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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다 내주는 것은 어리석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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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다 내주는 것은 어리석음일 뿐”
  • 이진수 기자
  • 승인 2009.11.23 10:30
  • 호수 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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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감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④

[글싣는 순서]
1. 자살사망자, 가난했을 때보다 늘었다
2-1. 아름다운 삶은 청소년기에 준비된다
2-2. 학력위주의 교육정책이 학생을 죽인다
3. 나열식 정책만으로는 마음을 견인하기 어렵다
4. 명예로운 노년기 ‘이렇게 살자’
5. ‘자살사망률 세계1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 1위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가 오이씨디 회원국 평균인 11.2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24.6명(2005년 기준)이나 된다. 이 수치는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국가인 그리스(2.6명)에 비해 10배 가까운 것이다.
국내 지역별로 보면 청양이 속해 있는 충남은 10만명당 30.5명으로 강원도(30.7명)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청양은 40.5명으로 충남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청양의 자살 사망자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충북 괴산, 강원 철원, 정선, 양양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전국적으로 자살사망자가 많은 5위 이내 그룹은 모두 군단위 지자체다. 군단위 지자체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자살 사망률을 나타내는 것은 인구의 고령화에 원인이 있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자살사망률은 73.6명으로, 전연령 평균(23.9명)의 3배 수준이다.
노인층 자살은 가족공동체 해체와 사회적 안정망 부실 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특히 경제적 자립이 어렵다는 점이 노인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 청양 같은 농촌지역은 도시에 비해 저소득층이 많고, 경기침체 등 사회변화에 대한 대처도 늦다. 달리 말해 농촌지역의 빈민층 노인들은 미흡한 국가의 지원에 목숨을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오이씨디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마련, 2013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책이 사회적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보다 수혜성 복지에 그칠 경우 효과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자살사망률이 빈곤율과 관계가 깊다는, 많은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을 상기해보면 자살률 감소는 인간다운 삶이 어느 정도 보장될 때만이 가능하다.
이번 주에는 명예로운 노년기를 위한 정책 수립과 개인적인 준비에 관해 생각해본다.

‘장수의 축복’ 이젠 옛말
오래 사는 것을 축복으로 알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가족공동체가 급격하게 해체되고 서로 돌아보지 않게 된 지금, 오래 산다는 것은 오히려 노인들에게 ‘욕된’ 것이 돼버렸다.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삶은 윤택해졌고 의료체계 또한 발달했다. 따라서 한국인의 평균수명도 늘어났다. 1970년 65.6세였던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은 지난 2006년  82.7세나 됐다.
오래 산다는 것, 그 자체는 이제 본인의 특별한 노력이 아니더라도 의학이 어느 정도까지는 담당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다. 오래 사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긴 해도 병마와 싸워야만 하는 장수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행복하지 못한 노후, 거기에서 오는 노인 우울증은 한국에서도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자녀와 떨어져 외롭게 살거나 질병에 시달리면서 우울증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00명 중 7~8명에 이르고 있다.
노인층의 자살은 통계상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2007년 전국 자살사망률은 10만명당 23.9명이었다. 하지만 65살 이상 노인의 자살사망률은 73.6명으로 평균에 비해 3배 수준이고, 특히 80세 이상 노인의 자살사망률은 118.1명이나 된다.

요즘 효자는 ‘돈’과 ‘119’
노인 자살률이 높은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원인이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노인층의 높은 자살에 관해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이상현상이기 때문이다.
노령화는 세계적인 추세지만 노인층 자살률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도 지난 20년간 노인 자살이 꾸준히 줄고 있다. 한국처럼 노인 자살이 증가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2004년 기준으로 75세 이상 한국 노인의 자살사망률은 10만명당 109.6명으로 같은 해 일본(31.5명)에 비해 3배 이상이고, 그리스의 6.3명과는 비교조차 하기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노인들이 ‘전통적인 가족형태’에 대한 사고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데 비해 주위 현실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가치혼란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으로 한국사회는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 왔다. 그래서 ‘자식 농사’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노인들 스스로도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독립하라. 그렇지 않으면 실망만 남을 뿐’이라고. 자식이 잘 성장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더 이상의 기대와 덧정을 끊어야 한다는 자각에까지 이르고 있다.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면 자식들 사이에 누가 부모를 모시느냐 하는 갈등의 씨를 남겨주게 된다. 그러니 자식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것은 어리석음에 다름 아니다. 부모에게는 열 자식도 짐이 아니지만, 자식들에게는 단 두 분의 부모가 짐이 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사전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효도가 변화하는 시대를 따르지 못하는 낡은 전통으로 여겨지는 마당에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극단적인 생각’에 내몰리기 쉽다는 것을 노인들은 알고 있다. 지금까지 노인들은 급변하는 사회와 이에 따르는 가치관의 변화, 전통적 가족제도의 붕괴를 지켜보면서도 자식을 위해 남김없이 베풀고 나서 가족 밖으로 밀려났다.
노인들은 이제 좀더 ‘약아져야’ 한다.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 돈(재산)을 남겨둬야 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 있다. 부모가 돈을 가지고 물려주지 않으면 오히려 자식들이 부모에게 잘한다. ‘자식에게 집을 사주려고 자기 집을 팔지 말라. 자식에게 집을 사주는 순간 자식도 잃고 집도 잃는다’는 말은 이미 오래 전에 ‘진리’가 됐다. 노인 자신을 위한 삶이 결국 자식을 위한 삶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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