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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갠 하늘 같은 마을에 노랫가락 아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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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갠 하늘 같은 마을에 노랫가락 아련하고
  • 이진수 기자
  • 승인 2009.07.18 13:34
  • 호수 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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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자연마을을 가다 - 정산면 내초리
▲ ‘담안’이라는 자연마을 이름이 남아있듯 내초리에는 돌담을 가진 집이 많다.

산천이 고와서 내가 여기를 왔느냐
님 계신 곳이라 내가 여기를 왔겠지
여에라디영 에헤야 에헤이요 시여요시여요
어룸아 지여라 내 사랑

오래 전 정산면 내초리 여인들이 부르던 노래라고 전해지는 ‘노랫가락’이다. 지금은 삶의 형태가 많이 바뀌어 농사를 지을 때도 공동작업을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기계화가 되기 전에는 마을의 여인들이 함께 일하면서 이런 노래로 고단함을 달랬다.
노랫가락에서도 알 수 있듯 내초리는 정산면에서도 깊은 산골에 들었다. 지금은 2차선 포장도로가 잘 뚫려 10분 남짓이면 면소재지까지 가고, 장평면 도림리(적곡리) 가는 길에도 작은 터널이 새로 생겨서 5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예전에는 버스 한 대 다니지 않는 오지였다.

그때는 면소재지 한 번 가려면 비포장길 20리를 오래 걸어야 했다. 그러니 청양이나 공주는 오죽했으랴. 그래서 내초리 여인들이 부르던 노랫가락에는 삶의 질곡과 그 안에서의 사랑이 절절이 배어 있다.
내초리에는 안새울, 큰말, 작은말, 안터, 너벅박골, 담안 등의 자연마을이 있다. 큰말 뒤에는 칠갑산의 한 줄기인 차돌봉이 있고, 장평면 적곡리로 넘어가는 고개는 소로갯재(소루갯재)라고 한다.
예전에는 소로갯재를 넘어 구부구불 산길을 30분 가까이 걸어야 도림리 용못골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소로갯재 땅속으로 ‘온천통문’이라고 하는 터널이 생기고 2차선 포장도로가 연결돼, 차로 가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도림온천 개발지구에 이른다.

소로갯재라는 이름은 지게 지고 소 한 마리 몰고 갈 정도로 길이 좁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온천통문이 뚫리기 전에는 도림리 용못골까지 임도가 나 있었다.
큰말은 내초리 1반으로 차돌봉 아래에 있으며 가장 큰 자연마을이다. 작은말이 2반, 안터가 3반인데, 안터는 와촌리 쪽에서 가다 처음 만나는 마을이다.
차돌봉은 차돌이 많은 봉우리라고 해서 그렇게 부르고, 한자로 백석산이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는 차돌이 희기 때문이다.

안터는 안새울 안쪽에 터를 잡았다 해서 붙은 이름으로 내대라고도 한다. 산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가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큰말과 작은말 사이에 있는 산은 당산이라고 하는데 산신제(당제)를 지내는 곳이다.

▲ 내초리 주민들은 마을기금 마련을 위해 2차선 도로를 따라 매실나무를 심었다. 행여 매실이 탐스럽게 열었더라도 손대지 말 일이다.

전통 이으며 주민 모두 오순도순
내초리 주민들은 주로 벼농사를 짓고 그 외에 담배, 한우 육성 등을 하고 있다. 마을 규모가 작고 살림살이가 여의치 않은 주민도 많아 어려움이 있지만, 다들 서로를 북돋우며 오순도순 살고 있다.
주민들을 오랜 세월 하나로 묶어 온 행사로 칠성제가 있다. 주민들은 해마다 칠월 칠석이 되면 당산에 모여 당제를 지낸다. 십시일반 음식을 마련하고 마을 발전과 주민 건강을 서로 기원해준다.
내초리에 가면 다른 마을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팻말도 볼 수 있다.

‘매실은 내초리 주민들의 소득사업입니다. 절대 손을 대지 마시오’라고 쓰인 팻말이다. 주민들은 마을을 지나는 2차선도로 양쪽으로 매실나무를 심고, 앞으로 소득이 나올 경우 마을 기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초리 마을 일은 김재풍 이장, 김기천 노인회장, 명제숙 부녀회장, 박선교 새마을지도자 등이 알뜰살뜰 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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