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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경영 파트너’라는 공통인식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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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경영 파트너’라는 공통인식 가져야
  • 이관용 기자
  • 승인 2009.07.25 09:51
  • 호수 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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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여성농업인의 사회참여와 지위향상 ③
[글싣는 순서]
1. 여성농업인의 실태와 문제점
2. 농사짓는 여성의 지위인정 사례
3. 여성도 농업경영의 주체 - 가족경영협약

여성농업인은 그동안 농업현장에서 남편을 돕는 보조적인 존재로만 여겨져 왔다. 농업 지원과 교육 기회도 남성 중심으로 편성·운영됨에 따라 여성농업인은 자신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
설령 여성농업인을 위한 교육과 연수자리가 있더라도 농사일과 가정살림, 자녀보육 등 바쁜 일정에서 자신을 계발하는 시간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이처럼 여성농업인은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나 사회와 가정에서 받는 대우는 그에 비례하지 못했다.
농촌진흥청은 여성농업인이 농업·농촌 주체로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가족경영협약’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가족경영협약은 여성농업인을 농업경영의 주체로 인정하고 농업현장에서 남편과 함께 중요한 존재임을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가족경영협약을 통해 여성농업인의 지위를 찾아가고 있는 여성농업인을 소개한다.

[글싣는 순서]
1. 여성농업인의 실태와 문제점
2. 농사짓는 여성의 지위인정 사례
3. 여성도 농업경영의 주체 - 가족경영협약
4. 여성농업인 지위 법규화
    - 우수 지자체와 선진국 사례
5. 여성농업인을 위한 지원방안

부부는 동등한 농업경영 주체
가족경영협약은 농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경영에 따른 수익을 배우자와 함께 분배하며 농업현장과 가정에서 부부가 서로의 의무와 권리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룬다. 또한 여성농업인의 권위를 인정하는 유럽의 선진국처럼 여성농업인도 공동경영주로 인정받아 각종 정책대상에 포함돼 농업인으로 자격을 인정받는 데 목적이 있다.
가족경영협약은 이와 같은 취지에서 2002년 도입됐다. 대전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여성농업인 가족협약은 2008년까지 184농가가 참여했다. 협약을 맺은 농가는 (사)생활개선중앙회로부터 협약서와 기념패를 받고, 부부가 협약내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족경영협약 성패는 남편 손에
충남 부여에서 장류사업을 하고 있는 박영숙씨(51)는 요즘 전통 맛을 지닌 콩 제품을 개발·판매하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실정이다. 더욱이 박씨가 만든 제품은 맛과 품질이 좋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여성농업인 박씨가 농산물 가공사업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믿고 묵묵히 따라준 남편 이노학씨(55)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남편 이씨가 순순히 부인 일에 협조한 것은 아니다.


9년 전 귀농한 박씨가 바라본 농촌은 여성에게는 고된 모습이었고, 농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농업현장에 뛰어들기란 농사일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더욱이 공직에서 퇴임한 남편의 권위주의적인 생각은 박씨가 농업에 대한 꿈을 펼치는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박영숙씨가 여성농업인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농업관련기관에서 실시하는 여성농업인 관련 교육과 연수에 꾸준히 참여하면서다. 그녀는 교육 통해 농업도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과 자신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과 연수는 필수라고 생각하게 됐다.

박씨는 무엇보다 남편의 도움 없이는 원활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여기고,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가족경영협약을 2007년 맺었다. 부부가 가족경영협약을 맺은 뒤 가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남편 이노학씨는 부인의 일을 돕는 것은 물론 가정에서도 자신이 맡은 부분에 대한 일을 함으로써 박영숙씨의 농사일과 가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또한 부부가 함께 교육자리에 참여하면서 서로가 의견을 나누고 발전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됐다.

