들에게 운동이란 말 자체가 낯설어서 처음에는 참여하기를 주저하기도 하지만, 한 번이라도 프로그램을 개설한 마을은 반응이 좋다. 화투나 윷놀이, 수다로 소일할 때보다 프로그램을 통해 삶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즐거움을 누린 경험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장은주 강사는 “노인들은 요가라면 먼저 어려워하고, 몸동작을 취하는 자체를 쑥스럽게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때에야 비로소 인식이 바뀐다. 관절운동을 통해 혈액순환을 돕고, 복식호흡을 하면서 심신을 안정하는 법을 배우고 난 뒤에야 운동을 즐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병욱 강사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이다. 외로움 때문에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노인지회의 경로당 활성화 프로그램은 노인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주고 있다. 한 시간 반 동안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노래교실 등의 횟수를 더 늘려 주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청양군 노인지회의 경우, 한 번이라도 경로당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한 마을은 3년 내에는 다시 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마을마다 돌아가며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군내 경로당 296개소를 대상으로 강좌를 열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예산이 한정돼 있어 수혜대상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수혜대상자는 많은데 예산이 모자라 모든 이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예산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1곳에 주 1회, 2, 3개월만 운영할 수 있다. 농번기를 고려할지라도 수요를 감당하기엔 부족하다. 주민들은 최소한 주 2회씩 연중 운영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혜대상을 넓히기 위해서는 교통편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마을 경로당에 나오지도 못하기 때문.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을 배려하려면 교통편 지원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김희정 노인지회 프로그램관리사는 “다른 단체가 프로그램을 진행한 마을은 대상지에서 제외한다. 중복되는 것을 피하고, 여러 마을에 복지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예산이 좀더 수반된다면 보다 많은 노인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인복지관 건립 시급하다
비봉면 녹평리 할머니경로당(회장 전정순)에 나오는 할머니들은 올해 청양군노인지회에서 운영하는 경로당 활성화 프로그램을 알차게 보냈다.
특히 노래교실에 나오면 모든 걱정거리를 잊기 때문에 병이 나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곳에서 윷놀이를 즐기다가도 화요일 오후 2시면 노래방기계 앞에 자연스럽게 모인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곳 노래교실에는 이웃마을의 할머니도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김춘자(비봉면 장재리) 씨는 “노래교실이 열리는 화요일은 만사를 제쳐놓고 참여했다. 장날 장을 보는 것보다 노래교실에서 노래를 부를 때가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노인들은 경로당 활성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프로그램은 건강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경로당마다 노인지회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는 없다. 또 기관단체마다 노인대상 프로그램을 제각기 추진하고 있고, 겨울철 등 농한기 때 3, 4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청양군 노인지회의 의견처럼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기관단체가 정보를 교류하는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노인종합복지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승일 노인지회 사무국장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체마다 정보를 교환하지 않아 중복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큰 동네 위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점은 있지만, 실무자들이 한 달에 한 번, 혹은 분기에 한 번씩 모임을 갔고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으면 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인종합복지회관을 건립해야 한다. 노인종합복지회관은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으며, 노인들의 수요를 맞춰줄 수 있다. 노인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반시설을 시급히 갖춰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청양군은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관련 복지정책이 현안으로 대두된 지 오래다.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노인들에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문화적 공간을 통해 욕구를 충족해줘야 한다. 특히 노인대상 프로그램의 시행주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은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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