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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차이 넘어 복숭아처럼 달게 살아가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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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차이 넘어 복숭아처럼 달게 살아가는 마을
  • 김홍영 기자
  • 승인 2008.08.25 12:05
  • 호수 7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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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자연마을과 주민숙원사업: 목면 송암1리
▲ 송암1리 마을회관 앞에 자리한 마을 주민들.

목면 송암1리는 공주 쪽에서 청양을 오는 이들이 제일 먼저 밟는 청양 땅이다. 하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주시 우성면 용봉리와 접해 있는 송암1리는 청양의 관문으로서 예부터 왕래하는 인구가 많고 시장이 있어서 상거래의 역사가 깊었던 마을이다.
공주-청양을 오가던 행인들이 목을 축이며 쉬어가던 주막거리, 장이 서던 용곤이 등 지명에서 사람의 왕래가 많았음을 알 수 있는 송암1리. 이제는 120여 명의 주민들 남녀노소가 세대를 아울러 사이좋게 터를 가꿔 나가고 있다.

송암1리 주민들은 지리적 위치로 인해 이웃의 용봉리 주민과 각별한 사이다.  송암1리 솔안, 새뜸, 용곤이 3개 마을과 우성 용봉리의 반구, 벌뜸, 새말 등 3개 마을을 합쳐 육동계를 만들어 친목을 도모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친목계 형식으로 모여 애경사 등 마을 일에 서로 도우며 살고 있다. 용봉리 주민들이 한 마을 주민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또 있다.

“우리 마을은 들이 적어서 용봉리로 출경작하는 이들이 많아요.”
주민들은 잠 자고 밥 먹는 것은 송암리에서 하고 용봉리 들로 나가 농사를 지으니 한때는 송암리 하숙생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송암1리는 전체 48가구 중 실제 농사짓는 집이 30가구 정도. 농토가 적어 농사 규모가 목면에서 중간 정도라고 말하는 유기행(60) 이장은 예전에 농사짓던 이야기를 꺼낸다.
“그 때는 어려웠어도 괜찮았어유.”
기계화되지 않아 논일을 할 때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니 일이 많고 몸은 고됐으나 그래도 수입은 좋았다는 말이다.

“농번기 때 식구들이 힘을 합쳐 일하면 그래도 가을걷이할 때 손에 남는 게 있었서유. 지금은 사람이 편해진 대신 그 때만큼 돈이 안돼유.”
홍창손(69) 노인회 총무는 농사 비용은 늘어나고 쌀값이 내려 30~40년 전 농사짓던 시절이 오히려 낫다고 말한다.
“쌀농사 만으로는 안돼니 우리 마을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동네에 토마토 하우스 농가가 생겼고, 한우를 집집마다 여남흔 마리씩 키우기도 했다. 지금은 돼지를 기르거나 고추농사, 밤농사를 짓고, 청양에서는 보기 드물게 복숭아 과수원을 하는 주민도 있다.

▲ 탐스런 복숭아가 익어가는 작은솔안의 과수원.

고품질 과수 생산농가 늘어
송암1리 주민들이 농사짓는 곳을 돌아보자며 유 이장과 장수비(45) 부녀회장, 장덕성(50) 새마을지도자가 작은솔안 뒷산으로 오른다. 큰솔안, 작은솔안, 새뜸, 신촌, 용곤이 등 5개 자연 마을 중 주민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작은 솔안. 가파른 산길을 조금 오르니 밤나무가 많다. 마을 이름을 ‘솔안’ 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마을에 소나무가 많기 때문인데 이제는 그 자리를 밤나무가 대신하고 있다.
“밤농사 면적은 적어도 제대로 농사지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밤나무 사이사이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장비가 서 있다.
“농약을 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려고 해충퇴치기를 설치했습니다.”
송암리 일대 밤농가는 무농약 밤 생산을 위해 올해부터 해충퇴치기를 도입했다. 야간에 켜놓은 불빛으로 해충을 유인하는 해충퇴치기는 기계 설치비와 전기료 부담이 크지만 주민들은 좋은 밤 생산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고, 방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밤에 불이 들어오는 해충 퇴치기를 보고 인근 사람들이 송암리 산에 도깨비불이 나타났다고 난리였대유.”
해충퇴치기가 아직 주변에 알려지지 않아 재밌는 일도 있었다는 장 부녀회장은 앞으로 해충퇴치기 설치를 늘려 제대로 된 밤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며 젊은이다운 의욕을 보였다.

밤산을 지나니 앞으로 복숭아 과수원이다. 야트막한 산자락에 펼쳐진 복숭아밭에는 수확을 앞둔 만생종 복숭아들이 탐스럽게 열렸다. 나무에 매달린 붉은 빛깔의 복숭아를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입안 가득 복숭아 단물이 가득 고이는 듯 하다. 여기 복숭아가 달기로 소문났다는 것이 주민들의 귀뜸. 마을에서 불과 수 미터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이곳 산은 평지보다 온도가 낮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서늘하다. 여기 복숭아 맛이 좋은 이유다. 또한 밭주인의 노력이 더해졌다.

“단맛이 강한 과일 농사는 약을 하지 않고 농사짓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더 맛있고, 품질 좋은 과일 생산을 위해 저농약으로 농사짓고 있습니다.”
2006년도 저농약 인증을 받았고, 그 결과 맛도 더 좋아지고 복숭아 판매도 수월해졌다. 
산을 내려와 맛을 보라며 과수원에서 딴복숭아를 씻어 나눠 먹었다.
“올해는 날이 뜨거워 복숭아 맛이 제대로 들었네.”

마을 주민들이 올해 복숭아 농사 품평단이 되어 한마디씩 한다. 가격은 괜찮게 받았는지, 갈수록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농산물 시세 이야기도 한다. 품질 좋은 농산물 생산을 위해 평생 들에서 익힌 경험까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농사짓는 일에서만큼은 내 일 네 일 가리지 않고 서로 걱정하고, 힘을 합쳐 사는 모습이 느껴진다.
“같이 모여 앉으면 삼십대에서 팔십된 분까지 있지만 어렵거나 힘든 거 없어요. 젊은 사람들이 뭐 하자 하면 어르신들이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도와주십니다.”

장 부녀회장은 마을 행사를 치를 때마다 주민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우리 마을 주민들은 정말 순수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고 덧붙인다. 몇 세대가 어울려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화기애애하다는 것이다. 세대를 아울러 살아가는 송암1리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먹는 복숭아가 정말 맛있는 여름날이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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