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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청양’ 과연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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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청양’ 과연 그런가?
  • 박미애 기자
  • 승인 2010.06.07 10:51
  • 호수 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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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서비스 위축 이대로는 곤란…지자체가 나서야
힘들고 어려울 때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가정이다. 건강한 사회의 토대이자 기초단위인 가정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할나위 없이 중요하다. 이런 가정에 있어서 가장 중심축이 되는 것은 여성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가족,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 청양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또 청양의 여성들이 바라는 여성복지는 어떤 것인지 짚어 봤다.

힘들고 어려울 때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가정이다. 건강한 사회의 토대이자 기초단위인 가정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할나위 없이 중요하다. 이런 가정에 있어서 가장 중심축이 되는 것은 여성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가족,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 청양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또 청양의 여성들이 바라는 여성복지는 어떤 것인지 짚어 봤다.

아이돌보미 예산축소 부모들 불만
지난주 한 통의 공문을 받은 맞벌이 주부 박모씨는 식욕을 잃었다. 건강지원센터의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해왔는데 그 공문에는 ‘정부예산이 줄어 월 80시간 지원하던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6월부터 월 40시간 밖에 해줄 수 없고 일부 요금이 인상된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

세 아이의 엄마인 박씨는 지난 5월부터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원하는 시간을 신청하면 돌보미 교사가 집으로 와 아이들을 돌봐주고,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혜택(가형 20퍼센트 본인부담, 나형 80퍼센트 본인부담)도 받을 수 있는 안성맞춤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5시부터 우리 부부가 퇴근하는 7시까지, 2시간 가량 아이를 돌봐주실 분이 필요해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는 박씨는 아이들이 아직 어려 학원에 보내기도 어렵고 딱히 돌봐줄 사람도 없던 차에 이 사업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박씨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 간식까지 챙겨주니까 저로서는 너무 안심이 되고 아이들도 좋아해서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는데, 서비스가 줄어들면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 같다”고 전했다.

박씨와 같이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받는 가정의 입장에서 보면 월 80시간에서 40시간으로의 축소는 그야말로 날벼락 같다. 보통 5시부터 7시까지 하루에 두 시간씩 아이를 맡길 경우 20일밖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아이돌보미 서비스가 있어서 안심했는데 이 좋은 제도를 확대해 나가지는 못할망정 시간을 자꾸 줄이니까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가 정말 힘들다.” 박씨의 설명이다.

주부 강모씨 또한 “절로 한숨이 나오고 피가 마른다”며 “아이돌보미 때문에 퇴근이 좀 늦어져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고 다른 볼일도 볼 수 있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고 털어놨다. 강씨는 “육아휴직 어쩌고 하지만 청양에서 공무원을 제외하고 몇 퍼센트나 그런 혜택을 받으며 회사를 다니겠느냐”며 “직장맘들에게 단비 같은 아이돌보미사업을 정상화 해주거나 지자체에서라도 지원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안 그러면 무조건 돌보미서비스 다형(본인부담금 100퍼센트)을 이용해야하는데 9시간 맡기는데 4만5000원이나 들면 이용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모르겠다”는 것이 강씨의 하소연이다.

이들은 “정부든 군이든 출산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제공해 오던 서비스도 없애는 것을 보면 결국 생색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냐”며 “정부의 지원이 줄면 군 차원에서라도 더 투자하면 좋을 텐데 답답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현재 청양은 젊은 사람들을 위한 복지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초고령 지역이기 때문에 노인들이 많고 따라서 노인들을 위한 복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젊은이들이 정착하기 편한 청양 만들기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아이돌보미사업 알고 계세요?
한부모가족, 저소득 맞벌이 가정 등의 양육부담을 경감하고 시설보육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 아이돌보미사업은 0세(3개월 이상)부터 만 12세 아동이 있는 가정에 돌보미를 파견하는 사업이다.
이 서비스가 필요한 가정은 건강보험료 납입 영수증 등 소득확인증명서를 갖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회원 등록을 한 후 이용하면 된다.

군은 지난해 4월부터 청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위탁해 아이돌보미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부터 3년간 건강가정지원센터 아이돌보미사업(지난해는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소득기준에 따라 가형(가구 평균소득 50퍼센트 이하)은 기본 2시간 2000원(1시간 추가 500원), 나형(100퍼센트 이하)은 8000원(1시간 추가 3000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보육시설, 등하교 및 놀이 활동, 식사 챙겨주기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호응이 높다.

청양에서는 사업추진 초반에 10여 가정이 이용하다 지난해 말에는 70가정, 현재는 84가정으로 늘어날 만큼 부모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야근이나 출장 등 부득이하게 자녀를 돌볼 수 없게 되거나, 급한 일이 생기거나 대신 돌봐줄 가족이 없을 경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계속해서 이 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어들어 부모들의 원성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연 960시간, 월 80시간 이내로 제공됐던 서비스가 올해 연 480시간 월 80시간으로, 또 6월부터는 연 480시간에 월 40시간 이내로 대폭 축소됐다. 또 소득기준에 따른 이용요금도 가형의 경우 기본 2시간 사용이후 추가 1시간당 500원 하던 것이 1000원으로, 나형의 경우 3000원에서 4000원으로 늘어 기존 이용자의 부담감도 늘었다.

