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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勤勉)·우직(愚直)·유유자적(悠悠自適)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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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勤勉)·우직(愚直)·유유자적(悠悠自適)의 상징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09.01.02 23:52
  • 호수 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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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띠 해에 살펴보는 소의 의미
▲ 김기창 / 백석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올해는 기축(己丑)년으로 소띠 해다. 우리 군민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뜻하시는 모든 일을 이루시길 바라며, 소에 얽힌 민속과 그 상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소띠는 을축(乙丑), 정축(丁丑), 기축(己丑), 신축(辛丑), 계축(癸丑)의 순으로 육십갑자에서 순환한다. 십이지의 소는 방향으로 북북동, 시간적으로는 새벽 1시에서 3시, 달로는 음력 12월을 지키는 방향신(方向神)이자 시간신(時間神)이다. 여기에 소를 배정한 것은 소의 발톱이 2개로 갈라져서 음(陰)을 상징한다는 것과 그 성질이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아서 씨앗이 땅 속에서 싹터 봄을 기다리는 모양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는 참고 복종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니 찬 기운이 스스로 굴복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농경문화를 정착시킨 이래로 우리 민족은 소를 매우 중요한 동물로 여겼다. 소를 생구(生口)라고 불러온 것도 그런 면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생구란 한 집에 사는 하인이나 종을 말하는 것으로, 소를 한 식구나 다름없이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에 대한 배려도 각별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짚으로 짠 덕석[牛衣]을 입혀 주고, 봄이 오면 외양간을 먼저 깨끗이 치웠으며, 겨울이 올 때까지 보름마다 청소를 해 주었다. 또, 이슬 묻은 풀은 먹이지 않고, 늘 솔로 털을 빗겨 신진대사를 도왔으며, 먼 길을 갈 때에는 짚으로 짠 신을 신겨 발굽이 닳는 것을 방지하였다.

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노동력일 뿐 아니라 운송의 역할도 담당하였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비상금고의 역할까지 하였다.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했던 동물이 바로 소였다. 소는 우직하나 성실·온순하고, 끈질기며 힘이 세나 사납지 않고 순종하는 동물이다. 이러한 소의 속성이 한국인의 정서 속에 녹아들어 여러 가지 관념과 풍속을 만들어냈다.

소의 천성은 은근과 끈기
우직하고 순박하여 성급하지 않는 소의 천성은 은근과 끈기. 여유로움을 지닌 우리 민족의 기질과 잘 융화되어 선조들은 특히 소의 성품을 아끼고 사랑해 왔다. 이처럼 소는 우리 생활과 가까운 곳에서 가장 친근한 동물로 함께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민속이 전해져 왔다.
새해가 되면 정월의 첫 번째 축일(上丑日)인 ‘소의 날’에 다양한 풍습과 금기가 전하고 있다. 이 날은 소의 명절날로 취급하여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쇠죽에 콩을 많이 넣어 잘 먹인다. 또, 이 날에는 도마질을 하지 않는다. 이는 쇠고기로 요리를 할 때 주로 도마에 놓고 썰었으므로 이 날만은 이러한 잔인한 행동을 삼간다는 뜻에서 도마질을 꺼리는 것이다. 이 날 연장을 만지면 쟁기의 보습이 부러지고 방아를 찧으면 소가 기침을 한다는 말이 있다. 연장이나 연자방아를 다룬다는 것은 소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연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 밖으로 곡식을 퍼내면 소에게 재앙이 온다고 하여 이를 꺼려 왔다. 곡식의 대부분이 소가 일을 해 준 덕분에 얻어진 결실이므로, 소를 위하려면 자연히 곡식까지도 소중히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소는 가축 중에서 부지런하고 사람의 농사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에 속담에서도 주로 긍정적인 측면이 두드러지기도 하나 소의 어리석음, 둔함, 고집스러움 등과 관련된 부정적인 측면도 많다. ‘소같이 일 한다’, ‘소같이 벌어서’,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말은 꾸준히 일하는 소의 근면성을 칭찬한 말로서 ‘근면’을 강조하여 인간에게 성실함을 일깨워 주는 속담이다. 소의 고집 세고, 미련한 면을 들어 ‘소귀에 경 읽기’나  ‘황소고집’이니 하는 말이 있다. 또한 몹시 둔하여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나,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 는 식의 우연히 공을 세웠을 경우도 소에 빗대어 말한다. ‘말 갈 데 소 간다’는 속담에서처럼 분별력 없는 존재로 폄하하기도 한다. ‘소 죽은 귀신 같다’, ‘소 같고 곰 같다’라는 속담에 이르면 소고집은 고집불통의 대명사로 사용되고, 소 힘줄은 고래 힘줄과 더불어 부정적인 측면에서 매우 미련하고 끈질기고 고집 센 사람으로 통용된다. 그러나 이런 우직스러운 성격은 곧 충직한 성격으로 이어진다.

소는 부(富)를 불러오고 화(禍)를 막아 주는 존재이다. 이는 소가 농가의 밑천으로 ‘최고의 자산’이며 소 자체가 부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한 후나, 동제를 지낸 후에 소뼈나 소고삐를 매달아 두는 것은 귀신의 범접을 막는 부적이기도 하다.
소가 부의 상징이기 때문에 소가 출산한다거나 팔러 갈 때 여성의 출입이 제한된다. 이는 민간에서 중요한 일을 할 때 대여성금기(對女性禁忌)가 일반적인 것과 같은 원리이다.   

소꿈은 조상, 산소, 자식 재물, 협조자, 사업체, 부동산 등을 상징한다. 
-소가 사람을 밟으면 불길하다.
-소를 보면 근심이 생긴다.
-누렁소나 암소가 들어오면 복이 들어온다.
-소를 끌고 산에 오르면 부귀가 따른다.
-검은 소는 불길하다.
-소의 털이 점박이 또는 잡색인 꿈:불길한 꿈

꿈에 소를 보면 조상이 무엇인가 후손에게 할 말이 있어서 나타난 것이고, 그의 태도에 따라서 자손은 장래를 점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꿈에 소를 보면 대체로 자손의 미래에 불길한 일이 있어서 알려 주려고 나왔다고 생각하기에 근심이 생긴다고 하였다. 소는 재물의 상징으로 소가 꿈속에 집안으로 들어오거나 끌어다 매는 꿈은 재물이 들어오는 꿈이고, 소가 밖으로 나가거나 낭패와 곤란한 일을 당하면 불길한 징조다. 소는 누렁소가 가장 좋은 털색이다. 그래서 검은 소, 점박이, 잡색의 소가 꿈에 나타나면 불길한 징조다.

소띠 생은 성실하고 믿음직스러우며 검소하다. 또, 참을성이 강하고 책임감이 있으며, 좀처럼 성을 내지 않는다. 반면, 완고하고 권위적이며 규범주의자다. 화가 나면 폭발적으로 분노하거나 자신을 감당하지 못한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 신라의 유명한 승려였던 원효 대사, 청산리 싸움을 승리로 이끈 김좌진 장군, 소설가 심훈, 시인 김동환 등이 소띠 생이다.

■ 김기창 교수 약력
청양읍 백천리 출생.
한국교원대학교 국어교육학 박사. 백석대 도서관장, 문헌정보대학원장, 유관순연구소장 역임. 현 중국 중앙민족대학교 교환교수. 저서 ‘한국 구비문학 교육사’, ‘전래동화 교육의 이론과 실제’ 외 다수. 논문 ‘전래동요 교육론’, ‘유관순의 기독교적 리더십의 연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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