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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행복한 독일 농업정책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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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행복한 독일 농업정책의 비밀은?
  • 이순금 기자
  • 승인 2008.09.29 11:03
  • 호수 7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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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청양 농촌의 수익창출 구조를 새롭게 디자인하자 ①

‘농업은 인간의 삶을 보전하는 생명산업이며 농촌은 식량을 생산해 내는 역할에 더해 우리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이라는 말을 한다. 또 농업·농촌은 대대로 내려오고 미래에 물려줘야 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일, 바쁜 현대인들에게 안락한 휴식 공간을 제공해 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요즘 우리 농업·농촌이 이런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오고 있는 농·수·축 수입농산물에 밀리고, 곡물과 석유 값의 급등으로 그나마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던 관행농업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요즘 어려운 농촌·농업을 되살릴 대안으로 친환경 농업을 이용한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본지는 지난 5월 위기에 빠진 농업을 구하기 위한 방안중 하나인 유기농업의 메카 쿠바를 취재·게재 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8월 27일부터 10일간 유럽연합에 가입한 27개국 중 가장 모범적인 국가인 독일을 위주로 인근에 위치한 나라의 농촌과 농업을 둘러봤다. 농업인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을 소개한다.

[글싣는 순서]
1. 농업인이 행복한 독일의 농업정책
2. 바이오가스 생산, 훌륭한 농민양성 주립농업시험장
3. 친환경 축산 농가 ‘직판’ 등 육가공 이용 소득창출
4. 독일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클라인 가르텐’
5. 한 폭의 수채화 독일의 마을가꾸기
6. 청양 농촌마을의 수익창출 구조를 새롭게 디자인하자

농업은 국가·국민 위해 필요한 것
독일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세계 1위의 소비국일 뿐만 아니라 4000종이 넘을 정도로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는 ‘맥주의 나라’, BMW·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 등 명차를 생산해 내는 자동차 산업 강국, 축구 황제 베켄바워의 고향, 유럽의 정치적·경제적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 단일 화폐와 공동 외교·안보 정책, 공동시민권 제도 도입과 이민·난민·사법 분야의 협력 증진을 규정한 마스트리히트 조약(1992. 2. 7 체결, 1993. 11. 1 발효)에 따라 창설된 유럽연합 27개국 중 가장 모범적인 국가 등. 하지만 이보다 독일하면 떠오르는 것은 세계 제일의 친환경농업 국가이며, 농업인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곳이라는 것이다.

