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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 ‘물’이 부족하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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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 ‘물’이 부족하다 ③
  • 이관용 기자
  • 승인 2009.11.16 10:10
  • 호수 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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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시민 70% 이상 수돗물 믿고 마신다

프랑스는 서유럽에서 가장 넓은 국가로 4계절 변화가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연중 비가 내려 계절별 고른 강수량을 보인다.
이로 인해 프랑스는 세계 물 관련 국가분류에서 풍족국에 속한다. 프랑스가 물 부족국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물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효율적인 물 관리정책과 시스템 때문이다.
특히 수도 파리는 150여년 전 도심을 관통하는 세느강을 중심으로 개발한 상하수도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파리 상하수도시설은 150여년 전에 만들어 졌지만 계획적으로 설계된 탓에 오늘날에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공사 없이 수리와 교체 등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물 공급에 대한 효율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성숙된 시민의식은 절수와 절약 등 물의 소중함을 일상생활에도 실천하고 있어 넉넉한 물 자원을 더욱 풍족하게 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정부와 민간기업의 물 공급정책과 비영리 소비자단체인 유에프씨(UFC)에 대해 다뤄본다.

[글싣는 순서]
1. 겨울 강수량 감소로 하천이 마른다
2. 가뭄 후유증에 몸서리치는 주민들
3. 풍족한 물 자원 효율적 관리-프랑스
4. 비는 많아도 ‘물 스트레스’ 받는 나라 영국
5. 날씨 반란 ‘가뭄’ 대처방안은 없는가?

