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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도 폭포가 있는데, 혹시 본의1리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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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도 폭포가 있는데, 혹시 본의1리 아세요?
  • 이진수 기자
  • 승인 2009.06.15 10:54
  • 호수 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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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자연마을을 가다 - 목면 본의1리
▲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느티나무가 쌍정자이고 그 아래 이제길 정려가 있다.

청양에도 폭포가 있다. 목면 본의리에 있는 용암폭포다. 의아하겠지만 오래 전부터 여러 문헌에 기록돼 있고, 지금은 원시림 속에 숨어 있다.
높이 10미터 정도로 규모는 작다. 그리고 꽤나 깊었다는 소도 장구한 세월 동안 메워지고 말았지만, 사람의 출입이 없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그냥 먹어도 괜찮을 만큼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른다. 문헌에 영암폭포라고도 되어 있는 이 폭포는 미궐산 계곡에 있다.

▲ 미궐산 계곡에 아무도 모르게 숨어 있는 용암 폭포.

목면 본의1리는 미궐산의 품안에 고요하고 아늑하게 들어앉아 있다. 갖가지 전설이 자연의 깊음과 신선함 속에 묻혀 있다. 간절한 마음으로 공들여 찾아가는 이가 아니면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산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본의1리.
조선 말엽에는 정산군 목면에 속했으며, 본의실 또는 본의곡이라고 불렸다. 미궐산은 고사리가 많이 나는 산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미궐산 산중턱에 용바위와 용암폭포, 감투바위, 상절, 중절터 외 2개의 절이 있었다 하며 정상에는 성터가 있다고 한다.
본의실과 무수동에 76가구 168명의 주민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본의1리는 임평빈 이장, 김영호 노인회장, 임육례 부녀회장, 김경태 새마을지도자 등이 마을을 위해 수고를 다하고 있다.

 

산이 좋아 풍파도 많았던 마을
말 그대로 산자수명한 본의1리는 아름답기 때문에 풍파를 겪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 당시 국회의원을 지낸 최모씨가 4년제 종합대학을 설립하려고 추진하다 무산된 것도 그 중의 하나.
당시 최씨는 자신 소유의 땅과 인근 주민들이 내놓은 땅에 42개 학과 3600명의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으로 교육부에 설립허가를 신청했었다.

하지만, 대학교는 들어서지 못했다. 주민들의 가슴엔 실망과 상처가 남았다. 특히 소중한 땅을 기부하다시피 내놓은 주민들은 분노를 느끼기까지 했다.
그때쯤 이웃 동네인 본의2리에도 주민들의 화를 돋우는 일이 생겼다. 외지인들이 사설 공원묘지를 조성하려고 한 것.
주민들은 공원묘지계획 백지화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추진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 산을 지키고 마을을 지켰다.

당시 주민들은 청양의 관문이고 면소재지 근처에 공동묘지를 설치한다는 것은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고 주민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다고 걱정했다. 본의1, 2리와 안심1, 2리 주민들이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소류지가 있고, 도지정 문화재자료인 계봉사 5층석탑 등 유적이 보존돼 있는 곳에 공원묘지 조성은 말이 안 된다며 힘을 모았다.
2002년 12월에는 무수동 마을회관이 건립됐다. 군비와 주민 자부담으로 지어진 마을회관은 무수동 주민들의 보금자리가 돼오고 있다.

450년 된 느티나무가 마을 지켜
여느 마을처럼 본의1리 주민들도 주로 논농사를 짓는다. 인근의 다른 마을과 다른 점은 곳곳에 인삼밭이 보이는 것인데, 기후와 토질이 인삼 재배에 알맞기 때문이다. 그밖에 담배 와 버섯놀사를 하기도 한다.
목면 안심리에서 본의천을 따라 4차선으로 확장된 국도 36호선 아래 통로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를 만날 수 있고, 그곳이 본의1리다.
이 느티나무는 500년 가까이 된 것으로 청양군 보호수로 두 나무가 정자처럼 생겼다 해서 ‘쌍정자’(쌍괴정)라 불린다. 나무 아래 조선 병자호란 때의 충신 이제길의 정려문이 있다.

이제길은 조선 인조 14년 안산 덕물도에서 오랑캐와 싸우다 순절했다. 선조의 아버지인 덕흥대원군의 증손이다. 1707년 광성군으로 봉해졌고, 1729년 영조 때 정려문을 하사 받았다.
주민들이 오랜 세월 동안 귀하게 받들어 온 쌍정자 느티나무 말고도 본의1리에는 나무가 많다. 마을회관에도 큰 느티나무가 있고, 집집마다 과실수와 화초가 많다. 심성 곱고 온유한 주민들을 깨끗하고 맑은 마을 경관이 잘 말해주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국도 36호선 목면 우회도로가 기존보다 높게 건설돼 본의1리 남쪽 전경을 가로막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그 상황에서 마을을 어떻게 더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지 고민한다.
오후 한때 한우 되새김질하는 소리까지 들릴 듯한 본의1리의 고요함을 만지고 돌아오는 가슴 속에 그 오롯한 정경을 지켜온 주민들에 대한 고마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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