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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생명의 근원 ‘물’이 부족하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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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생명의 근원 ‘물’이 부족하다 ②
  • 이관용 기자
  • 승인 2009.11.06 17:22
  • 호수 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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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소중함’ 가뭄 뒤에야 알았다

[글싣는 순서]
1. 겨울 강수량 감소로 하천이 마른다
2. 가뭄 후유증에 몸서리치는 주민들
3. 풍족한 물 자원 효율적 관리-프랑스
4. 비는 많아도 ‘물 스트레스’ 받는 나라 영국
5. 날씨 반란 ‘가뭄’ 대처방안은 없는가?

올해 초 강원지역은 강수량 감소에 따른 가뭄현상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광동댐 제한급수와 소방차,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생수 등으로 식수와 생활용수문제를 해결하는 고충을 겪었다.
특히 태백시를 비롯한 정선군 등 일부 지역은 예상치 못한 가뭄으로 물 부족현상이 수개월 지속되면서 주민들이 자녀와 친척 집에서 더부살이하는 기이현상마저 연출됐다. 가뭄은 시장 상가와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에게도 타격을 줘 점포가 휴업을 하거나 문을 닫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무엇보다 강원도 일원에 대한 가뭄소식이 전해지면서 관광객과 내방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현상도 빚었다.
이처럼 가뭄으로 지역경제가 정체되고 주민들이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자 지자체는 정부에 재해지역으로 허가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가뭄을 재난재해로 인정하는 데는 동의를 하였으나 가뭄이 직접적인 인적, 물적 피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지원정책만 추진했다.
이에 태백시는 올해 가뭄피해상황을 담은 ‘가뭄백서’ 책자를 한국방재협회의 협조를 얻어 11월말까지 발간할 계획이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가뭄악몽
“강원도 태백시는 매년 ‘태백산 눈꽃축제’를 개최할 정도로 눈이 풍족하게 내리고 쌓인 눈이 녹으면서 생활용수로 공급돼 물이 풍족한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는 눈이 적게 내려 하천이 마르고 태백시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광동댐마저 바닥을 드러내 주민들이 제한급수까지 받아야만 했다”
청솔아파트 최의경 관리소장은 올해 초 가뭄을 이처럼 떠올렸다. 정연근 통장은 “청솔아파트는 태백시가지 중에서도 고지대에 위치해 광동댐에서 물 공급시 고층 가구는 수압문제로 충분한 생활용수를 공급받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고층과 저층 주민 간에 상수도 물 공급문제로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태백시 문곡 소도동 하천은 광산에서 흘러나온 오염물질로 인해 백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청솔아파트는 태백시에서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한 14층 아파트로 총 1327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주민들은 올 봄 가뭄으로 1월6일부터 4월1일까지 광동댐으로부터 아침과 저녁시간을 이용해 하루 2시간 생활용수를 공급받아왔다. 광동댐 제한급수만으로는 생활용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자 주민들은 전국에서 보내준 생수를 식수로 사용하거나 자녀와 친지 집에서 가뭄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때 아닌 이재민이 돼야 했다.

태백시 가뭄은 시가지 뿐만아니라 산간지역 주민에도 고통을 안겨줬다.
상수도 시설을 갖추지 못한 문곡 소도동 주민들은 그동안 생활용수로 사용하던 지하수와 계곡물이 말라 생활에 불편을 겪었다. 주민들은 하천유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생업인 배추와 고추, 벼 농사에 공급할 농업용수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설령 하천으로부터 물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폐광에서 흘러나온 물은 중금속이 다량으로 함유돼 농업용수로 적합하지 않아 사용을 못하고 있다.
최돈순(75)씨는 “70여년을 넘게 소도동에 살아오면서 올해처럼 가뭄이 있었던 적이 없다”며 “폐광된 후 수질관리가 제대로 안돼 폐광에서 흘러나온 중금속 물은 하얀색을 띤 백화현상이 나타나 물고기 한 마리도 구경하기 힘들다”고 환경오염이 물 부족원인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성준기 통장도 “마을 수원인 계곡과 지하수 등이 마르면서 주민들이 세면과 양치질 등 기초적인 생활조차 힘들었다”고 주민들의 고초를 이처럼 밝혔다.

태백일원 물 부족 예고된 재앙
태백시는 봄철 가뭄피해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태백시에 따르면 2008년 9월 강우량은 108.3밀리미터로 평년기준 337.3밀리미터의 32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였다는 것이다.
또 태백시민의 식수원인 광동댐도 지난해 이상기후로 가을가뭄이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홍수와 태풍을 감안해 미리 방류해 수위를 낮춘 것도 생활용수 부족을 촉진시켰다고 태백시는 지적했다. 광동댐 유효저수용량은 800만톤이지만 2008년 4월부터 9월까지 방류로 인한 올해 1월 저수위는 3963톤에 불과했다.

