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5:03 (수)
자살 감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③
상태바
자살 감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③
  • 이진수 기자
  • 승인 2009.11.16 10:18
  • 호수 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법 마련 등 현장성 있는 정책 시급

[글싣는 순서]
1. 자살사망자, 가난했을 때보다 늘었다
2-1. 아름다운 삶은 청소년기에 준비된다
2-2. 학력위주의 교육정책이 학생을 죽인다
3. 나열식 정책만으로는 마음을 견인하기 어렵다
4. 명예로운 노년기 ‘이렇게 살자’
5. ‘자살사망률 세계1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자살 주범 ‘우울증’ 환자 증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최근 3년간(2006~2008)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뒤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08년 우울증 진료 환자 수는 모두 46만9522명(남자 14만2479명, 여자32만 7043명)이었다.
특히 7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2008년 7만8291명으로 2007년의 7만406명에 비해 11 퍼센트 이상 증가해 다른 연령대보다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

또 10만명당 우울증 환자 수는 70대 이상 여성이 3222명(남자 2136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65~69세 여성 3116명(남자 1340명), 60~64세 여성 2751명(남자 1204명) 순이었다.
남녀 비율은 9세 이하에서 남자가 조금 많았으나, 10대부터는 여성이 많아져 30대에서 남녀간 차이가 2.7배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50대 2.5배, 40대 2.4배 순이었다.
또 2008년 직장근로자와 비근로자 우울증 진료 환자수를 10만명당 기준으로 보면 근로자는 680명(남536명, 여954명)이었고, 비근로자는 1069명(남자 609명, 여자 1454명)으로 나타나, 남녀 모두 비근로자가 직장근로자보다 우울증 진료환자수가 더 많았다. 

시도별 우울증 진료환자수는 제주도가 10만명당 1304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충남 1206명, 대전 1156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우울증 진료비는 2005년 1365억원에서 2008년 1907억원으로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우울증은 질환 가운데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울증 환자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가 자살 감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정부, 자살예방 5개년계획 추진
정부는 지난해 ‘오이씨디 자살률 1위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올부터 2013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시행하고 있다.
종합대책은 10대 과제와 29개 세부과제로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자살예방을 위한 시도단위 자살위기대응팀(광역정신보건센터) 구축, 자살사망의 명확한 원인규명을 위한 ‘심리부검’ 시범적 연구실시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자살위험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저소득층과 노인, 정신질환자 등 취약·소외계층과 이혼가정 및 위기청소년 중점 관리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정부가 10만명당 자살률을 20명 미만으로 줄이기 위해 세운 10대 과제는 △자살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자살위험에 대한 개인·사회적 대응 역량 강화 △자살에 치명적인 방법과 수단에 대한 접근성 감소 △자살에 대한 대중매체의 책임 강화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정신보건서비스 강화 △지역사회기반의 다양한 자살예방 인력 교육체계 강화 △자살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적 기반 조성 △자살예방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 적정화 △자살예방을 위한 연구·감시체계 구축 △근거에 기반을 둔 자살예방정책 개발 등이다.

세부 실천계획은 자살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강화와 생명존중운동 전개, 자살유해정보 차단, 자살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층과 노인, 군인, 정신질환자 등 취약계층 관리, 자살수단 접근차단, 자살시도 시 신속한 개입 등이 마련돼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살원인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자살원인 중 가장 높았던 가정문제 개선을 위해 전국 75곳에 가정문제를 종합적으로 상담하고 관련서비스를 제공할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운영하고, 가출·학교폭력·인터넷 중독·약물복용·성폭력 등의 문제가 있는 위기청소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성한다.

또 자살사망자가 주로 택하는 방법 중 질식(44퍼센트) 다음으로 많은 중독(35퍼센트)에 의한 자살방지를 위해 농약, 청산가리 등 유독성 물질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중독 다음으로 많은 추락(14퍼센트) 방지를 위해서는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안전펜스 설치를 확대(2011년까지 서울 및 5대광역시 480곳 중 423곳)하고, 자살시도가 빈번한 교량 등에 대한 실태파악 및 시설보완도 한다.

정부정책 아직 피부에 닿지 않아
정부 정책 가운데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자살사망자 대상 심리학적 부검이다.
이는 자살원인을 추정하기 위한 것으로, 사망 전 일정기간 동안의 심리행동 양상 및 변화상태와 주변인들의 진술에 따라 심리를 재구성해 가능성 높은 원인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사망자 가족 및 지인들의 진술을 통해 사망 전 망자가 경험한 주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법적·의학적 기왕력, 평소 성격적 특징과 심리행동적 특성, 사망 전 상황 및 정신의학적 진단 등을 실시하게 된다.

핀란드의 경우 1990년대 중반 1년간 자살자들에 대한 심리부검 결과 약 80퍼센트의 자살사망자가 정신병리를 앓았음을 규명했고, 미국과 영국, 호주 등에서는 국가검시관이 신체부검과 함께 심리부검을 실시하고 있다. 심리부검을 시행하면 우울증, 불안 등 정신병리나 실업, 빈곤, 이혼 등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와 자살과의 연관성이 밝혀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정책은 아직 현장화 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계획 자체는 좋을지 몰라도 국민들은 아직까지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다.
그렇게 된 주원인 가운데 하나는 정부 사업이 시군단위까지 확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자살률이 높은 곳은 대도시가 아니라 농어촌지역이다. 자살률 상위 지역은 예외 없이 군 단위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정부 정책이 어느 곳부터 시행돼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인데 시행사업은 주로 도시에 집중돼 있다. 일선 시군에는 아직 ‘자살예방’에 대한 시책이나 지침이 구체적으로 하달돼 있지 않다. 그러니 일선 시군이 예산도 없이 자체적으로 관련사업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견인하려면 일선 시군 위주의 정책을 구상하고 시행해야 한다. 일선 시군의 공무원조차 관련내용을 모르는 정책이라면, 그 정책은 출발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고 효과도 반감될 것이 뻔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