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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힘만으로 ‘꿈의 토마토’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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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힘만으로 ‘꿈의 토마토’ 키운다
  • 이순금 기자
  • 승인 2009.06.22 11:56
  • 호수 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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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청남 왕진리 이기수·손용순씨 부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뜨거운 햇빛을 피해 몸을 숨기기 바쁘다. 그리고 비록 넓지 않은 곳일망정 잠시라도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있음에 작은 행복감마저 느낀다. 하지만 그 잠시 동안의 ‘행복감’조차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다. 농부들이다. “그늘 찾아 왔다 갔다 하면서 언제 일해? 시절 없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어슬렁어슬렁 거리지.” 농부들의 말이다.
오늘 소개할 사람들은 논이나 밭에서 이렇듯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일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늘을 찾아다니지도 않는다. 하지만 무척 더운 곳에서 일을 한다. 바로 비닐하우스 안이다.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동갑나기 이기수·손용순씨(45·청남면 왕진리) 부부다. 귀촌 11년째를 맞은 이들은 아직 왕초보 농사꾼이다. 하지만 겁없이 친환경농산물 생산에 도전했고, 곧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찜질방을 방불케 했던 그들의 일터에서 잠시 땀을 흘려봤다.

겁없는 왕초보 농사꾼
요즘 이들 부부에게 붙여진 별명이 있다. 겁없는 농사꾼이다. 2008년부터 농사일을 시작한 초보 농사꾼임에도 불구하고 친환경농산물 생산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농한 지는 11년이지만, 저희들이 직접 농산물을 심고 가꾸고 수확해 판매를 시작한 것은 이제 겨우 2년차에요. 어렸을 때 아버님 따라다니면서 벼농사는 조금 지어봤지만요.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 수박과 멜론 농사였고, 올해는 방울토마토로 종목을 바꿨습니다. 특히 농약도 비료도 쓰지 않고 흙의 힘만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겁이 없다고 그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씨는 자신이 사용하는 농사법을 ‘꿈의 농법’이라고 소개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해 약 4000여 제곱미터 규모의 하우스에 수박과 멜론 농사를 처음으로 지었고, 올 2월에는 그 땅에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그의 말처럼 그의 농사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는 물론 퇴비나 유기질비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흙과 식물의 자생력만을 믿는다.

꿈의 농법 토마토 ‘아삭아삭’
“꿈의 농법으로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어요. 지도를 해주시는 분이 계시고요. 꿈의 농법에서는 유기질비료나 퇴비 등을 절대 사용 못하게 하고, 심을 때 물을 주는 것 외에는 절대 물도 안줍니다. 이유는 토양에 양분이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과다하게 들어가게 되면 작물 입장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요. 뿌리

를 깊게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조건에 의지하지 않고 강하게 키우는 것입니다.” 부인 손씨의 말이다.
꿈의 농법으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경우, 우선 두둑을 만들고 난 뒤 전 토양이 완전히 물에 젖을 정도로 물을 준 후 적당한 시일이 지나면 토마토 모종을 심는다. 그리고 이어 정식을 하고 난 후에는 그냥 놔두는 것이다.

“지도해 주시는 분이 어떤 경우라도 토마토가 스스로 싸워서 이기도록 놔두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믿고 그대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영양제나 미생물제를 포함 그 어떤 약을 주지 않아도 관행농법으로 짓는 것보다 훨씬 성장속도가 빠르고 열매도 많이 열리더군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많이 열렸고, 씹어보면 입안에서 톡하고 터지고 아삭아삭 맛도 좋습니다. 꿈의 농법 토마토는 사과 맛이 나요. 사각사각 씹히고 끝맛이 새콤달콤하죠. 보존기간도 길고요. 지금 한창 익어가고 있습니다. 관행농법은 무엇인가를 계속 줘서 키우는 것이잖아요? 이것은 물도 주지 않고 스스로 강하게 크도록 놔두는 것입니다.”(이기수씨)

