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밤낮없이 부지런하게 뛰는 한 사람을 소개한다. 이재근(51ㆍ청남면 청소2리) 청남미래건축 대표다. 그는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그 탓에 결혼 26년차에 3남매를 둔 가장이지만, 자녀들이 한참 성장할 때에도 함께 물놀이 한 번 가보지 못할 정도였단다. 특히 요즘은 본연의 업무 외에도 마을이장으로서 솔선수범하면서 꼭 필요한 일꾼으로 생활하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주경야독
청소 2리에 들어서면 가지 둘레만 세 아름이 넘는 버드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버드나무에 대해 주민들은 ‘400년은 더 됐을 것’으로 입을 모은다. 그 버드나무 뒤편으로 이재근 씨가 손수 지어 생활하고 있는 집과 축사가 널찍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이 대표와 부인 김미숙 씨를 만났다.
“5남매 중 외아들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돌아가셔서 무척 어려웠고요. 어린 마음에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했던 것 같고, 결국 초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갔죠.” 이 대표의 말이다.
어릴 적부터 자립심이 강했던 그는 열다섯 살에 상경해 바로 건축·설비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에서 그는 낮에 일하고 밤에는 못다 한 공부와 건축 관련 자격증취득 등 주경야독 했다. 어떤 일이든 성실하고 정직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것이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의 성과는 얻지 못했다고 전한다.
“열심히 한 만큼 경제적으로도 금방 풍족해 질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안 되더군요.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서울에 있으면서 배관기능사를 포함해 건축 관련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할 수 있었고, 특히 일찍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을 대신해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12년을 서울서 살다 1987년에 고향으로 왔습니다. 거의 빈손이었지만 서울로 올라 갈 때만큼 걱정은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불의의 사고로 ‘귀향 후회’도
고향으로 돌아온 이 대표는 서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설비 공사 등 바쁘게 일했다. 시골로 오자마자 구입한 소 2마리도 잘 키웠다. 그러던 중 1년 만에 이들에게 시련이 닥쳤다. 이 대표가 경운기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팔이 부러지는 사고였는데 수술을 4번 하고, 6개월 입원해 있었어요. 소 먹잇감을 구하려고 경운기에 짚을 싣다 농기계를 잘 다루지 못해서 난 사고였죠. 병원에 있으면서 괜히 시골로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꼼짝없이 누워 있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고향으로 온 것에 후회 아닌 후회를 잠시 한 이 대표는 그래도 “이쯤이야”하면서 바로 떨쳐버렸으며, 다행히 6개월여 치료 끝에 완쾌되자 예전처럼 일에 전념했다. 성실함으로 최선을 다한 것이다.
사실 이 대표 가족들은 거의 빈손으로 서울서 내려 온 탓에 처음 9년 동안은 큰집에서 지냈다. 이후 여러 번 이사도 다녀야 했다. 그러다 현재 살고 있는 곳에 거처를 마련할 수 있었다. 2004년도였다.
“꽤 넓은 평수에 주택과 축사를 지었는데, 땅 일부는 저희가 구입했고 나머지는 땅 주인들께서 그냥 주시다시피 하셨어요.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살겠다는 뜻이 갸륵하다고요. 너무 감사하죠. 조금 거친 땅이어서 흙을 4000차정도 부어 평평하게 일궈 집도 짓고 축사도 지었습니다. 이사와 일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주택 또는 상가 등 건축부터 보일러 시공·수리, 인테리어 까지 종합적으로 일을 한다. 그들이 살고 있는 주택도 그가 손수 인테리어부터 건축까지 마무리했다. 그는 쉬는 날이 단 하루도 없을 정도로 일이 떨어지지 않는다. 공사를 하지 않는 겨울철에도 보일러 수리 등 계절에 맞는 일로 바쁘다.
부르면 주저 없이 달려간다
그는 2007년도부터 벌써 4년째 청소2리 이장을 맡고 있다. 이렇다보니 낮에는 본연의 업무로, 밤이면 이장 일로 바쁘다. 하지만 그는 단 한번도 힘들다고 짜증을 내 보지 않았다.
“주민들께서 새벽 2, 3시에도 보일러 고장 났다고 전화 하세요. 수도꼭지 고장 났다고 교체해 달라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집 짓는 일을 하니까 모두 할 수 있다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연락을 받으면 바로 달려가요”
이 대표는 자신의 손을 보여줬다. 손으로 못을 받아도 될 만큼 굳은살로 딱딱해진 손바닥, 곳곳이 상처투성이고 어디 한 곳 부드러운 곳이 없어 보이는 일꾼의 손이었다. 그 손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성실함 하나 보고 결혼했는데 살아가면서 더 느끼겠더라고요. 성실히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남편을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부인 김씨의 말이다.
바쁜 일꾼 이 대표는 미래의 주역들을 위한 장학금 전달과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위문품 전달, 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무료 수리를 해 주는 등 좋은 일에도 일등이다. 일과 봉사 그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이 대표의 생활철학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아이들이 한참 자랄 때 함께 놀아 주지 못한 것이에요. 그래도 잘 자라줘서 고맙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주민들과 가족 모두 건강하게 생활했으면 하는 소망이에요.”
부지런한 일꾼 이재근씨는 청소 2리 이장과 3년 전 건강을 다지기 위해 시작한 배드민턴 청남면 동우회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부인 김미숙(50)씨와의 사이에 아들 인석(28·대학교 교직원)·딸 인지(23·유치원교사) 씨, 그리고 늦둥이 막내 딸 인애(11·청남초 4년)양 등 1남 2녀를 두고 오늘도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