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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이 학업성취도 향상의 열쇠
지역 도서관은 문화콘텐츠 생산의 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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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이 학업성취도 향상의 열쇠
지역 도서관은 문화콘텐츠 생산의 요람
  • 박미애 기자
  • 승인 2009.12.07 10:12
  • 호수 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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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이 미래다 ③

[글싣는 순서]
1. 풍요로운 삶으로 이끄는 문화예술교육
2. 생활 속에 느껴 갈 수 있는 예술창조
3.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 (핀란드)

이번 호에서는 북유럽의 대표적 복지국가 중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시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심인 아나탈로 예술센터와 사설 음악학교, 헬싱키시립도서관을 소개한다.
교육의 천국 핀란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15세 이상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수학과 과학뿐만 아니라 읽기까지도 연거푸 1위에서 3위까지의 높은 성취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핀란드 정부의 ‘모든 학생들에게 차별 없이 질 높은 교육을 제공 하겠다’는 공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다.

[글싣는 순서]
1. 풍요로운 삶으로 이끄는 문화예술교육
2. 생활 속에 느껴 갈 수 있는 예술창조
3.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 (핀란드)
4.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 (스웨덴)
5. 예술가를 기르고 창의력을 길러주는 나라( 독일)
6. 문화예술교육, 미래를 여는 문

문화교육의 등대 ‘아나탈로 예술센터’
지역학교와 연계 무료 예술교육 펼쳐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해 있는 아나탈로 예술센터(대표 요한나 린스테드)는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어린이들을 위한 예술회관이다.
이 곳은 원래 학교로 사용됐었는데 헬싱키 시에서 지금의 예술센터로 개조, 지난 22년간 헬싱키 아이들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운영돼 왔다.

18세까지의 모든 청소년과 어린이들은 이 곳에서 각종 예술문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 수업들은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예술분야의 수업을 체계적으로 들으려면 고액의 사교육을 통해야만 하는 한국과 달리 헬싱키 아이들은 언제든 누구나 무료로 예술수업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핀란드에서 아나탈로가 어느 곳보다 인기를 끄는 것은 음악이면 음악학교, 미술이면 미술학교 따로 나뉘는 운영이 아니라, 모든 예술분야를 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그림과 조각, 도자기, 만화, 무용, 연극, 음악 등 온갖 예술분야를 접하고 배울 수 있으며, 스스로의 경험을 예술로 표현하는 각종 기술과 방법, 감수성 등을 훈련 받는다.
학생들을 위한 효과적 교육을 위해 아나탈로에는 예술가, 전담예술교사 등 5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그들의 창의성과 개성에 따라 다양한 예술수업이 진행된다. 연간 4800명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예술수업을 받고 있다.

▲ 아나탈로에서는 어린이들의 예술적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미술작품을 형상화해 놀이터로 꾸몄다.

특히 지역학교와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아나탈로 예술센터 대표 요한나 린스테드씨의 설명에 의하면 이 곳이 운영되면서 “계속 참가하는 사람만 하게 되고 못 오는 사람은 계속 안 오게 되는 폐단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니 만큼 모두에게 공평하게 사용되고 활용돼야 한다는 방침 아래 여러 학급을 적극적으로 초청․권유하기 시작, 현재는 학생들이 학급단위로 이곳에 와서 수업을 받고 가는 시스템이 완성됐다고.

학교에서도 만들기 그리기 등 예술을 가르치고 있지만 여기서는 1대1로 더욱 심도 있게 예술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자유롭게 연기, 무용, 문화 등 각종 예술 중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돌아갈 수 있다. 예술수업에 대해서는 학교교사가 관여할 수 없으며, 학교교사들 또한 이곳에 와서 예술을 배우고 느끼고 돌아간다.
또 예술센터가 시내 중심에 있어서 아이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어 지리적 위치가 좋고, 아이들이 언제나 와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수시로 아이들과 함께 들러 가곤 한다고.

특히 이 곳에는 장애아동에 대한 배려가 넘쳐난다. 장애가 있는 아등은 늘 일반아동과 함께 교육을 받으며 같이 놀고 같이 밥 먹고 같이 공부한다. 일반아동들에게 굳이 장애아동들을 숨기지 않고 쉽게 접하고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편견 없는 시각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린스테드 대표의 주장이었다.
요한나 린스테드 대표는 “아이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고, 예술가로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을 길러주며, 예술을 통해 배움의 장이 되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나탈로 예술센터의 운영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아나탈로가 22년의 역사를 갖고 있기에 30살 되는 청년이 여기서 수업을 들은 걸 기억하는 경우도 있었다. 배우는 기간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기억하고 되새긴다는 것은 아나탈로의 영향력이 얼마만큼 센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린스테드 대표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린스테드 대표는 “아이들은 흡수력이 뛰어나고 기억력이 좋기 때문에 유년시절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치 있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현재 이 곳에서는 ‘어린이 피카소를 만들자’라는 피카소 전시전을 열고 있는데, 한 전시전을 열기까지 아이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방법들로 예술 감각을 길러줄 수 있도록 예술가들은 서로 논의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겪는다.
학부모 비뜨가넨 수(34·여) 씨는 “두 딸(6살, 3살)을 데리고 한달에 한 두 번은 꼭 아나탈로를 방문 한다”며 “시간제한도 없고 아무런 준비 없이도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비싼 미술재료들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전했다.

