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5:03 (수)
기초수급자 하나 없이 편안하게 살고 있어요
상태바
기초수급자 하나 없이 편안하게 살고 있어요
  • 이진수 기자
  • 승인 2009.01.02 23:34
  • 호수 78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양의 자연마을을 가다: 장평면 중추2리
▲ 요즘 중추2리에는 중추천 정비사업이 한창이다. 주민들은 이 사업이 친환경적으로 진행되고, 마을 경관을 해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특별히 자랑할만한 거는 없어. 그저 동네 사람들 모두 큰일 생기면 서로 돕고, 어려울 때 의지하고 그러는 것이 자랑이라면 자랑이지. 왜 요즘은 같은 마을이라고 해도 한 집안처럼 지내는 곳은 보기 어렵잖아?”
장평면 중추2리 윤종훈(73) 노인회장은 소중하지만 현대인들이 거의 다 잃어버린 것 가운데 하나인 ‘이웃과 담장 없이 살아가는 삶’의 실천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한다. 하기는 평생을 그런 마음으로 살았으니 새삼스럽지 않을 수도 있겠다.

“아, 자랑거리가 하나 있구만. 우리 마을엔 거 뭐라더라. 기초생활 수급자가 한 분도 없어. 부자로 살지는 못하지만, 나라 도움 받을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어. 예전부터 다들 집 한칸 땅 한 뙈기씩은 갖고 살았어.”
윤 회장의 말처럼 중추2리에는 기초생활 수급가구가 없다. 시골이지만 논농사를 위주로 비닐하우스, 과수 농사 등으로 ‘크게 모자라지 않는’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오래 전에는 낙지리에 있는 농지 상당 부분이 진여울 사람들의 소유였다고 한다.

중추2리 ‘진여울’ 마을에는 36가구 8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진여울은 ‘긴 여울’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동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중추천이 칠갑산에서 발원해 금강으로 흘러가는데, 그 중추천이 넓어지고 길게 뻗어나가기 시작한 곳이 이 마을이기 때문에 ‘길다’의 이 마을 사투리 ‘질다’를 앞에 붙여 진여울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같은 중추2리에 속해 있는 ‘강뜸’에는 10여 가구가 산다. 강뜸은 조선시대 때 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마을을 개척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괘등혈’과 진유동, 그리고 범죄 없는 마을
“우리 동네는 기름 유자를 써서 ‘진유동’이라고도 해요. 그건 풍수학상 혈(穴)의 하나인 괘등혈이 동네 위쪽으로 있는데 우리 마을이 그 괘등혈의 기름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부르게 된 이름이래요.”
이해철(50) 이장은 진여울의 또 다른 이름 진유동을 설명하면서 범죄 없는 마을 이야기를 꺼냈다. ‘등잔 위의 호롱불’ 같은 마을이라서 진유동이 범죄 없는 마을이 되었다는 얘기로 들렸다.

“우리 마을은 1997년, 2005년, 2008년 이렇게 세 차례 범죄 없는 마을이 됐어요. 세 차례나 선정된 것은 장평면에서는 우리가 처음이에요. 웃어른부터 아이들까지 서로 공경하고 보듬으며 사니까 자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요.”
진여울 사람들은 마을에서 1건의 범죄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마을회관 큰방에 인증서 3장을 나란히 붙여 놓았고, 마당에는 현판 3개를 걸어 두었다.

범죄 없는 마을이 된 뒤 진여울 사람들에게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그 가운데 재미있는 것이 바로 음주운전 근절 다짐.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사고의 원인이 되는 음주운전을 경계한다.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 범죄일 뿐만 아니라 자칫 사고라도 나면 인명과 재산을 잃기 때문이다.

요즘 중추2리에는 하천정비사업으로 마을 경관이 크게 바뀌고 있다. 주민들은 이 사업이 빠른 시일 내에 순조롭게 끝나기를 바란다.
“중추천 정비사업이 친환경적으로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다른 곳을 보면 하천 바닥을 죄 긁어내서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게 만들기도 하잖아요? 우리가 어린 시절 개울에서 물고기 잡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듯이 몇 명 되진 않지만 아이들도 그런 행복을 느끼며 자랐으면 싶네요.” 이해철 이장의 소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