처음 이들이 꿈의 농법으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겠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미친 것 아니냐”며 비웃었단다. 하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쑥쑥 자라는 토마토 줄기에 주렁주렁 두 배 이상 열리는 열매들을 보면서는 “참 희한하네. 맛도 좋고. 잘 시작했다”고 말을 한단다.
“비용도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저희 부부가 하니까 인건비도 그렇고. 심기 전에 돈이 들어갔지 심고 나서는 정말 아무것도 준 것이 없고 돈 들어갈 일이 없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주렁주렁 열매들이 열렸고, 가정경제에 큰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단, 잎 따주고 순 따주고 애 키우는 것처럼 정성은 들여야죠. 겨울에 심은 것은 봄부터 지금까지 계속 따고, 또 2월에 심은 것은 6월 중순부터 땁니다. 이제 할 일이 많아요.” 이씨의 말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 ‘무농약인증’
이씨는 꿈의농법청양작목반 회원이다.(이하 청양작목반)
청양작목반원은 모두 8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두 청남과 정산 지역에서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지난 5월 28일 청양작목반원 중 다섯 명(재배면적 총 3만2596제곱미터)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이 중에 이씨도 포함됐다.

“토마토로 무농약농산물 인증을 받은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에요. 저희들은 내년을 유기농으로의 전환기, 그리고 내후년을 유기농인증을 받는 해로 잡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한 분은 꿈의 농법으로 토마토 농사를 짓고 계셨는데 갑자기 땅에 수분이 생기면서 토마토농사를 망친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논 옆에는 절대 안 되고, 주위 환경에 따라 죽고 살고 굉장히 민감합니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해요. 이제 첫 수확이니 만큼 판매처도 확보해야 하고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끝 무렵에 가서는 워낙 많이 열려서 가지치기도 해줘야 할 것 같고, 포도송이처럼 만들어 판매해 보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무농약인증을 받은 토마토 재배농가는 전국 100여 곳. 청양에서는 2003년 목면 송암리 고재복씨가 받은 것 말고는 청양작목반 다섯 농가가 두 번째라고 할 수 있다.

토마토만 보면 ‘황홀해진다’
요즘 이들 부부는 날마다 기분이 좋단다. 좋다 못해 황홀하다고 말한다. 주렁주렁 탐스럽게 익어가는 토마토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귀농해서 슈퍼와 떡방앗간만 할 때는 깔끔하게 차려입고 외출하기가 바빴어요. 그러다 아내가 하우스 농사를 권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하기 싫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고 어려운 줄을 모르겠어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내가 놀라더군요. 특히 주변 분들께서 우려도 해주시고 또 반대로 도움도 주시면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이기수씨)

이들은 현재 규모에서 더 크게 늘려갈 생각은 당분간 없단다. 이제 시작이고, 두 부부가 하기에는 지금도 벅찬 규모이기 때문이다. 
“다른 분들은 농사 경험이 많이 있어서 대규모로 하시지만 저희는 이제 시작이잖아요. 조금씩 해보겠습니다. 하우스 농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한참 성장하는 아이들 학비 마련이 가장 큰 이유에요. 일반 토마토의 경우 세 그루에 4킬로그램 2상자가 나오는데, 꿈의 농법 토마토는 한 그루에 7.5킬로그램을 봅니다. 대단하죠. 또 농비도 안 들어가고 정말 좋습니다. 가정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곳에 견학 오는 학생들도 많아요. 너무 재미있습니다.”(손용순씨)

이들은 꿈의 농법을 시작하면서 하나의 큰 꿈을 갖게 됐다고 전한다. 친환경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저희도 꿈의 농법을 시작하기 전 설명만 들었을 때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농가를 방문해 보고 시작을 했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잖아요. 많은 분들이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청남은 특히나 토마토 농사를 많이 짓습니다. 친환경단지 조성에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꿈을 꾸어보려고 합니다.”(이기수씨)

겁없는 왕초보 농사꾼 이기수·손용순씨 부부는 1998년 귀촌 후 어머니 정미자씨(69)를 봉양하며 슬하에 종윤(중3), 종범(초4), 서연(초3) 등 2남 1녀를 두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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