특히 태백시 상수도관의 노후화는 봄철 가뭄에서 물 공급효율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태백시 전체 상수도관로는 296여 킬로미터로 이중 50~60퍼센트에 해당하는 구간이 15년 이상된 노후관로이다.
이 수치는 광동댐에서 상수원을 공급하면 절반이상의 물이 마지막 수혜자인 주민들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겨울가뭄으로 가뜩이나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절반정도의 생활용수만 받을 수 있었다.

이영걸 태백시재난관리팀장은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도 문제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정개발과 상수관정비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며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는 가뭄대책 안을 마련하고 싶어도 예산확보가 안돼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정부가 가뭄피해를 눈에 보이지 않아 등한시하고 지원정책도 미흡하다”며 “태백시에서는 한국방재협회의 도움을 받아 태백시 가뭄피해를 문서화하고 대책방안을 담은 ‘가뭄백서’를 올해 안에 편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태백시는 인구가 5만2000명인 소규모 도시로 광산산업이 성황일 때는 12만명에 이르렀다. 올해 봄 가뭄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자 태백시는 일 3760톤의 물을 생산할 수 있는 관정 26개소를 개발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은 전국 기관과 단체 451개소로부터 2리터 생수 271만2813병을 제공받았다.

저수지 바닥 퇴적물정화 시급
한국수자원공사는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로부터 국민들이 안전하기 위해서는 댐을 더 많이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이미 전국 주요 강을 중심으로 수 천억원에서 1조원이상이 들여 지은 다목적댐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측은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이 물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000억원에서 3000억원이 소요되는 중ㆍ소규모 댐이 추가로 세워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안동댐의 경우 안동을 비롯한 경상남도 주요도시에 생활용수 제공과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1977년에 완공된 댐이다. 대부분의 댐이 콘크리트를 이용해 지어진 반면 안동댐은 흙과 돌을 쌓아 만든 중앙차수벽형 토석댐이다. 안동댐의 길이는 612미터에 높이도 83미터에 달하며 저수용량이 12억톤에 이르는 다목적댐으로 주요 수원은 태백, 봉화, 안동지역 지류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안동댐은 규모가 큰 만큼 막대한 저수용량을 가지고 있으나 담수된 물 관리에 있어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안동댐 수질을 높이기 위해 국가수질측정망 운영, 수상식물재배, 부유물질 수거, 상류오염원 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댐 인근 주민들은 댐이 조성되고 나면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돼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안동댐이 세워진 후 한번도 댐 바닥에 대한 정화활동이 이뤄지지 않아 물이 썩고 있다는 것이다.

안동에서 매운탕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안동댐 어업권을 갖고 있어 물고기를 잡고 있는데 매년 어획량이 줄고 있다”며 “담수된 물이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일지 모르나 물 속 깊이 들어갈수록 오랜 세월 쌓인 오염된 퇴적물로 인해 물이 오염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홍수시 각종 오폐수 유입과 고랭지농업현장에서 나온 흙탕물로 댐의 탁도가 높아지곤 한다”며 “이로 인해 주민들은 오염된 댐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동댐 이근채 차장은 “여름철 홍수와 태풍으로 인해 댐의 탁도가 높아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탁도를 줄이는 시설물과 댐의 상류 고랭지농업지역에 대한 수로관리에 지원을 했다”며 “저수지 바닥정화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사업추진이 어렵다”고 밝혔다.

물 오염 근본적인 해결이 중요
정부는 가뭄과 홍수로부터 인적․물적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4대강을 살려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또 4대강의 수질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정비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주요 강 정비사업보다는 강의 지류와 상류 하천에 대한 오염원 정비사업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낙동강 상류지역에 속한 경북 봉화군 소천면 임기리 하천은 오랜 세월 주변 광산으로부터 흘러나온 중금속물질이 쌓여 암석화 됐다.

마치 녹이 쓴 것처럼 붉게 변해버린 하천변은 최근 가뭄현상으로 하천유량이 줄면서 뚜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천변 중금속 퇴적물은 일제강점기부터 폐광 직전까지 금, 은, 아연, 구리 등 중금속 광산에서 흘러나온 찌꺼기가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최윤환 안동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4대강을 살린다는 목적으로 수 십 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세우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수질오염문제 해소는 근본적인 오염원을 제거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정부정책을 꼬집었다.
최 위원장은 또 “강물 오염은 가구별 생활용수보다는 기업체의 공업폐수가 문제이므로 오폐수관련 지원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오염된 물과 토양에서 자란 풀을 먹고 자란 가축과 농작물을 인간이 먹게 되면 오염물질이 인체에 누적돼 각종 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동시민연대는 낙동강 상류지역 폐광주변 하천오염원 제거와 댐 건설이 가져오는 환경변화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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