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5:03 (수)
책모임의 좋은 책 읽기: ‘우리들의 하느님’
상태바
책모임의 좋은 책 읽기: ‘우리들의 하느님’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08.08.11 18:12
  • 호수 76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기자/청양중 교사

‘몽실언니’와 ‘강아지 똥’으로 잘 알려진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은 청양중 교사 독서모임에서 7월의 읽을 책으로 지정해 읽게 됐다.
작년 5월에 가신 권정생 선생님은 90여권의 작품집에서 들어오는 인세가 연 1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상업적으로도)성공한 작가였으나, 자발적 극빈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극히 검소하고 가난하게 살았다. 지병(결핵)으로 고통 받으며 홀몸으로 가셨다. 그러면서 북녘 어린이와 세계의 굶어 죽는 어린이를 위해 자기의 인세를 써달라고 유언을 남기신 선생님은 예수님의 삶을 실천한 분이라고 생각된다.

“저는 앞으로는 슬픈 동화만 쓰겠습니다. 눈물이 없다면 이 세상 살아갈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라고 말씀하신 대로 ‘몽실언니’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동화가 슬퍼서 아름답다.
한편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동네 사람들과 재밌게 열심히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사셨으며 늘 유머가 넘쳤다는 이야기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평소에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정리됐다. 우선 책 제목 ‘우리들의 하느님’에서 하느님이면 어떻고 한울님이면 어떤가? 굳이 ‘하나님’이라고 우길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에서 말하는 하느님이야말로 내가 어릴 때 주일학교에 다닐 때부터 품었던 하나님에 대한 의심을 속 시원하게 풀어줬다. 죽어서 천국에서 만나는 하나님보다 서낭당이나 당집에서도 만날 수 있는 하느님이야말로 편협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하느님이어서 좋다.
당집에 얽힌 일화 ‘옷걸기와 옷따기’에서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 아름다운 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아름다운 마음이야말로 하느님 마음이 아닐까?

“우리의 모습이 본래부터 하느님이었는데 새삼스레 하느님이 되려고 하는 노력은 가장 우 둔한 짓이다. 가장 사람다운 삶과 모습이 바로 하느님의 모습이다.”
이 말은 진정한 하느님은 현재 내 마음 속에 계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위로해 주는 마음이 곧 하느님이라는 말이 나의 생각과 어쩜 그렇게 똑 같은지 모르겠다.

또한 시시때때로 자문해 보는 것들 중에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권정생님의 생각이 참으로 옳다고 생각하였다. 농사를 지으며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아이들이 배우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은 가르치기보다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잘 보존된 자연과 불쌍하고 쓸쓸한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잘 보존된 자연 속의 인간이 고도로 발달된 과학 문명 속의 인간보다 훨씬 인간답다는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지만 않으면 된다. 되로 주고 말로 빼앗는 ‘자선사업’은 가장 미워해야 할 폭력행위이다. 공존은 성스럽다”는 말에 공감했다. 자동차를 타지 말고 기름을 아끼면 이라크 파병을 안 해도 되고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정말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보았는데, 그 해답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쓴 윤복이처럼 자신도 불쌍하지만 자기보다 더 불쌍한 거지들에게 밥을 주는 그런 사람이 예수님처럼 선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말이 나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하는 반성의 계기가 됐다. 슬픈 것은 아름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