▲ 헬싱키시립도서관 이용시스템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 카리 람사 사서.

문화콘텐츠 생산하는 도서관
핀란드 정부의 ‘모든 학생들에게 차별 없이 질 높은 교육을 제공 하겠다’는 확고한 철학은 도서관에서도 반영된다.
헬싱키에는 헬싱키시립도서관이 있는데, 핀란드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공도서관이다. 헬싱키시립도서관은 각 지역별 도서관과 어린이도서관, 모바일 도서관 등 다양한 특색을 가진 36개의 도서관으로 구성돼있다.
특히 지난 2005년 지어진 ‘도서관10’은 음악과 멀티미디어가 특화된 도서관인데, 매일 문화공연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도서관에 스튜디오가 존재해 작은 콘서트나 토론회, 작가와의 만남 등의 다양한 행사가 열릴 뿐 아니라 이런 공연들이 라디오나 TV로도 방송이 된다. 때로는 문화부장관이나 유명배우, 가수의 인터뷰 장소로도 사용된다.
도서관카드 하나로 스튜디오에서 악기를 가져와서 연주할 수 있고 도서관에 있는 기기들을 이용해 공연은 물론, 비디오․음악CD를 만들 수 있고,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단순한 도서관의 기능을 뛰어넘어, 문화를 즐기고 문화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문화공간으로 승화시켜놓은 것이 바로 헬싱키시립도서관인 것이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 바로 헬싱키도서관의 목적인 것이다.
때문에 이 곳 아이들은 친구를 찾아 놀이터가 아닌 도서관으로 온다. 부담 없이 즐기는 문화공간과 쉼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에 도서관10에만 하루 2000여 명의 방문자가 다녀간다.
헬싱키시립도서관 기획매니저 크리스티나 비르따낸(56) 씨는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릴 수 있는 공간을 뛰어넘어 ‘문화 공간’으로 시민들이 편하고 즐거운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곳이고, 새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며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편 핀란드 정부는 도서관법에 의해 모든 지방 자치단체는 지자체 도서관을 운영하도록 했으며 지방 도서관 운영은 그 시의 지자체가 100퍼센트 권한을 갖고 있다. 도서관 재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음악에서 나오는 핀란드의 힘
핀란드는 인구 520만 명에 직업교향악단만 30여개, 음악 전문축제 70여개, 음악 프로그램이 포함된 문화축제가 300여개, 세계적으로 실력 있는 지휘자들을 배출한 신흥 음악 강국이다.
이런 배경에는 핀란드 정부의 지원이 한 몫을 한다. 오케스트라법에 의해 일정 요건을 갖춘 모든 오케스트라는 예산 중 25퍼센트는 정부, 60퍼센트 이상은 지방정부로부터 각각 지원받는다.

특히 음악에 대한 정부의 노력은 사설 음악학교에 대한 정부의 지원만 봐도 알 수 있다.
1980년대 음악학교법을 제정, 이 법에는 교사의 급여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으며 정부로부터 기본 40퍼센트 이상의 운영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다.
이에 실제로 헬싱키 교외에 있는 키플렌 사설음악학교를 방문해봤다. 두 세 평되는 작은 교습실과 그보다 조금 큰 강의실을 여러 개 갖추고 있는 이곳 키플렌 음악학교는 한국에서 보자면 음악학원이 연상됐다.

처음 키플렌 음학학교가 설립된 것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좋은 취미생활을 주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초장기에는 부모들에 의해 모든 재정이 형성됐는데 음악학교법 제정 이후 현재는 재정이 정부에서 54퍼센트, 헬싱키시에서 20퍼센트가 지원되며 그 나머지만 부모가 부담하면 된다. 때문에 사교육비 부담 없이 누구나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키플렌 음악학교에는 어린이 놀이음악학교(2살 이하)에 100여명의 영유아들이 있으며, 초등학생 이상 악기를 다루고 공부하는 학생은 350명 정도이다.
 라이모 빠이바라이넨 교장 “아이들의 잠재적인 음악성향을 일깨워 주는 것이 키플렌 음악학교의 역할”이라며 “크게는 아이들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서 음악을 교육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말처럼 키플렌 음악학교 외에도 핀란드 전역의 음악학교가 추구하는 것은 유명한 음악가를 배출하거나 유명 오케스트라 단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 음악을 즐기며 풍요로운 인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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