더욱 문제는 이 줄어든 서비스조차 11월부터는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보미 건강가정지원센터 박경희 아이돌보미팀장은 “현재 예산부족으로 10월까지밖에 서비스를 못할 것 같다. 일단 3년 시한으로 위탁받은 사업이라 해가 바뀌면 다시 예산을 받아 시행되겠지만 11월, 12월 두 달간의 공백이 생기면 이용자는 서비스를 받지 못해 타격이 크고 아이돌보미들도 직장을 잃는 격이 돼 답답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224억원(추경예산 68억9000여만원 포함)에 달하던 관련 예산을 올해 153억원을 책정, 무려 71억원이나 깎았다. 이 예산삭감의 피해는 청양지역의 가정에까지 전달되고 있다.

돌보미 여성들 사명감 가득
아이돌보미사업은 여성들의 일자리창출에도 한몫을 하는 등 1석2조의 효과를 보고 있는 사업이다.
현재 건강가정지원센터 아이돌보미사업은 양수영 센터장을 비롯해 박경희 팀장, 최상희 팀원이 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으며 이항주, 정완희, 전용재, 윤민숙, 김미경, 강정인, 신옥순, 김인자, 이연화, 김명자, 최명순, 양선희 씨 등 12명이 아이돌보미가 활약하고 있다.

아이돌보미가 되기 위해서는 양성교육을 받아야 한다. 65세 이하의 여성들로 보육교사, 유치원교사, 간호사, 장애아 관련 보육관련 자격증이 있는 경우는 25시간, 보육관련 자격증 미소지자는 50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출석률이 80퍼센트 이상일 경우 수료증이 발급된다. 양성교육 후에는 10시간의 실습시간을 이수해야 아이돌보미로서 활동이 가능하다. 1시간당 5000원의 임금을 받는다.

두 남매의 엄마이기도 한 강정인(56·청양읍 송방1리) 씨는 지난해 4월 지인의 소개로 아이돌보미 일을 하게 됐다. 강씨는 “다른 일을 좀 하다가 마침 이런 일자리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아이를 좋아하고 남도 도울 수 있겠다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강씨는 “대부분 먹고 살기 바쁜 가정에서 아이돌보미를 많이 요청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정에 많이 굶주려 있어요”라며 최대한 많은 사랑을 전해주려고 노력한단다. “또 아이들이 잘 먹고 잘 노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돈 벌겠다는 생각으로는 일 못하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키운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합니다.” 강씨의 설명이다.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고 가정주부니까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아이돌보미를 시작했다”는 김명자(47·청양읍 읍내리) 씨는 작년 10월부터 아이돌보미를 시작했다. 김씨는 “아이가 너무 예쁘고 마치 셋째를 키우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내 아이들 키울 때는 멋모르고 키웠는데 나이가 더 들었고 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식까지 쌓은 터라서 이제 아이 돌보는 것에는 베테랑이 된 거 같다”고 밝혔다.

갓난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아이들을 접하는 아이돌보미들. 아이를 돌보는 것이 이들의 주 업무이지만, 때에 따라서 가사에 도움을 주거나 자비로 두 손 가득 간식을 마련해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간당 5000원의 임금은 오고가는 시간에 차비 빼면 남는 일도 아니지만 그저 자식 같은 마음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어머니의 정’이 넘친다.

이들은 “가사활동은 원칙적으로 못하게 돼 있지만 다양한 가정들을 방문하다보면 자식 또래의 부부들이 정말 먹고살기 바빠 정신없고, 살림이 빠듯해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자녀 같은 젊은 부부들에게 도움도 주고 돈도 벌수 있어 안성맞춤인 일자리”라고 전했다.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여성복지에서 출발해야
한편 청양군은 올해 행복한 가족실현과 여성사회 참여확대를 위한 여성복지를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군은 △한부모 가정지원 9개 사업 5430만원 △다문화가족지원 8개 사업 2억5530만원 △여성활동지원 5개 사업 1억4640만원 △여성교육 2개 사업 2120만원 △여성권익증진 4개 사업 1950만원을 책정했다.
특히 아동양육비, 자녀학비, 학용품비, 능력개발비, 참고서 구입비 등을 지원해주고 특히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다문화여성을 위해 지역사회에 조기 정착을 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지원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다문화여성 자격취득을 돕고 다문화가족 통·번역 서비스 제공을 통해 다문화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 여성의 교육지원과 원활한 사회활동 기반조성을 위해 매년 여성대회를 개최하고 각종 여성단체 및 자원봉사 활동운영, 여성에 대한 인권보호를 통한 권익증진도모를 위해 가정폭력상담소 운영 활성화는 물론 찾아가는 가정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군의 방침대로 여성의 안정적인 사회참여를 확대하려 한다면 무엇보다 여성들의 육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청양은 일자리가 많고 적음을 떠나 여성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열악해 직장을 다니며 아이들을 돌볼 엄두가 나지 않는 다는 것이 여성들의 주장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긴다 해도 어린이집이 쉬는 날도 문제이고, 특히 어린이집이 끝나는 시간과 부모의 퇴근 시간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많은 부부들, 특히 여성들은 양육지원책에 대한 지자체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군은 자녀보육을 위해 △보육지원 8개 사업 25억5200만원 △시설기능보강 4개 사업 9300만원 △보육시설지원 6개 사업 5310만원 △종사자 처우개선 4개 사업 1억2400만원 △셋째이후 영유아 보육료 및 양육수당 3억830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중 여성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이 셋째이후 영유아 보육료 및 양육수당인데 실질적으로 여성들은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돌볼 곳을 필요로 하고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가 들어서면서 바쁜 여성들에게 한줄기 숨통이 트이는 듯했으나, 이마저도 정부 예산부족으로 지원금은 축소되고 개인부담은 크게 늘고 사업마저 언제 조기마감 될 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여성들은 지자체의 예산지원이 뒤따르기 만을 염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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