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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닿는 정책개발이 자살감소의 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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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닿는 정책개발이 자살감소의 첩경
  • 이진수 기자
  • 승인 2009.11.30 10:20
  • 호수 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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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감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 1위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가 오이씨디 회원국 평균인 11.2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24.6명(2005년 기준)이나 된다. 이 수치는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국가인 그리스(2.6명)에 비해 10배 가까운 것이다.
국내 지역별로 보면 청양이 속해 있는 충남은 10만명당 30.5명으로 강원도(30.7명)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청양은 40.5명으로 충남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청양의 자살 사망자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충북 괴산, 강원 철원, 정선, 양양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전국적으로 자살사망자가 많은 5위 이내 그룹은 모두 군단위 지자체다. 군단위 지자체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자살 사망률을 나타내는 것은 인구의 고령화에 원인이 있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자살사망률은 73.6명으로, 전연령 평균(23.9명)의 3배 수준이다.
노인층 자살은 가족공동체 해체와 사회적 안정망 부실 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특히 경제적 자립이 어렵다는 점이 노인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 청양 같은 농촌지역은 도시에 비해 저소득층이 많고, 경기침체 등 사회변화에 대한 대처도 늦다. 달리 말해 농촌지역의 빈민층 노인들은 미흡한 국가의 지원에 목숨을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오이씨디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마련, 2013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책이 사회적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보다 수혜성 복지에 그칠 경우 효과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자살사망률이 빈곤율과 관계가 깊다는, 많은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을 상기해보면 자살률 감소는 인간다운 삶이 어느 정도 보장될 때만이 가능하다.
이번 주에는 청양군이 시행하고 있는 복지사업에 대해 알아보면서 인간다운 삶을 가능케 하기 위한 정책 수립의 방향과 자살 감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을 생각해본다.

[글싣는 순서]
1. 자살사망자, 가난했을 때보다 늘었다
2-1. 아름다운 삶은 청소년기에 준비된다
2-2. 학력위주의 교육정책이 학생을 죽인다
3. 나열식 정책만으로는 마음을 견인하기 어렵다
4. 명예로운 노년기 ‘이렇게 살자’
5. ‘자살사망률 세계1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노년기 문제해소가 지름길
대부분의 노인들이 노년기의 문제로 건강, 가정경제, 외로움 등을 꼽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는 건강보험, 보건소를 통한 의료서비스, 기초생활 지원 등의 정책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자살사망과 관련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문제인 ‘외로움’에 대해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지역이 노인소외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청양군의 노인복지정책은 유난히 돋보인다.

청양군은 경로당 활성화사업 외에 이동목욕봉사, 이동빨래방, 마을봉사의 날 운영 등 특수시책으로 노인들의 생활환경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성과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가장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청양군이 피부에 닿는 노인복지 측면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는 자원봉사자와 공직자의 직접 참여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 그들의 희생과 봉사가 노인문제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실마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군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속에서 올해만도 마을봉사의 날 53회, 이동목욕봉사 213회, 이동빨래방 167회를 운용했다.
마을봉사의 날을 통해 도배, 청소, 빨래, 가전제품 수리, 이미용 서비스, 농기계 수리, 한방진료 등 모두 8035건의 주민서비스 성과를 거뒀다. 마을봉사의 날 운영은 노인뿐 아니라 주민 전체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또 거동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들을 찾아가는 이동목욕봉사는 774명에게 혜택을 줬고, 이동빨래방은 1525명에게 쾌적함을 선사했다.
이 수치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된 것이고, 남은 두 달 진행될 것을 합하면 수혜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자살은 문제해결 수단 아니다
홍강의 자살예방협회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국내 신문과 방송의 자살기사를 모니터링(2006년 1월~2008년 8월)한 결과 신문은 72퍼센트, 방송은 80.6퍼센트가 부적절하게 자살을 보도했다고 밝혔다. 특히 언론의 대대적인 유명인(장국영·이은주·최진실씨 등) 자살보도가 일반인의 후속자살을 최대 14.3배나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에 따르면 2005년 영화배우 이은주씨 자살 후 자살건수는 당초 2월 700명에서 3월 1300명으로, 동일한 자살방법도 2월 300건에서 3월 750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홍 회장은 이를 언론보도에 따른 ‘베르테르 효과’가 명백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은 물론이고, 자살 위험을 갖고 있는 사람의 가족이나 친지 등 주위에서 ‘자살을 쉽게 얘기하는 것’은 화를 부르는 원인이 되곤 한다.

이제 자살 외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살이 문제해결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 사회적 공감대로 형성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살 혹은 자살자에 관해 얘기할 때 △남겨진 유가족들의 고통 △자살의 원인과 배경, 자살 징후 표기 △자살하지 않고 다른 해법을 찾은 사람들의 사례 등을 먼저 거론하는 등 애정을 가져야 한다. 자살 자체만 부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살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어야 자살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1992년 주요 사망원인 가운데 자살은 10위를 차지했으나 1998년 7위, 2007년엔 4위로 상승했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청양군의 경우 2007년 10만명당 50명을 넘어서 전국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으나, 2008년에 20명 이하로 떨어져 전국평균보다 낮았다.
자살률 감소의 원인은 경제적 풍요가 아니다. 2007년에 비해 2008년 농촌경제가 부활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실에 맞고 피부에 닿는 봉사활동 실현이 자살 감소를 가져왔다고 보는 편이 옳다.
청양군의 각 복지프로그램이 처음 시행할 당시부터 수혜자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본인의 노출을 꺼렸다. 특히 수혜자의 가족 되는 사람들은 ‘창피한 일’이라며 노골적으로 배척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청양군과 자원봉사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그들을 설득,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왔다.
넓게 생각하면 이러한 봉사활동은 공동체 복원의 힌트가 된다. 극심한 경제난과 소외감 속에서 더 이상 고통을 견디기 어렵다고 생각하던 것이 봉사자의 잦은 방문에 ‘누군가 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는 자각에 이르게 되고, 그 자각이 극단적인 선택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자살감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은 결국 ‘모두가 하나’라는 사회적 인식이 공고해질 때 가능하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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