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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 ‘물’이 부족하다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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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 ‘물’이 부족하다 ④
  • 이관용 기자
  • 승인 2009.11.23 10:21
  • 호수 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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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물소비량 20리터 줄이기에 올인

영국하면 우선 떠올리는 것이 레인코트(비나 눈이 내릴 때 의복을 보호하기 위한 외투)를 입고 우산을 들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영국 시민들이 레인코트를 입고 우산을 들고 있게 된 것은 영국이 서안 해양성 기후대에 속해 화창한 날씨를 보이다가도 비가 내리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영국은 비가 자주 내려 강수량이 풍부하고 주위가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인 특성으로 넉넉한 물 자원을 갖고 있다. 이런 지형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물 스트레스(Water Stress) 국가로 정해져 정부가 주축이 된 물 절약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수도 런던은 최대 수원인 템즈강이 흐르고 있으나 시민들의 무분별한 물 사용과 하천에 대한 관리소홀, 매년 증가하는 도시민으로 인해 물 오염이 심각했다. 여기에 상수도 미터기 사용이 전체 가정의 3분의 1에 그쳐 정확한 물 사용량을 파악할 수조차 없었다.
이번 호에서는 영국이 깨끗한 식수원을 확보하고 물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부와 시민단체에 대해 살펴본다.

[글싣는 순서]
1. 겨울 강수량 감소로 하천이 마른다
2. 가뭄 후유증에 몸서리치는 주민들
3. 풍족한 물 자원 효율적 관리-프랑스
4. 비는 많아도 ‘물 스트레스’ 받는 나라 영국
5. 날씨 반란 ‘가뭄’ 대처방안은 없는가?

하루 소비량 20리터 줄이기 운동
영국정부는 국민 1일 물 소비량을 150리터에서 130리터로 줄이는 캠페인을 3개년 국책사업으로 정하고 펼치고 있다.
정부는 시민들이 하루 20리터 물만 절약해도 전체 국민들이 물 사용에 대한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봤다. 또 영국이 속한 유럽연합(EU)이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물 부족문제를 주요사안으로 다루는 것도 국가가 물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다.
정부가 바라본 물 절약은 시민들의 인식개선이 중요하다 여기고 물 관련 홍보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환경농림부 산하기관 데프라(Defra)는 지난 9월 24일부터 6주 동안 물 절약 홍보와 마케팅에 100만 파운드(약 20억원)을 사용했다. 데프라 물 절약 캠페인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라디오,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 템즈베리어는 바다와 강물의 원활한 흐름을 유지시켜주는 수문으로 강물 색은 비록 흙탕물이지만 수질은 개선돼 좋은 편이다.

또 방송국과 언론사 등에 비어있는 광고시간과 지면 등에 물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는 공익광고를 무료로 게제해 줄 것을 부탁하는 등 언론매체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 물 관련 시민단체와 연계한 다양한 환경보호활동과 물 절약 캠페인을 펼쳐 물에 대한 소중함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광고주제는 주로 ‘당신이 샤워를 오래 할수록 1분단 9리터의 물이 소요된다’, ‘당신이 이를 닦는 동안 1분이 6리터의 물이 낭비된다’ ‘세차관련 물 낭비’ 등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지나가기 쉬운 활동에서부터 출발한다.
데프라 광고 중에는 욕조와 세면대 배수구를 크게 한 모습으로 일상생활에서 물 낭비하는 요인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데프라는 또 광고실시 전과 후 시민설문조사를 실시함으로써 물 절약정책 실시에 따른 효율성을 점검한다.

마크 토리(Mark Tollitt) 물 절약캠페인 부의장은 “데프라는 수자원, 식량, 농어촌, 친환경 등 환경분야에 관심을 갖고 관련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며 “물 절약운동은 시민들이 물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마크 부의장은 또 “영국은 4계절 내내 비가 내리고 지형이 섬으로 이뤄져 국민들이 물에 대한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이 부족하다”며 “동남부 지방은 인구가 급증해 남유럽 타 국가와 비교시 인구 밀도가 높고 물 수요도 급증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피터 지긴스(Petwr Jiggins)수자원국장은 “물 사용의 효율은 소비자들이 얼마만큼 물에 대한 중요함을 알고 사용하는가에 달렸다”며 “영국시민은 독일시민 하루 평균 사용량인 120리터보다 30리터가 많은 150리터의 물을 사용하고 있어 물 절약문제가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미터기 없어 가구별 통계 어려워
산업과 교육, 문화 등 사회 다방면에서 선진화가 이뤄진 영국이지만 국민 물 사용현황 파악과 요금체계에 대해서는 부진한 상태다. 이는 전체국민의 3분의1 정도만 미터기를 사용해 정확하게 물 사용량을 측정할 수 없고, 나머지 3분의2는 물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기 보다는 부동산 시세에 따라 요금이 징수되고 있다.
상수도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민간업체도 부유한 지역과 가구에 대해서는 물 사용료를 높게 받고 있으며, 미터기가 없는 지역과 가구는 구역별 평균 사용량을 적용하거나 아예 요금을 징수하지 않고 있다.