▲ 직거래장터 모습. 농민들이 농사지은 농산물을 직접 가지고 나와 판매하고 있다.
주말이면 독일 도시 곳곳에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 농민들이 농사지은 농산물을 직접 가지고 나와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물론 친환경 농가들도 마찬가지다. 또 농가, 마을단위로 직매장이 있어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 구입해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접 물품을 거래하기 때문에 모두 이득을 본다는 이야기다.
“시작은 더 오래전이지만 첫 번째로 독일에 유기농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이고,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유기농업이 더욱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독일은 1989년부터 유기농민들에게 금융지원을 했습니다. 유럽연합의 프로그램에 의해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농민들에게 지원이 주어졌죠. 그 결과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는 유기 농가들이 급증했고, 유기 농산물 공급도 증가했습니다. 이후 해를 더하면서 전체 소비되는 식료품 중 유기농산물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매출도 매년 10퍼센트씩 상승하고 있기도 하죠. 독일 국민들은 가격이 비싸지만 직접 농가를 찾아가 유기농산물을 구입해 먹으면서 환경을 생각합니다. 또 유럽의 공무원들은 ‘농업은 국가·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기본 이념아래 국민들이 먹는 식품을 농민들이 얼마나 잘 친환경적으로 생산해 내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도 해 줍니다. 예를 들면 매년 5%씩 무작위 토양검정을 실시해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검사하고, 만약 이를 어긴 농민이 있다면 형사처벌과 그동안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면 모두 되돌려 줘야하죠. 엄격하죠.”전 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 초지사료과장이며 현지 전문가인 황석중 응용생물학 박사의 말이다.
독일연방 식량·농업 소비자 보호부 자료에 의하면 유럽연합의 유기농 관련 법령에는 방사선 사용, 유전자 조작 농산물, 동물의 배설물을 제외한 화학 비료 및 농약 사용 등을 금지하고 동물 사육 시 퇴비 처리를 위해 일정한 농지와 사육시설을 갖출 것과 유기농으로 생산된 사료에 항생제와 촉진제를 사용하지 말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전국토 공원화, 전통·문화경관 중시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의 경제중심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 중 취재진은 유럽 중앙은행, 증권 거래소, 여느 대도시처럼 빌딩이 즐비한 모습에서 영국의 런던과 함께 유럽의 금융 중심지, 유럽 연합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라는 말을 실감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도심을 나와 1시간 거리인 헤센 주 중부 알스펠트로 이동하는 길 차창 밖 풍경을 보면서는 그림 같은 모습에 감탄사만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에는 80여개가 넘는 관광가도가 있어요. 알스펠트는 동화가도에 위치한 시 중 하나로, 빨간 모자의 배경이 된 곳이지요. 이곳은 조그만 마을로 관광객들은 모르는 곳이지만 도심의 건물은 최소 500년 전에 지어졌고 전통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들이어서 보는 사람들마다 ‘동화 속 풍경 같다’고 말을 하죠. 또 가도를 지나치면서 볼 수 있는 농가들 역시 푸른 숲과 초지 위에 아담하게 자리를 잡아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독일 대부분이 이런 풍경입니다. 마을가꾸기의 결과입니다. 알스펠트에서도 도심 한 복판에 직거래 시장이 서고, 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공연 등이 열립니다.”황 박사의 말이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16개 주의 하나인 헤센 주 도시 중 하나다. 독일에서는 유독 프랑크푸르트에서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높은 빌딩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국제적 도시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에요. 독일은 지붕의 각도, 벽의 색깔 등 모든 것을 나라에서 법으로 정해 놨어요. 독일에 오면 전통, 아름다운 문화경관을 볼 수 있도록 집들을 꾸밉니다. 집 내부는 마음대로 고칠 수 있지만 외부는 마음대로 고칠 수도 없어요. 그러다보니 밖에서 보이는 풍경에서는 전통을 느낄 수 있죠. 독일은 지방마다 건축양식이 달라요. 그리고 건물마다 몇 백 년 전 모습 그대로죠. 또 어디를 가든 공원이 있어요. 전국토가 공원화 돼 있죠. 우리나라처럼 버스를 타고 관광하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고 가족단위로 주말을 이용해 휴가를 즐깁니다.”
독일 어디에서도 현란한 네온사인은 볼 수 없었다. 또 경쟁이라도 하듯 아슬 아슬 건물 꼭대기에 달아놓은 간판도 볼 수 없었다. 도시경관을 위해 나라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농업정책의 기본목표 4가지
독일의 마을 가꾸기는 세계2차 대전 후 10년에 걸쳐 진행된 라인강의 기적이 끝난 1954년부터 시작됐다. 1954년 독일은 농업정책(그린플랜) 4가지를 기본목표로 정하고 아름다운 마을가꾸기 실천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1954년 세워진 후 현재까지도 계속 적용되고 있는 농업정책 4가지 목표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농민도 일반국민과 동등한 삶의 질을 공유하며 발전에 참여해야 한다’이다. 농민도 삶의 질을 함께 공유하며 발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의 생활의 질 향상이다.
둘째, ‘농민들은 일반국민에게 건강한 식품을 적정한 값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이다. 농민들은 독일 내에서 건강한 식품을 생산해 이것을 적정한 값에 국민들에게 팔고, 국민들은 농민이 수고한 만큼의 보상을 하고 식품을 구입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농업을 통해서 국제식량 문제 해결 및 국제농업교역에 기여한다’이다. 먹는 것을 가지고 무기화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이것이 농업인의 철학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넷째, ‘농업을 통해 자연 및 문화 경관을 보존하고 다양한 동식물상을 보존한다’이다.
독일은 동물, 곤충도 인간과 같은 신의 창조물로 법적으로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독일에는 집집마다 사과나무가 있다. 이들은 사과나무 1그루에는 버섯, 곰팡이, 새 등 500가지 동식물이 살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이를 통해 아름다운 문화경관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농업기본정책은 농민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행복하게 살도록 지원해 주는 것입니다. 농촌에서 농민이 떠나면  문화·전통·미풍양속 다 없어집니다. 독일은 이런 것을 보존 해 왔기 때문에 지금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고 있고, 그것이 소득을 주고·혜택을 줍니다. 이것 모두가 농민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지원해 주었기 때문입니다.”황 박사의 말이다.

독일을 배우자
독일은 국민의 50퍼센트 이상이 농촌에 살지만. 이중 2퍼센트만이 농민이다. 농민 1인이 75명의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 이를 통해 봐도 농민의 역할이 큰 것을 볼 수 있다.
“독일 사람들은 농업이 모든 국민 산업의 기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이 있음으로 해서 병원, 공장이 생기고 독일인 중 녹색섹터 (그린섹터) 근무자가 전체 1/6에 이르기도 합니다. 또 농업이 있어 가계부담이 줄어들고, 농민의 희생이 경제 부흥을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독일에는 세계 경제 농업 학자들이 견학을 옵니다. 독일을 배우기 위해서죠. 그리고 배워간 것을 적용해요. 우리나라도 배워야 합니다.”
유럽연합은 농민에 대한 지원이 많다. 단, 절대 농촌을 떠나지 않는다는 약속 하에 지원을 한다. 독일의 경우 한 농가가 1년 4000만원 소득을 올린다면 유럽연합에서도 4000만원을 지원해 준다. 이렇게 지원을 해도 도시근로자보다 소득이 적다. 그래서 정부는 농민들이 농사외의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농산물 가공·직판과 농가민박을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 외 소득이 농사로 얻은 소득의 2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유럽연합 가입국은 아니지만 인근 지역인 스위스의 경우 농가에 연 6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스위스는 개인 소득이 제일 높은 나라로 닳지 않는 관광자원을 통해 관광수입을 얻고 있다. 따라서 스위스는 농촌에 6000만원을 지원해도 농사를 짓지 않는단다. 예를 들어 삼대가 사는 한집에서 농사로 5000만원 수입과 다른 직업으로 1억 원 정도를 벌어도 도시노동자의 수익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도시노동자 개인소득이 높고, 그래서 농민들은 농사짓기를 꺼려한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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