박영숙씨는 “여성농업인이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나서야 한다”며 “10여년 동안 전문교육자리에 참여한 수만도 100여회에 이른다”고 말하고, “노력과 실천만이 보다 나은 자아에 다가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 “가족경영협약을 맺기 전에는 남편이 가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신의 기득권문제로 잦은 다툼이 있었지만 협약을 맺은 뒤로 의견충돌도 줄어들고 대화와 이해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부부갈등문제는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기 보단 합리적인 사고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칠갑산 무지개농장’을 운영하며 경영분리가 이뤄지고 있는 김기수·정귀례 부부.

본인 명의 통장 가져 ‘뿌듯’
“부부가 파트너란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정에서부터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의견을 받아 줄때 농사일도 잘되고 농가소득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충남 청양군에서 ‘칠갑산무지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수·정귀례 부부는 지난 2007년 8월에 가족경영협약을 맺고 실천하는 농가다. 이들 부부는 가족경영 중심의 농사일도 각자 일을 맡아 추진하면 일에 대한 능률과 효과도 높아진다고 봤다.

가족경영협약에 따라 남편은 생산을 담당하고 부인은 가공 업무를 맡아 추진하며 농가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부인 정귀례씨는 “농사일을 하면서 남편이 나보단 많은 것을 알고 잘하고 있으니까? 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작용해 농업현장과 가정에서의 모든 일을 남편에게 위임했다”며 “그러나 농업관련 교육자리에 참석하고 배움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면서 나 자신도 농가경영의 주체라는 생각이 들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정씨는 “남편이 생산한 콩과 꿀을 내가 가공해 판매하면서 일정부분은 내 통장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내 이름의 통장에 판매수익금이 들어올 때 마다 내가 하는 일이 인정받는 것 같아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기수씨는 “충남농업기술원에서 가족경영협약이란 교육받고 부부협약을 맺게 됐다”며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처럼 그동안은 재산이나 경영권 분리를 생각해 보지는 못했지만 현재는 경영분리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아껴주는 마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농업인을 위한 교육자리에는 부부가 함께 참여하려고 노력한다”며 “얼마 전 부인과 교육농장교사자격증을 취득해 농가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농사일도 부부가 정보를 교류하면 나아진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웃음으로 시작하는 하루일과
‘혜지난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창·최미애 부부는 하루에 한번씩 서로를 위해 웃어주는 것으로 부부애를 높이고 있다. 가족경영협약으로 이종창·최미애 부부는 예전보다 밝은 하루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들 부부에게 있어 가족경영협약은 농가활동을 통해 얻는 수익분배 뿐만아니라 가정에서의 업무분담으로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경영협약을 맺은 후 가장 큰 변화는 남편이 아내의 가사 일을 돕는다는 것이다. 물론 남편이 가사 전반에 거쳐 일을 도울 수는 없으나 그동안 가사활동에 비협조적이었던 모습에서 아내를 위해 생각을 전환한 것에 의의가 있다.

가계경영에 있어서도 남편은 농장운영을 맡고 부인은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무가 분담된 만큼 각자가 맡은 사업장등록증도 따로 갖고 있다. 사업장수익은 부부가 맡은 영역에 따라 각자 명의로 된 통장에 입금된다.
남편 이종창씨는 “아내와 함께 농장에서 일하지만 수익금분배나 가정활동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었다”며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가족경영협약 교육을 받고는 아내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인 최미애씨는 “그동안 남편과 함께 일해 오면서 경영과 수익이 어느 정도 인지 몰랐고 남편이 말해주는 것이 유일한 정보였다”며 “농업관련기관에서 주최하는 교육도 주로 남편만 참석하는데 집에 들어오면 어떤 교육이고 내용은 무엇인지 말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농업관련 정보를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미애씨는 “가족경영협약 후 남편이 내가 교육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으며 교육자리를 통해 삶의 활력과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가정에서 남편은 말수가 적고 묵뚝뚝 했으나 지금은 설거지와 이불정리·정돈, 방청소 등 가사일도 돕고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있다”고 남편의 달라진 모습을 설명했다.
이어 “제가 생각하는 가족경영협약은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하며 가정의 화목을 이끄는 것”이라며 “여성농업인에 있어 가정의 지원은 큰 힘이 되고 의욕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최씨는 덧붙였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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