수도 런던의 경우 전체 가구별 물 사용량에 대한 가구별 통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런던도 신규건물과 시민들이 필요에 의해 미터기를 갖춘 가구를 제외하곤 요금체계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지방정부와 민간업체는 시민들이 상수도용 미터기를 사용해 가구별 정확한 물 사용량을 파악해 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비정부단체인 워터와이즈(Waterwise)는 영국의 비효율적인 물 관리 정책을 보완하고 정확한 수도사용 통계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5년 발족한 워터와이즈는 물 공급 민영회사와 정부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유케이(UK. 영국 3개 지역 중 잉글랜드를 뜻함)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워터와이즈는 비정부단체이지만 물 관련 정보와 지식을 기반으로 정부와 민간 물 회사간의 협의회에 참석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단체로, 물 절약과 국민편의 입장에서 정책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타 시민단체가 정부정책에 반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영국 수자원 정책에서 워터와이즈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물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워터와이즈 활동사례로는 물 공급 민간회사와 함께 정부보조금을 받는 저소득층 아파트 1000가구를 대상으로 물 절약활동을 펼친 결과 전체가구 물 사용량의 15퍼센트 가량 절약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번 물 절약 사업에는 가구별 변기, 샤워기, 수도꼭지 등을 절약형으로 교체하고 교체이전과 이후에 대한 사용량을 파악했다. 워터와이즈는 물 절약활동이 성과가 있자 기업과 정부를 연계해 1만가구를 대상으로 물 사용량을 파악할 방침이다.

니키 루셀(Nicci Russell) 정책담당자는 “물 관련 정책이 마련된 것은 기후변화에서 비롯됐고 이산화탄소가 원인이며, 전체 이산화탄소 5퍼센트는 가정에서 물을 데우는 과정 등에서 발생한다”며 “물 관련 정책이 마련되도록 내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 공약에 물 문제가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 필포트(Cris Philpot) 연락 및 대외협력담당은 “물 절약 캠페인은 영국시민들에게는 생소한 것으로 시민의식변화가 필요한데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선 워터와이즈는 세탁용 세제, 절수용 설비, 생활패턴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2천년 무역도시 런던을 살리자
수도 런던은 템즈강이 흐르고 조류간만의 차이가 큰 지형적인 특성으로 오래전부터 무역도시로 발전했다. 시민들은 도심을 관통하는 템즈강을 통해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받아 왔다.
하지만 도시가 산업화와 더불어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인구의 도심 집중과 시민들의 무분별한 물 사용 등으로 템즈강 수질은 악화됐다. 1859년에는 템즈강이 심각하게 오염돼 강에 살던 물고기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악취도 심각해 국회가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르렀다.

템즈강 오염이 1950년대까지 지속되자 영국왕실이 관리하는 자연사박물관에서는 ‘템즈강이 죽었다’란 발표하고 강 살리기에 정부와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민단체와 기업, 정부 등은 템즈강을 살리기 위한 활동에 참여, 현재 강에는 135종의 어류가 서식하는 강으로 살려냈다.
템즈강을 살리는데 적극 노력한 민간단체가 템즈21(Thames21)이다.
템즈21은 회원, 정부장려금, 기업후원금으로 운영되는 환경단체로 템즈강 수질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템즈21이 강 수질개선에 집중 노력한 것이 민간기업과 시민들의 자연정화활동 참여 유도와 시민들에게 하천의 소중함을 알리고 환경보호의식을 심어주는 것부터 출발했다.

데비 리치(Deddie Leach) 사무총장은 “템즈강의 가장 큰 오염원은 시민들이 생활쓰레기를 하천에 그대로 투기하는 것과 기업의 오폐수관리 부실에서 시작된다”며 “한번 오염된 하천과 강은 다시 되돌리는데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템즈21은 환경보호운동은 강요보다는 시민과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환경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심어주는데 목적이 있다”며 “정부는 그동안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잘못된 분리수거정책 추진과 도심인구과밀 문제를 해소하지 못해 템즈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런던은 2000년 인구조사 당시 700만으로 10년을 주기로 전 국민 수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내년에 정확한 인구통계가 나오게 된다. 정부는 매년 도심유입 인구가 늘어난 것을 바탕으로 런던 인구가 700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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