상수도 누수율 4%대 기적
파리 시민들의 70퍼센트 이상이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시내 주변의 음식점과 상점도 모두 수돗물을 유리병에 담아 음료수로 내놓는다.
우리나라 식당과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수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파리 시민들이 이처럼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시는 것은 정부와 민간기업에서 공급하고 있는 물에 대해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도 시민들이 물에 대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정수와 처리과정에 있어 힘을 쏟고 있다. 민간 물 공급 기업도 최상의 수질을 관리하기 위해 첨단 정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상수도시설에 대한 개방으로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시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 파리시 식수공급업체인 수에즈그룹 자회사 리오네즈데조는 비상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며 기후와 강물변화 등을 파악하고 있다.
파리 슬로건은 ‘세느강은 흐르지만 배는 침몰하지 않는다’라고 내세운다. 이는 세느강이 마르지 않는 한 파리시는 지속적인 번영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세느강은 서울의 한강처럼 파리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주요 상수원이다.
파리시가 세느강 주변에 상하수도시설을 갖추고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한 것은 19세기 후반 나폴레옹 3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파리는 전염병으로 만연하고 시민들의 무분별한 강물사용으로 세느강이 심하게 오염돼 있었다. 정부는 오염된 강물이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파악하고 당시 상하수도망 건설 엔지니어 벨그라드(Belgrad)씨를 통해 파리시 상하수도시설을 만들게 한것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벨그라드 엔지니어는 상하수도망 설치에 앞서 파리시를 중심으로 200킬로미터 이내의 지류와 수원을 철저히 조사 분석하면서 지류에 대한 중요성을 기록했다. 이는 세느강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강의 지류부터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목적을 뒀다. 이는 한국 정부가 4대강 본류를 중심으로 개발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현재 파리시 상하수도망은 기존시설을 보수와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1985년 상수도공급 조사에서 누수율이 25퍼센트에 이른적도 있지만 지자체가 노후관 교체와 첨단 시스템을 도입해 개선했다. 이로 인해 파리시 상수도누수율은 현재 4퍼센트로 세계적으로 인구대비 공급면적에서 최고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초 가뭄을 겪은 태백시 상수도 누수율이 45퍼센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이다.
파리시 상수도관 누수율이 낮은 것은 상당수 상하수도관이 도시 지하에 뚫린 터널에 설치돼 있어 관리가 쉽고, 구간별로 누수율을 점검할 수 있도록 누수감응장치가 상하수도관 곳곳과 연결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지자체의 물 관련 개선정책에 힘입어 1980년대 1일 물 사용량이 80만톤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55만톤으로 31퍼센트 가량 줄었다. 파리시 물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전국 지자체도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물 공급효율 높이는 민간기업
프랑스는 세느강을 비롯한 주요 강을 주축으로 6개의 권역으로 나눠 물을 관리하고 있다. 또 상수도관리는 3만6000개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율권을 가지고 운영한다. 지자체 규모가 큰 경우는 상하수도시설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기도 하나 중소규모 지자체는 광역화하거나 민간기업에 위탁해 물을 공급받는다.
물 관리에 대한 경영과 법규는 유럽공동체(EC)가 정한 규칙을 따르며, 국가는 유럽공동체의 규칙에 따라 법규를 제정한다. 프랑스는 상하수도망이 150년전에 조성된 만큼 물 산업이 선진화 됐다.
물이 수익성 사업으로 부각되자 물산업 관련 민간기업이 등장했다. 바로 대표적인 기업이 수에즈그룹(Suez)과 베올리아그룹(Veolia)이다. 이들 기업은 프랑스 물 공급에 있어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과 중동, 아시아 등에 진출해 수익을 올리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수도 파리도 수에즈그룹과 베올리아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들 기업들은 지자체가 조성한 상수도관을 통해 자체적으로 정화한 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기업들은 물 공급에 앞서 지자체와 짧게는 8년, 길게는 20년에서 40년까지 공급계약을 맺는다. 장기계약은 노후화된 상하수도관 교체와 시설개선을 민간기업이 맡아 처리한 경우로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얻은 수익으로 시설투자 비용이 충당된다.
수에즈그룹은 식수와 쓰레기 재처리, 쓰레기 수거 등 일부 환경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프랑스에 1일 식수로 1500만명(전체 13퍼센트)분을 공급하고 900만명의 오폐수를 처리하고 있다.
수에즈그룹 자회사인 리오네즈데조(Lyonnaise des eaux)는 파리시 외곽에 위치해 주변 70여개 지자체에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리오네즈데조는 수에즈그룹이 물 관련 사업경험이 많은 만큼 수질관리에 있어 풍부한 경영전략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스테판 꼰(Stephane Cornu) 기술담당자는 “물 공급체결은 지자체 단독으로 하거나 여러 지자체가 광역형태로 모여 하고 있으며, 소규모로는 마을단위로 연합해 민간기업과 1톤당 공급가격을 협상한 후 계약을 맺는다”며 “물 공급가격과 위탁결정 뒤에는 지자체의 전문지식과 기술 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리오네즈데조는 기술발전에 힘입어 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강수량과 강물변화 등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며 “전국 주요 강 주변에는 감시카메라를 설치돼 있고 직원이 상주하며 24시간 현황을 파악하는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오네즈데조는 상수도공급시설과 시설주위 환경을 공원화해 시민들에게 개방해 신뢰를 쌓고 있다.

시민의식 향상에 노력하는 소비자단체 UFC
시민들이 물 관련 정책과 정보를 알고 절약을 생활화할 수 있었던 것은 비영리단체인 유에프씨(UFC)의 역할이 컸다.
유에프씨는 프랑스 최대 소비자보호단체로 1960년에 만들어져 전국에 170개의 지부를 갖고 있고 회원수만 14만명에 이르고 있다. 독립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유에프씨는 설문조사와 연구활동 등을 통해 소비자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피해부분에 대해서는 법률 구제활동을 통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 최근 유에프씨는 환경분야에도 관심을 가져 소비자연맹 유럽사무국(BEUC)과 연대해 유럽연합(EC) 환경정책에도 관여하고 있다.

▲ 소비자 보호단체 까를리에스 유에프씨(UFC) 연구실장이 프랑스 물 공급관련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유에프씨가 물 관련분야에 대해 정부로부터 인정받게 된 것은 1985년부터 2005년까지 프랑스 상수도실태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다. 당시 조사결과는 20년 동안 상수도요금은 2.5배 상승했고, 지자체별로 요금 차이가 큰 폭으로 나타났다. 또 프랑스 대표 물 기업 2곳이 전국 상수도 4분의 3을 공급하고 있어 독과점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물 관련 보고서가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과 상수도시설에서 가정으로 도달하기까지 과정을 37단계로 나눠 분석하고 비용을 산출했다. 이외에도 보고서에 국가가 상수도관로 교체비용까지 계산해 넣어 체계적이면서도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이와 같은 유에프씨의 물 공급관련 문제가 발표되자 물이 풍부하다고 여기던 프랑스 시민들도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부분을 개선하려 노력했고, 정부의 물 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까를리에스(Francois Carlier) 유에프씨 연구실장은 “물 공급관련 보고서가 나온 뒤 지자체로부터 ‘분석내용이 정확하지 않다’, ‘전문가 조언이 아니다’ 등 거센 항의를 받았으나 꼼꼼한 보고서 내용과 지자체의 정확한 자료요구 거부 등으로 보고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관심은 오히려 신뢰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까를리에스 실장은 또 “지자체가 민간기업과 20년이 넘는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독과점이 형성되고 부정부패가 제기되기도 했다”며 “환경오염 측정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부분에 대해서만 측정하는 것이지 자연생태계의 모든 요소를 담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 오염은 공장폐수와 농업용수 등 산업 활동에서 나타나는 만큼 환경오염을 막을 근본적인 대처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환경을 보전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폐수처리시설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유에프씨는 2005년 물 관련 보고서와 2007년 11월 두 번째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시민들로부터 신임을 얻고 있다. 현재 유에프씨는 농업국가인 프랑스가 물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농업에 들어가는 살충제 사용을 억제할 수 있도록 농업인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민영화 물 산업’ 지자체가 공영화
파리시는 민간기업과 물 공급 계약이 끝나는 2010년 1월 1일부로 상하수도관련 사업을 지자체로 귀속시키기로 하고 물 관련부서 확장과 지원정책을 마련했다.
이는 150년간 민간기업에게 물 공급을 맡겨 왔던 지자체가 다시 물 관리를 공영화한다는 방침이다. 민영화됐던 사업이 다시 공영화되는 것은 프랑스는 물론 세계에서도 드문 사례다.
파리시 상하수도 사업의 공영화가 대두된 것은 지난해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들라노 시장의 공약에 포함돼서다. 들라노 시장은 시민들이 적정 가격에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상하수도사업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 유권자인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파리시는 그동안 수에즈그룹과 베올리아그룹에 시민들의 식수공급을 맡겨왔었다. 민간기업은 상하수도관련 사업은 지자체가 전부 맡는다고 하자 ‘지자체가 과연 오랜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 자신들에 비해 식수 질이 높을 것이냐’는 반응을 보이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에 대해 파리시는 전 도시민에게 물을 공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봤다. 현재 파리시는 전 지역이 첨단시설이 결합된 상하수도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신속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며, 지자체가 세느강과 지하수를 정화해 얻은 식수도 민간기업이 생산한 식수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파리시 상수원을 담당하는 관련부서도 규모가 확장됐다. 대표적인 부서인 오듀파리(Eau de Paris)는 파리시 상수원 공급 공공기관이다.
마티유 그래만(Mathieu Glaymann) 오듀파리 국제협력담당자는 “예전에 파리시는 지자체, 민간기업이 함께 상하수도를 담당해 왔으나 들나노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 된 후 상하수도관련 사업을 지자체사업으로 내년에 포함시킬 계획”이라며 “오듀파리는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파리시 전역에 대한 식수 공급상황을 관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민간기업이 과연 지자체가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물 관리 산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냐는 의아한 시선으로 보는데 파리시는 4만5000명의 공무원이 있고 이중 1000명이 상하수도관련 사업에 투입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마티유 그래만 담당은 “지자체가 민간기업으로부터 상하수도관련 업무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민간기업이 사업을 추진하고는 있었지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공무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교육시켜 온 것이 가능하게 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파리시민 1일 평균 물 사용량은 120~130리터로 프랑스 평균 소비량인 165리터에 비해 적은 수치다. 이는 파리시처럼 건물이 많은 도시를 제외하곤 많은 주택가정이 정원을 관리하면서 생활용수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파리시는 물 관련시설물의 현황을 알리기 위해 일부 상하수도시설을 개선해 물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유료로 운영되는 물 박물관은 파리시 상하수도시설과 오폐수 정화모습 등을 직접 볼 수 있어 학생들의 현장교육과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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